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억 시스템 EverOS는 오픈소스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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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처럼 말하고 추론하는 것을 넘어 자신이 한 일을 기억하고, 실패를 분석하고, 행동 방식을 수정하며 그 결과를 다시 능력으로 축적하는 AI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AI의 성능 향상은 인간이 담당해왔습니다. 더 좋은 더 많은 데이터를 만들고, 개발자가 모델을 다시 학습시켜야 AI의 능력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이 구조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의 AI는 공장에서 완성된 제품이 아니라 사용되는 동안 계속 변화하는 시스템에 가까워질 것입니다. 자신이 잘했던 일을 기억하고 잘못했던 이유를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까지 스스로 수정하는 것입니다.
이 변화가 중요성은 AI 경쟁의 기준이 "누가 가장 똑똑한 모델을 만들었는가"에서 "누가 가장 빠르게 학습하고 진화하는 AI를 만들었는가"로 이동하는데 있습니다. 2026년 여름, 중국의 AI 연구팀 에버마인드(EverMind)가 발표한 세 편의 논문은 바로 이 변화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차세대 AI를 준비하는 연구기관
에버마인드는 중국 샨다그룹이 인큐베이팅한 연구조직으로, 그 뿌리는 2008년 설립된 샨다혁신원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중국 인터넷 산업이 사용자와 트래픽에 집중하던 시대에, 샨다는 단기 KPI를 따르지 않는 순수 연구조직을 만들었습니다. 18년이 지난 지금, 그 연구문화의 유전자는 에버마인드라는 이름으로 AI 시대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처음부터 AI의 장기 기억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억은 경험을 저장하는 기반이고, 자기진화는 그 경험을 능력 향상으로 전환하는 과정입니다. 기억만 있고 진화하지 않는 AI는 거대한 기록보관소에 불과합니다. 에버마인드가 제시하는 기술 경로는 기억에서 지속학습으로, 지속학습에서 자기진화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 연구소에서 최근 세 편의 논문을 발표했는데 각자 다른 층위를 다루면서 하나의 방향으로 연결됩니다. 첫째는 스킬(Skill), 둘째는 하네스(Harness), 셋째는 모델의 가중치(Weight)입니다.
요리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된장찌개 레시피는 하나의 '스킬'입니다. 그러나 좋은 요리사가 되려면 레시피만 많이 알아서는 부족합니다. 재료 상태가 다를 때 어떻게 판단할지, 오류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할지를 결정하는 더 높은 수준의 운영 방식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하네스입니다.
스킬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이라면, 하네스는 '어떻게 판단하고 실행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운영체계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아래에는 모델 자체의 능력을 결정하는 가중치가 있습니다.
하네스뱅크 - 의미론적 유전자에 따라 과거를 통찰하며 진화하는 시스템
HarnessBank 논문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합니다. AI 에이전트가 자신이 일하는 방식을 스스로 고칠 수 있는가입니다. 같은 모델을 쓰더라도 어떤 프롬프트를 주고, 어떤 도구를 먼저 호출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이러한 실행 구조를 하네스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AI에게 자신의 하네스를 고치게 했을 때 발생합니다. 자신이 만든 수정안을 자신이 평가하면 착각할 수 있습니다. 에버마인드는 역할을 나눴습니다.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태스크 에이전트와, 그 행동을 관찰하고 실패 원인을 분석하는 에볼버 에이전트입니다. 예를 들어 Qwen이 문제를 해결하면 Claude가 그 실행 로그를 읽고 진단하는 구조입니다. 서로 다른 모델이 서로를 관찰하고 비판할 때 더 객관적인 진화가 가능해집니다.
에볼버 에이전트는 수정안을 제안하지만,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언어모델은 진단과 제안까지만 맡고, 실제 성능 검증은 별도의 결정론적 코드가 담당합니다. AI가 자신을 개선하도록 허용하면서도 AI가 스스로 내린 평가까지 믿지는 않는 것입니다. 'Gated Harness Screening'이라는 단계적 검증을 거쳐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만 적용됩니다.
실험 결과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Qwen3.6-27B를 태스크 에이전트로, Claude Opus 4.8을 에볼버 에이전트로 사용해 일곱 개 벤치마크에서 평가한 결과, 모델 가중치를 전혀 바꾸지 않고도 5.1%에서 15.4%까지 성능이 개선됐습니다. 더 흥미로운 발견은 모든 모델에 통하는 완벽한 하네스는 존재하지 않았고, 각 모델의 약점에 따라 최적 하네스가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에버마인드는 이를 모델의 '병리'라고 표현합니다.
스킬코퍼스 - 경험의 축적과 재사용을 통해 능력을 정제하는 시스템
두 번째 논문 SkillCorpus는 경험이 많아질 때 생기는 문제를 해결합니다. Skill이 수천, 수만 개로 늘어나면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가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정확히 찾아낼 수 있느냐입니다.
