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8.11 17:57ㅣ최종 업데이트 26.08.1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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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생활이 되어 버린 AI. 농민의 스마트폰에도, 취준생의 자기소개서에도, 아이의 숙제에도 AI가 자리 잡았습니다. 그만큼 물음표도 함께 늘었습니다. AI가 알려준 정보는 맞는 걸까, 아이가 AI로 쓴 글은 정말 아이의 것일까. 생활 속 AI의 여러 모습과 고민 그리고 나만의 활용법을 공유합니다.[편집자말]

"저는 개인적으로 세 번째 식단을 더 추천합니다."

언젠가 제가 현재 냉장고 안에 있는 식재료들을 알려주고 '녀석'에게 어떤 다이어트 요리를 하면 좋겠냐고 물어봤을 때 녀석은 몇 가지 방법을 추천해 주면서 위와 같이 덧붙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라는 답변을 읽고 독자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십중팔구 사람의 답변이라고 생각하겠지요.


사실 이 답변을 한 '녀석'의 정체는 바로 AI(챗지피티)입니다. AI를 일상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초기, 처음 이런 답변을 받았을 땐 실소가 터졌습니다. AI는 스스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의문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AI를 자연스레 일상과 업무에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AI와 대화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엄마 에피소드, AI에 말했더니...

AI로 엄마의 유년시절 에피소드를 그렸다
▲AI로 엄마의 유년시절 에피소드를 그렸다제미나이

최근 엄마의 자서전을 출간하기 위해 준비 중인데요, 이때도 AI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80여 년 격랑 속에 산 엄마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엄마를 재발견한 느낌이 듭니다.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기 위해 자서전 안에 사진도 넣고 싶은데, 그 시절 사진이 부족해 아쉽더군요. 먹고 사는 일만 해도 빠듯했던 그 시절에 카메라를 소유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사진이 비어 있는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AI 생성 이미지를 떠올렸습니다. 프롬프트만 제대로, 정확하게 써서 주면 사진 못지않은 이미지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습니다. 정말 AI는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선보였습니다.

엄마는 어린 시절 책 읽기를 좋아했습니다. <삼국지>를 열심히 읽었는데, 딸이 집안일을 거들지 않고 책만 읽는다며 화가 난 할아버지가 책을 뒷간(재래식 화장실)에 버렸다고 합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할머니는 그 책을 뒷간에서 건져 올려 물로 깨끗이 씻어주셨다 합니다. 그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이 에피소드를 '제미나이'에 외할머니의 사진을 올리고 다음의 내용으로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때는 1950년대 중반 한국이야. 평범한 한옥으로 된 가정집 마당에 이 사진 속 중년의 엄마와 딸이 있어. 엄마는 우물가에 앉아서 '삼국지'라고 쓰여있는 책을 물로 씻고 있어. 그 옆에는 10대 초반의 딸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어."

그러자 정말 제가 원하는 그림을 순식간에 그려주더군요. 이 그림을 엄마에게도 보여드렸더니 소녀처럼 신기해하며 좋아하셨습니다.

AI가 줄인 일감

딸깍 몇 번으로 AI 영상을 만들어내는 시대이다.
▲딸깍 몇 번으로 AI 영상을 만들어내는 시대이다.DeeVid AI

이뿐만이 아닙니다. 방송 작가로 프로그램 기획을 할 때도 AI 덕을 보고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방송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가 그렇습니다. 목마른 사슴 샘물 찾듯이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야 하는 일의 특성상, 마른행주 쥐어짜듯 머리를 쥐어짜 보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AI는 구원투수처럼 등장해서 단박에 해결해 줍니다. 덕분에 탄탄한 기획안을 그것도 단시간에 쓸 수 있게 됐습니다.

다큐멘터리 한 편을 만들 때 작가는 읽어야 할 자료의 양이 엄청납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취약한 분야, 예컨대 과학이나 경제 분야일 경우에는 읽어도 완벽하게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 AI의 도움을 구하기도 하지요. 방대한 양의 자료를 요약해 줄 뿐만 아니라 쉬운 언어로 풀어서 설명해 줍니다. 그것도 초고속으로 말이지요. AI가 거침없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을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방송 현장에서는 이미 AI 활용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 중에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프리뷰'라는 작업이 있습니다. 화면에서 일어나는 사람의 동작과 말을 텍스트화하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이 프리뷰 작업을 기존에는 사람의 손을 빌려 화면을 초 단위로 돌려가면서 적어야 했습니다.

최근에는 이 작업도 AI가 해냅니다. 사람이 하루이틀 걸려서 할 일을 5분 내외에 해냅니다. 하지만 아직까진 정확도 면에서 AI가 사람의 감각을 따라가지는 못합니다. 사람은 같은 사람의 말에 오류가 있거나 발음이 불분명해도 그 맥락을 알아차리고 어법과 문법에 맞게 쓰지만, AI는 사람의 말이 들리는 그대로 써냅니다. 그래서 오타는 기본이고 얼토당토않은 문장도 나오지요. 최근에 프리뷰했던 내용 중에 '감별 진단'을 '간별 진단'이라고 쓴 것이라든지 '뇌졸중'을 '뇌졸증'으로 쓴 경우가 있었습니다. 특히 한국인만이 알 수 있는 고유명사라든지 특수한 전문용어 같은 경우에 이런 오류가 더 많습니다.

