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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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무리에 의해 신성 모독죄와 유대인 왕 사칭죄로 끌려온 젊은이는 "진리가 무엇이냐"는 로마 총독 본디오 빌라도의 질문에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왠지 찜찜했던 빌라도는 "나는 이 사람에게서 아무런 죄를 찾지 못하겠다"며 매질로 끝내려 했으나, 성난 유대인 무리를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를 풀어줬다가는 자칫 폭동이라도 날 판이었다.
빌라도는 마지막으로 유대인들에게 흉악범 바라바와 젊은이 둘 중 한 명의 석방을 제안하나, 군중은 바라바를 선택했다. 결국 떠밀리듯이 사형(십자가형)을 결정한 후 "나는 이 사람의 피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고 중얼거리며 손을 씻는다. 유대인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고 여겼지만, 그는 미처 몰랐을 것이다. 자신의 이름이 기독교의 신앙고백문인 사도신경에 기록돼 예배 때마다 신도들 입에 오르내리게 될 줄은.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반응을 접하면서 빌라도가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며 법안을 의결하기는 했지만,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어떤 게 절대 진리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걱정이 있는 건 사실"이라는 말로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론자들이 기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거부 논리도 방어적이었다. "거부권 행사라는 게 의견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지금 상태로는 입법권을 부정할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가 참 어렵다." 비록 의례적인 수사라고 쳐도, 오랜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한 개혁법안을 환영하는 태도는 아니었다. 마치 대통령 생각은 다르지만 여당 입장을 고려해 마지못해 동의하는 것처럼.
책임을 떠넘기고 싶었나?
이런 의구심을 더욱 짙게 한 것은 다음날 부처 업무보고 때 나온 대통령의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향후 검경 합동수사본부 구성의 문제점을 보고하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안 읽어봐서 그러는데, 개정된 형소법에 의하면 검사는 수사하면 안 된다고 되어 있느냐"고 물었다. 뚱딴지같은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국론이 갈라질 정도로 뜨거운 쟁점이던 형소법 개정안의 핵심을 몰랐다니. 당장 "내용도 모르고 의결했다는 얘기냐"는 비판이 쏟아질 만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정말 몰랐을까? 그럴 리가 없다는 게 내 판단이다. 혹시 빌라도처럼 내키지 않은 결정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고 싶었던 건 아닌지. 아니면, 반어법으로 자신이 원치 않은 방향으로 형소법이 개정된 데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거나.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에 부정적 시각을 가졌던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수사·기소 분리 방침과 별개로 검사의 보완수사에 대해서는 기회 있을 때마다 예외적 필요성을 강조했다. "검찰 개혁이 1년 넘도록 안 되는 이유는 대통령이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유시민 작가의 지적(7월 15일, 매불쇼)이 공허하게 들렸던 이유다. 언뜻 맞는 말처럼 들리지만, 초점을 잘못 잡은 엉뚱한 진단이다.
유 작가의 주장에는 관점의 차이를 사실 판단의 잣대로 삼은 '오류'가 있다. 보완수사권 폐지에 미온적이었다는 이유로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건 견강부회다. 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수사·기소 분리를 내세운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에 보완수사권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고 따로 폐지를 약속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 되고 나서 보니, 경찰 견제 수단이 없으니 남겨놓아야 겠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럼 국민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그걸 '변심'이라고 해석하는 건 자유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수사·기소 분리를 지지하는 국민은 모두 보완수사권 폐지에 동의한다는 잘못된 전제에 기반한 주장이다. 따라서 국민에게 양해를 구할 일도 아니다. 게다가 이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그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국민에게 꾸준히 밝혀 왔다.
애초 보완수사권은 검찰개혁의 쟁점이 아니었다. 지난해 5월 공개된 더불어민주당 대선공약집에도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으로 수사·기소 분리 방침에 따른 검찰청의 공소청 전환과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기소권에 대한 사법적 통제 강화 등이 소개돼 있지, 보완수사권은 언급되지도 않았다. 이후 정치권과 법조계, 학계, 언론계 등에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검찰개혁론자들 사이에서도 격론이 벌어진 점을 고려하면, 보완수사권 폐지를 수사·기소 분리의 증표로 여기는 것은 해석과 믿음의 영역이지 사실의 영역은 아니다.
시종일관 신중한 태도

▲2025년 7월 3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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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이후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관련 발언만 살펴봐도, 검찰권력 해체와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신념은 흔들린 적이 없고 뒤집힌 적도 없다.