연구팀은 약 82만 개의 원시 Skill을 수집해 여러 단계 필터링을 거쳐 9만6401개의 고품질 Skill을 선별했습니다. 16개 범주로 분류하고 실용성, 견고성, 안전성으로 품질을 관리했습니다. 여기에 Agent가 적합한 Skill을 찾는 검색 시스템을 함께 만들어 모든 벤치마크에서 성능 개선을 확인했습니다.
Skill은 고정된 자산이 아닙니다. 좋은 결과를 만드는 Skill은 강화되고, 실패를 반복하는 Skill은 수정되거나 제거됩니다. 결국 Skill Library는 AI가 살아가면서 축적하는 경험의 자산입니다. 사람에게 경력이 쌓이는 것처럼 AI에게도 '사용 기간'이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DASH - 실수하는 분기점을 정밀 학습하여 모델 가중치를 개선하는 시스템
세 번째 논문 DASH는 더 깊은 층을 다룹니다. Skill과 Harness가 모델 바깥의 경험과 행동을 수정하는 기술이라면, DASH는 모델 자체가 어떻게 더 잘 학습할 것인가를 다룹니다. 긴 추론 과정에서 오류는 각기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첫 단계에서 공식을 잘못 선택한 오류와 마지막 단계에서 숫자를 잘못 더한 오류는 모두 '오답'이지만 그 의미는 전혀 다릅니다.
기존 방식은 이러한 시간적 맥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DASH는 각 시점에서 오류의 중요도를 측정해 "너는 여기에서부터 잘못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줍니다. 수학 추론 벤치마크에서 DASH는 모든 모델에서 비교 방법보다 높은 성능을 기록했고, 추가 연산 없이 학습 신호를 더 정확하게 배분하는 방식으로 성능을 개선했습니다.
인간의 뇌구조를 닮은 데이터센터 구조로 바뀐다
에버마인드는 자기진화를 네 단계로 봅니다. Task Layer에서는 경험을 쌓고 Skill로 저장합니다. Harness Layer에서는 일하는 방법을 개선합니다. Model Layer에서는 기본 능력 자체를 바꿉니다. 마지막 Meta-Improvement Layer에서는 '개선하는 방법'을 다시 개선합니다. AI가 자신을 개선하고, 다시 자신을 개선하는 방법까지 개선하는 구조, 바로 재귀적 자기개선입니다.
이 변화는 데이터센터 구조도 바꿉니다. 지금까지 데이터센터는 GPU와 HBM 중심의 '연산 공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자기진화 Agent 시대에는 기억의 구조가 중요해집니다. HBM, DRAM, NAND Flash, 광모듈이 계층적·병렬적으로 연결되는 디지털 두뇌로 진화해야 합니다. GPU는 대뇌, HBM은 해마, SkillCorpus는 소뇌, 광모듈은 신경섬유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네오랩과 AGI의 도래
글로벌 AI 업계에서는 NeoLab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연구기업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습니다. RSI는 직원 30명도 안 된 상태에서 6억 5천만 달러를 유치했고, 데이비드 실버의 Ineffable Intelligence는 51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이들의 질문은 같습니다. "배포된 AI가 어떻게 계속 더 똑똑해질 수 있는가."
전문가들은 2027~2028년을 재귀적 자기개선의 기술적 분수령으로 봅니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연도가 아닙니다. AI 연구의 목표가 이미 바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람이 어떻게 더 좋은 AI를 만들 것인가"에서 "AI가 어떻게 더 좋은 AI를 만들게 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자기진화 AI의 가장 흥미로운 개념은 복리입니다. AI가 지속적으로 기억하고 Skill을 축적하기 시작하면 시간이 가치가 됩니다. 오늘 설치한 Agent와 3년간 실제 업무를 수행한 Agent의 가치는 같을 수 없습니다. AI에게도 '경험의 복리'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Agent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가 아닌,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지능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변화는 인간과 AI의 관계도 바꿉니다. 기억을 갖고, 경험에서 배우고,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다른 Agent와 경험을 공유하며 스스로를 수정하는 AI는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닙니다. 여러 Agent가 서로의 판단을 평가하고, 한 Agent의 Skill을 다른 Agent가 학습하는 시대가 올 수 있습니다. 이는 인간 사회의 지식 발전과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AI를 더 똑똑하게 만드는 것과 AI가 스스로 더 똑똑해지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첫 번째 경쟁에서는 파라미터와 GPU가 중요했습니다. 두 번째 경쟁에서는 기억과 경험, Skill, Harness, 지속학습이 중요해집니다. 누가 가장 뛰어난 AI를 만드는가가 아니라, 누가 가장 잘 진화하는 AI를 만드는가. 잘 키운 에이전트를 사고 파는 시장도 열리겠죠. 어쩌면 모델이 '진화 속도'로 경쟁하기 시작하는 그 순간이 우리가 AGI 시대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가장 확실한 신호일 것입니다.
[관련 논문 링크]
HarnessBank: https://arxiv.org/abs/2607.13683
SkillCorpus: https://arxiv.org/abs/2607.15557
DASH: https://arxiv.org/pdf/2608.06243v1
Github: https://github.com/EverMind-AI/Ever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