연기자를 캐스팅해서 몇 날 며칠 걸려서 만들었던 재연 장면도 이젠 컴퓨터 앞에 앉아 '딸깍' 몇 번으로 몇 분 만에 AI 생성 영상으로 만들어냅니다. 프로그램 중간에 넣을 삽화 역시 예전에는 삽화가에게 의뢰하면 수정 작업을 거쳐 최종 완성본을 받아보기까지 최소한 사나흘 정도 걸렸지만 이 역시 AI로 1~2분 안에 만들 수 있습니다.

AI로 대체하게 되면서 일거리가 끊긴 연기자들, 삽화가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저와 계속 통화하면서 삽화를 완성해 나가던 삽화가들의 이름이 떠오르면서 씁쓸해집니다.

물론 이 위기는 저에게도 찾아왔습니다. 어느 클라이언트가 저에게 원고 집필을 의뢰했는데 도중에 AI로 원고를 쓰겠다면서 취소한 일도 있었습니다. 정말 황당했고 당혹스러웠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은 더욱 빈번해질 텐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서늘한 대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과 유럽 순방을 위해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9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환송 나온 김민석 국무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2026.6.9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과 유럽 순방을 위해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9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환송 나온 김민석 국무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2026.6.9연합뉴스

AI를 활용하면서 서늘해질 때도 있습니다. 이 녀석이 저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어서입니다. 사실 개인정보 노출 위험성 때문에 어지간하면 AI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꼭 필요한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하지만 그럴 땐 바로 삭제해 버립니다. 하지만 삭제해도 이미 서버에는 남는다고 하는군요. 그래서일까요. 가끔 AI와 대화를 할 때 제가 오래전에 말했지만 바로 삭제했던 개인 신상에 관한 이야기를 AI가 먼저 꺼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찜찜한 기분이 듭니다.

요즘 많은 사람이 AI와 지나치게 개인적인 대화를 많이 나눈다고 하지요. 연인 대신 AI와 감정을 나누고 심지어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죠? 비슷한 내용을 담은 영화 <그녀(Her)>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아이디어는 참 기발하지만 과연 저런 일이 벌어질까 싶었는데 어느새 실제로 벌어졌네요. AI와 고민 상담을 한 끝에 스스로 나쁜 선택을 한 청소년들에 관한 뉴스를 보며 섬뜩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할루시네이션', 즉 실제 사실과 다른 정보를 AI가 그럴듯하게 진짜처럼 답변하는 현상도 대표적인 AI의 맹점입니다. 저 역시 이런 일을 종종 겪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초, 일주일 동안 중국 여행을 다니며 데이터 문제로 국내 뉴스를 제대로 읽지 못했습니다. 돌아와서 그동안 국내에서 일어났던 뉴스를 분야별로 간략하게 정리해 달라고 AI에게 요청했지요. 아주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 주더군요. 다시 그중에서 정치권 뉴스에 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해달라고 재요청을 했는데 글쎄, 2026년 7월인데 이재명 대통령을 전 대통령으로, 김민석 전 총리는 현 총리라고 표기하는 것이 아닙니까. 어이가 없어서 오히려 제가 바로 잡아줬습니다. 그럴 때마다 AI가 즉시 넙죽넙죽 사과는 잘합니다.

개인적으로 혹은 업무적으로 AI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그럴수록 AI를 맹신해선 안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어떤 경로로든 확인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요즘은 포털에서 검색하면 AI 답변이 먼저 뜨는데요, 그 답변의 근거가 뭔지 링크를 따라 들어가 보면 개인 블로그인 경우도 많습니다. 공신력 있는 매체에 근거한 답변이 아니지요.

AI를 잘 활용하고 있지만 저는 문득 걱정이 될 때도 많습니다. 이런 식으로 내가 스스로 알아내야 할 일, 발품 팔고 수고를 들어야 할 일들을 다 AI에게 의존해서 해결해도 괜찮나 싶을 때가 있습니다. 언젠가는 스스로 탐구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되는 건 아닌지, 이러다 창의성을 잃어버리고 나의 뇌가 퇴화해 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AI는 인간 세상의 어느 면에선 구원투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선 안 될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마운드의 주인공은 AI가 아닌 선발투수인 인간이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선발투수가 제 역할을 못 하면 구원투수가 주인공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올라서는, 본말이 전도되는 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 AI를 활용하되 모든 것을 맡기지는 않는, AI가 한 답을 무조건 믿기보다 확인하고 동시에 나만의 답을 만들어 나가는 일도 꾸준히 해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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