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3일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관계자가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 중계방송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주택 공급 대책과 전월세 대책은 빼놓고 세제 개편안만 발표한 것도 실책입니다. 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안이 부동산 대책이 아니라 조세 정상화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이번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개정안을 집값 안정 대책으로 이해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은 없고 보유세만 올린다고 하니 국민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세금으로 집값 잡으려 한다'는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부터 주택 공급과 세제 개편안을 함께 발표했다며 부정적 인식이 덜했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정부가 13일 공급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시장에서는 실기했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서울 지역 주택 공급을 위해선 서울시의 협조가 필요한 데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난 건 세제 개편안 발표 후였습니다.
그나마도 그린벨트 해제와 용산어린공원, 용산국제업무지구 공급 물량 확대 등 핵심 방안을 놓고 견해차가 컸습니다.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 속도전만 강조하는 오 시장의 주택난 해법은 논란이지만 집값 안정을 위해 신속한 공급 확대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진작부터 서울시와 협의에 나섰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 표심 의식했나
세제 개편안이 꼬인 데는 여권의 정무적 판단도 깊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통령은 올 초부터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 "계곡 정비보다 집값 잡기가 더 쉽다"는 등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보유세와 양도세의 합리적 조정을 통한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와 과세 형평성 제고에 역점을 둘 거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실제 나온 세제 개편안은 세금 체계만 복잡해졌지 실제 세부담 증가는 초고가 주택에 한정돼 세제 정상화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여권에선 내년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미칠 표심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6·3지방선거 서울시장 탈환에 실패한 게 부동산 민심 악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 상황에서 당초 계획한 것보다 수위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여권 일각의 얘깁니다. 세제 개편안 시행에 따른 세금 고지서가 내년 하반기에 반영될 경우 2028년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거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우려도 청와대에 전달됐다는 후문입니다.
이번 세제 개편안은 부동산 과세 정상화와 집값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실행력에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주거 안정이 서민 삶의 근간이자 정권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민감한 지표라는 것을 이제라도 깨달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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