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놀이 하고 싶은 사서의 센스
이인자
이런 거침없는 생각들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열린도서관다웠다.
'이건 또 뭐지?' 싶은 코너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어떤 독자일까요?'라는 책 취향을 알아보는 체험 코너였다. 물론 책 취향은 스스로 잘 알겠지만, 이용자들에게 무엇이든 끊임없이 건네고 싶어 하는 도서관의 마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테스트 결과가 나왔다. 역시나 '감성/드라마형'. 추천 책이 들어있는 빨간 봉투를 손에 쥐었다. 마치 대종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수상자의 이름을 확인하듯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었다. 봉투 속에서 나온 책은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 솔직히 실망했다. 이미 세속의 때가 묻을 대로 묻은 중년의 나에게, 마지막 잎새 하나로 희망을 찾으라는 게 너무 허황된 게 아닌가!
책을 정리하던 직원에게 열린도서관의 자랑거리를 물으니 망설임 없이 '웹툰·웹소설존'을 꼽았다. 공공도서관 특유의 엄숙함을 내려놓고, 서가에 <재벌집 막내아들> 같은 웹소설책을 정갈하게 품어낸 대담함 역시 이곳 다운 열린 태도였다.
보존서고가 이토록 애틋할 줄이야
그러다 자료실 한가운데서 뜻밖의 공간을 만났다. 바로 보존서고였다. '직원 외 외부인 출입 금지'이라는 안내판 뒤로 보존서고가 자리하고 있었다. 자료실 한복판에 있는 보존서고라니. 건물 구조 때문이겠지만, 사람들의 발걸음과 불빛 속에 있는 보존서고라면 어두운 지하보다는 덜 외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용자가 직접 들어갈 수 없는 숙명은 마찬가지겠지만 말이다.
금세 또 나는 책의 마음이 되었다. 누군가 다시 제 이름을 불러주기만을 기다리는 마음은 어떨는지, 잘 나가는 서가를 바로 눈앞에서 바라보는 마음은 또 어떨는지. 마음이 또 물커덩 해지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상상조차 못 했던 사물에 대한 감정들이 중년의 눈과 마음에는 자꾸만 슬프게 덧씌워진다. 마치 나 혼자 세상의 인류애를 죄다 끌어안은 사람처럼 말이다.
그 애틋한 마음을 품고 도서관을 빠져나와 거대한 문화제조창을 둘러보았다. 정말이지 도서관 하나만 보고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공간들이 층층마다 가득했다.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공간이지만, 두 번째 생을 찾기 위한 사람이 이곳에 오면 알게 된다. 세상에 잊히는 존재보다, 세상을 다시 잇는 존재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여전히 잔재처럼 남아있는, 담배공장의 굴뚝을 보며 다짐하게 된다. 두 번째, 아니 세 번째, 네 번째 인생도 충분히 빛날 거라고. 그러니 잠시 보존서고에 내려가는 인생도 괜찮다고. 어금니 너무 꽉 깨물지 말고, 주먹에 힘 너무 꽉 주지 말자고. 그래봤자 아픈 건 나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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