▲표선고 인권동아리 이끼 학생들이 무장애 관광포럼을 진행하고 있다2025년 11월 제주도의회에서 열린 무장애 관광포럼을 표선고 인권동아리 이끼 학생들이 진행하고 있다.
김민석
- 원래 장애인 이동권 전문가는 아니었다고 들었다.
"원래 시민교육에 관심이 있었다. 2018~2019년에 중학생들과 '왜 중학생에게는 교통비를 지원하지 않는가'라는 문제를 다뤘다. 당시 제주도 고등학생에게만 버스비 지원이 됐는데 그 문제를 공론화하고, 학생들이 직접 읍면사무소와 시에 제안했다. 그렇게 최초로 중학생 교통비 지원을 받아낸 사례가 됐다. 그게 확장되어 지금은 제주도 전체 청소년이 교통비를 지원받는다."
- 표선고 학생들이 찾아온 것도 그 소문을 듣고?
"그런 걸 해왔다는 걸 듣고 찾아온 거다. 찾아온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지역사회 문제가 무엇인지, 어떤 해결책을 낼 건지, 일회성으로 끝낼 것인지 물었다. 지속적으로 바꾸려면 정책, 제도가 필요하고, 결국 법-조례 등을 바꿔야 한다. 학생들이 연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내가 연결해 주고, 제안은 학생들이 직접 한다. 지난해 무장애 관광 포럼도 그렇게 학생들이 진행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시민성이 발현한다."
- 졸업생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한 학생은 공대에 갔다가 정치외교로 방향을 틀었다. 다른 학생 하나도 정치외교학과에 갔다. '비난에서 비판으로 바뀌었다'던 그 학생은 국어교육을 전공하고 있다. 교사가 돼서 다시 학교에 와서 동아리를 직접 맡고 싶다고 하더라. 지금 동아리 학생들은 사회학이나 정치외교, 사회복지 정책을 전공하고 싶어 한다. "
- 요즘 젊은 남성의 극우화가 사회적 이슈다.
"청소년 쪽에 관심이 많다 보니 그런 뉴스를 유심히 본다. 그런데 이런 활동을 경험한 학생들은 쉽게 거기 빠지지 않는다고 본다. 비난은 쉽다. 혐오는 더 쉽다. 혐오로 뱉어버리면 그걸로 본인은 즐기고 끝난다. 그런데 실제로 문제를 찾아보고, 사람들을 만나보면 '아, 저 사람들이 왜 저럴 수밖에 없었구나' '쉽게 비난할 일이 아니었구나'를 알게 된다. 이런 활동을 경험한 학생들은 쉽게 혐오에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민주시민교육이 이런 식의 실천형으로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보는 이유다."
- 올해엔 동아리에 남학생이 없다고?
"1학년 6명이 전부 여학생이다.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남학생 중에도 관심 있는 애들이 있는데 결국 안 한다고 하더라. 나는 남자학교에서도 시민교육을 하는데 분위기가 정말 다르다. 남녀공학은 이야기가 이상한 쪽으로 새다가도 여학생들이 수습하려 하면 다시 본론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남학생들만 있으면 옆길로 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도발적 질문을 던지는 거다. 그걸 되돌리는 데 엄청난 에너지가 든다. 교육 중이니 노골적인 극우 발언까지 나오지는 않지만, 일베식 표현을 놀이처럼 쓰며 웃고 넘어간다. 중간에서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학생이 없다. 오히려 더 재밌어한다."
"'무장애 관광', 제주의 경쟁력이 돼야"

▲표선해수욕장에 깔린 비치매트표선해수욕장에 깔린 비치매트. 휠체어나 유아차로도 물 가까이까지 갈 수 있다.
김민석
- 사회복지사 13년 차다. 사회복지관을 퇴사하고 본격적으로 적응형 서핑을 제공하는 임의단체인 '유니버설 서프'를 운영하게 된 이유는 뭔가?
"사회복지가 여러 갈래가 있다. 스스로 문제 해결형 소셜섹터에 있는 게 더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결국 누구나 바다를 즐길 수 있는 제도화로 가야 한다. 지금 당장은 아산나눔재단 등의 후원을 받아 시범 운영을 반복하며 데이터와 여론을 모으고, 이를 근거로 제도화를 요구하려고 한다."