"검찰이 권력 자체가 돼서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를 하니까… 책임을 물어야 한다."(2024년 7월 10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
"기소하기 위해 수사하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2025년 4월 15일, 유튜브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지면 안 된다." "국민 피해가 없어야 한다. 법적 공백이나 미비점을 최소화해야 한다."(2025년 7월 3일, 취임 한 달 기자회견).
지난해 9월 7일, 이재명 정부는 대선 공약대로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전환하고, 검찰의 수사 기능을 중수청으로 이관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올해 3월 20~21일 공소청 및 중수청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검찰권력 해체와 수사·기소 분리의 제도적 틀이 완성됐다. 민주·진보 진영의 20년 숙원을 취임 1년도 안 돼 전광석화처럼 해결한 것이다.
이와 별개로 이 대통령은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선 시종일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검찰이 사고를 엄청 쳐서 수사권을 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는데, 검사는 사건 수사에 손도 대지 말라고 하다가, 이제는 아예 '관심도 갖지 마'라는 식으로 가고 있다." "보완수사는 아예 눈도 대지 말라고 하니, 그럼 경찰에 갖다 놓으면 어떻게 되느냐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2025년 9월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검찰 권력을 뺏는 것은 목표가 아닌 수단과 과정이다." "보완수사는 안 하는 게 맞지만,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2026년 1월 21일, 신년 기자회견).
"수사권 남용하는 검찰의 수사권 제한도 중요하지만, 경찰 등 수사기관의 사건 덮기에서 범죄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부패 범죄자들을 규제하는 것도 중요하다."(2026년 3월 16일, X).
이 대통령의 소신 발언은 지난 6월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때까지 이어졌으나, 강성 지지층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결이 달라졌다. "(검찰) 권한을 배제해 위험성을 제거해야 하는 건 맞는데 그것 때문에 국민이 피해를 보면 되겠냐"고 짚으면서도 "결론은 국회에 맡기기로 했다"며 뒤로 물러섰다. 마치 마지막 제안을 거절 당한 빌라도가 유대인들에게 예수에 대한 처분을 내맡기듯이.
같은 달 25일, 퇴임을 앞둔 김민석 총리가 느닷없이 "보완수사권 폐지가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정부가 별도의 입법안을 제시하기보다는 국회 논의와 결정을 존중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도 석연찮다. 그 직후 그가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점을 고려하면, 당 장악을 위한 '전략적 후퇴'가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 그에 앞서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회는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해선 경찰 수사에 대한 검사의 견제와 감시가 필요하다"며 제한적으로나마 보완수사권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문을 냈다.
진정한 검찰개혁 완성을 향해
오랫동안 저서와 기사, 방송, 토론회를 통해 검찰개혁을 주창하고, 수사·기소 분리를 검찰개혁의 완성이라고 여겨온 나는 원칙적으로 보완수사권 폐지에 동의한다. 다만 '수사·기소 분리는 검찰개혁의 목표가 아닌 수단이고, 보완수사권은 예외적으로 다룰 문제'라는 이 대통령 시각에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기사를 통해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이나 대안을 모색해 왔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확정·공포된 마당에 빌라도까지 끌어들이면서 이 문제를 거론하는 건 새삼 법안의 타당성을 따지려는 게 아니라 책임정치의 실종을 우려해서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법안을 의결한 다음 날 법무부 장관에게 "개정된 법에 검사가 수사하면 안 된다고 돼 있냐"고 물은 것은 무책임해 보였다. 의도와 상관없이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다수 국민의 불안감을 부채질하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주요 내용은 알지만 세세한 조문까지는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는 의미"라는 여권의 해명은 궁색했다.
물론 빌라도 이야기는 비유다. "이 대통령이 빌라도라니, 미쳤냐", "보완수사권 폐지를 예수 처형에 빗대는 게 말이 되느냐"고 정색하고 따지면 곤란하다. 전체적 맥락이 비슷하다는 거지, 세세한 부분까지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이 대통령이 빌라도처럼 자신의 책임이 아님을 강조하려 했다면, 현명하지 못한 행위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동의 여부를 떠나 어차피 역사는 이재명 정부의 개혁으로 평가할 것이다.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이고, 법안의 문제점에 대한 의견이 분출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버스는 떠났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완벽한 제도란 없다. 개혁이 힘든 것은 원칙과 더불어 보편 타당성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바뀐 제도로 인해 국민의 편익보다 피해가 크지 않게 대통령이 책임감을 갖고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면 지지율이 다시 올라갈 수도 있다. 곳곳에 구멍이 나 있는 만큼 치밀하게 보완하고 수선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검찰개혁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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