- 휠체어를 탄 딸과 함께 10년 전 호주에서 비치 휠체어와 적응형 서핑 행사에 가보고 감탄한 적이 있다. 그때는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우버 차량이나 저상버스로 갔던 기억이 난다. 표선까지 올 수 있는 저상버스나 휠체어 접근가능 렌터카, 택시가 있다면 좋겠는데... 해수욕장까지 휠체어 이용하는 사람들이 오는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게 가장 어렵겠다.
"장애 관광의 관건은 인프라, 그중에서도 이동 수단이다. 거기까지 갈 방법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접근성 좋은 관광지는 제주에도 꽤 있지만, 문제는 '도달'이다. 혹시 어떤 방법이 좋을까?"
나는 김민석 대표에게 휠체어째 탑승 가능한 렌터카를 늘리고, 최근 서울시가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차량인 PV5를 활용해 유니버설디자인택시(일반 택시이지만 휠체어 이용자를 태울 수 있는 택시) 시범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을 소개했다. 제조사와 렌터카 업계, 그리고 도의회를 함께 두드려보면 어떨까.
- 장애 당사자를 직접 초청한 것은 언제였나?
"2024년이다. 휠체어 이용하시는 분과 함께 해수욕장을 점검했다. 화장실부터 봤다. 경사로는 왜 이렇게 가파른지 하나하나 짚어주셨다. 우리끼리 봤을 때는 몰랐던 부분들이었다. 발견한 문제는 읍면사무소에 제안해서 고칠 수 있는 건 고쳤다. 장애인 주차장도 생겼다. 서핑 행사를 할 때는 목욕 차량을 불러서 휠체어를 이용해도 샤워가 가능하도록 했다."

▲표선해수욕장제주 표선해수욕장에서 지난 8월 8일 진행된 무장애 행사. 김민석 유니버설서프 대표(앞줄 5번째)와 표선고 인권동아리 이끼가 공동 진행했다. 이끼와 유니버설서프는 카카오 지원을 받아 표선해수욕장에 비치휠체어와 비치매트를 배치하는 한편 8~9월 주말마다 장애인들이 바다를 느낄 수 있는 적응형 서핑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민석
- 표선해수욕장 '하얀모래축제' 행사를 이끼 학생들과 함께 준비했다고 들었는데 지역 장애당사자 주민들이 어떤 활동을 즐겼는지.
"장애인 당사자 권리옹호단체인 도토리프렌즈 멤버들이 서핑 체험하러 왔는데 파도가 너무 거세 바다에 못 들어가서 아쉽긴 했다. 탐라장애인복지관을 통해 휠체어 이용 주민들도 오셨고 비치휠체어를 물에 띄웠는데 너무들 좋아하셨다. 이끼 학생들이 키캡 만들기 같은 행사도 진행했고 축하 공연을 하면서 수어 통역도 제공했다. 행사 접근성 매니저도 운영해서 지원했다."
- 제주에서 무장애 관광이 갖는 의미는?
"제주도는 관광이 핵심이다. 해외 관광지와도 경쟁해야 한다. 그렇게 봤을 때 제주의 경쟁력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하게 된다. 무장애 관광이야말로 제주가 다른 지역과 차별화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본다. "
며칠 전 딸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휠체어를 타는 딸은 고등학교에서 남학생들이 혐오 표현을 너무 일상적으로 쓰는 것이 질린다며 결국 여대에 갔다. 한 대상을 차별하기 시작하면 결국 다른 약자도 차별하게 된다. 딸은 지하철 엘리베이터 등에서 새치기당하거나 어린 장애여성이라고 업신여김을 당하는 상황을 수시로 겪는다. 약자를 조롱하는 것을 놀이로 소비하는 문화엔 답이 없다고 냉소한다. 그래서 김민석 대표가 하고 있는 일이 더 귀하게 느껴졌다. 그는 지금 그 놀이에 브레이크를 걸어줄 사람을 한 명씩 길러내고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여전히 앞에 나서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뒤에 이런 어른이 있었다는 것도 기록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이건 문제야"라고 알려주는 어른은 많다. 그러나 "그럼 누구를 만나야 하지?"라는 질문을 던지고 "우리와 생각이 다른 친구도 한 명 데려오자"고 말하는 어른은 드물다. 비난에서 비판으로. 한 학생의 3년에 걸친 여정은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여정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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