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8.10 17:00최종 업데이트 26.08.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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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말
기후위기와 생태학살로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부정의. 하루하루 현실로 다가오는 생존의 위기 앞에서 과연 다른 세계는 가능할 것인가를 묻는다. 다른 세계는 물론 가능하다고 믿는다. 다만 다른 행성이 아니라 바로 여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땅과 아직 푸른 하늘과 바다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나무와 새들, 함께 호흡하는 뭇생명들이 공존하는 세계를 함께 상상하고자 한다.
'한강에 이런 숲이 있다고?'

서울 영등포 신길역과 여의도를 잇는 여의도 샛강문화다리 중간에서 눈을 아래로 내리니 가지를 길게 늘어뜨린 키 큰 나무들로 울창한 숲이 보였다. 멀리 보이는 국회의사당이 눈에 안 들어올 정도로 숲에 마음을 빼앗겼다.


300미터가 넘는 긴 다리를 건너 여의도샛강생태공원(아래 샛강)으로 들어서니 말 그대로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듯한 원시림이 반긴다. 한강 본류에서 갈라져 나온 작은 강, 샛강이 만들어낸 생태계가 경이롭다. 그 순간만큼은 인구 천만의 대도시 속에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는다. 샛강을 사랑하는 이들이 왜 이곳을 '비밀의 숲'이라고 부르는지 알겠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역과 여의도를 잇는 여의도 샛강문화다리 아래에는 폭 130m, 길이 4.6km(약 23만평)에 이르는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이 펼쳐져 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역과 여의도를 잇는 여의도 샛강문화다리 아래에는 폭 130m, 길이 4.6km(약 23만평)에 이르는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이 펼쳐져 있다.신정임

'국내 최초 생태공원'이지만 주민 원성만 듣던 곳

지금이야 서울의 숨은 명소로 꽤 알려졌지만, 샛강이 지금의 모습을 갖춘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안내 표지판은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사업을 통해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공원으로 되살아난 '여의샛강 생태공원'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사실일까?

오세훈 서울시장이 2006년 9월, 처음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발표한 뒤로도 한참 동안 샛강은 주민들에게 원성을 듣는 곳이었다. 1997년 조성된 '국내 최초 생태공원'이란 이름값에 걸맞지 않게 조성 초기부터 악취와 쓰레기들로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2015년 12월 발행한 <샛강 관리 및 이용활성화 방안 연구(Ⅰ)>에 그 심각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샛강 산책로와 주변 그리고 하천 표면에서 악취를 측정한 결과, 물 표면에서도 악취가 발생되어 하천 주변에서 활동이 어려운 수준이었고, 산책로에서도 2.5강도의 악취가 발생되어 심각한 수준이었다. 더욱이 맨홀 주위에서는 악취강도가 4를 초과한 재래식 화장실 수준의 참기 어려운 악취 강도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이 정도의 악취 강도는 공단지역에서의 허용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이었다."

'맨발 걷기의 성지'라는 이 푸르른 숲에 이런 과거가 있었다니 상상이 안 된다. 그 어두운 과거를 걷어내고 어떻게 현재 푸르른 빛을 찾을 수 있었을까. 답을 듣기 위해 박경화 샛강시민 대표를 만났다. 약속 장소는 공원 입구에 있는 여의샛강생태체험관이자 여의샛강방문자센터(아래 샛강센터)였다. 지난 6월 1일 낮, 잠시 머문 샛강센터는 적막했다. 오자마자 그곳을 나서며 박 대표는 "원래 여기가 이렇게 조용한 곳이 아니었어요. 늘 생태교육이 이루어지고, 항상 시끌시끌한 사랑방 같은 곳이었죠"라면서 방문객이 잘 찾지 않는 방문자센터가 된 걸 아쉬워했다.

'환대의 문화'가 흐르던 샛강센터

1년 전까지만 해도 샛강센터에 들어서면 자원봉사자들이 반갑게 맞이했다. 1층에는 그랜드피아노가 있어서 누구나 피아노를 칠 수 있었다. 초등학생들이 수줍게 와서 체르니를 치고, 시민들이 드레스를 갖춰 입고 '피아노가 흐르는 강'이란 연주회를 열기도 했다. 생태교육이 있는 저녁이면 샛강센터는 잔칫집 같았다. 집 대신 센터로 퇴근한 이들은 저녁식사도 이곳에서 해결했다.

"샛강 시그니처 메뉴들이 있었어요. 겨울이면 오뎅탕에, 제주도에서 올라온 귤이나 한라봉 등등. 도시락에 이것만 먹어도 남는 장사인데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생태전문가들이 강의를 하니 참가비 만 원이 전혀 아깝지 않았죠."

샛강센터를 이용하는 생태동아리들도 많았다. 쓰고 난 플래카드로 보자기 등을 만드는 바느질팀, 합창단, 낭독모임, 인문학 독서모임, 노을 맛집인 샛강문화다리에서 노을을 보는 팀, 위해식물들을 제거하는 샛강 모니터링팀 등등. 마음만 맞으면 사람들은 의기투합해 동아리를 만들곤 했다.

"옛날에 동네 마루에 앉아서 '누구네 숟가락이 다섯 개인데 하나 빠졌더라' 하는 정서 있잖아요. 그게 여기 정서였어요. 센터에 올 때면 다들 먹을거리를 챙겨 올 정도로 '환대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사람들로 북적이고 서로에게 다정한 샛강센터였다. 이처럼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샛강을 만든 데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약칭 한강조합)의 역할이 컸다. '한강의 생태와 문화 복원과 연결'을 목적으로 2018년 8월 창립한 한강조합은 이듬해부터 샛강의 환경개선에 나섰다. 공원 곳곳에 쌓여 있던 쓰레기를 치우고, 나무들을 뒤덮은 가시박과 같은 생태교란종들을 뽑고 잘라냈다. 그때 걷어낸 쓰레기가 5톤이 넘었다.

시민의 열정으로 살려낸 샛강

많은 이들이 흘린 땀방울로 샛강은 조금씩 변해갔다. 코를 찌르던 지린내 대신 나무들의 싱그러운 향기가 샛강을 감쌌다. 버드나무와 참느릅나무가 숲을 이루고, 뽕나무가 아름답게 뿌리 내릴 수 있었다. 쓰레기장이 숲이 되는 놀라운 변화였다. 한강조합이 2020년부터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을 위탁 운영하면서 샛강 생태계는 더욱 풍성해졌다.

'국내 최초 생태공원'이지만 악취와 쓰레기로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던 여의도샛강은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이 위탁 관리를 하면서부터 도심 속 '비밀의 숲'으로 탈바꿈했다.
'국내 최초 생태공원'이지만 악취와 쓰레기로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던 여의도샛강은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이 위탁 관리를 하면서부터 도심 속 '비밀의 숲'으로 탈바꿈했다.신정임

때마다 나무들을 정리하고, 동물들이 살아가게끔 연못과 여울도 조성했다. 여름에 홍수로 온갖 토사가 떠내려오면 호스를 끌어오고 양동이를 들고 와서 나무들을 일일이 씻어냈다. 흙 등이 묻어 있으면 광합성이 안 돼 나무들이 죽기 때문이다. 차 소음으로부터 숲을 보호하기 위해 올림픽대로와 맞닿은 곳을 따라서 사철나무 2만 그루를 심을 때도 자원봉사자들이 고생이 많았다. 중심도 잘 안 잡히는 비탈진 면에 죽 서서 조리개로 물을 뿌리면서 나무를 심었다.

그렇게 부족한 비용은 사람들의 열정으로 채우면서 샛강을 가꿔왔다. 시민들은 스스로 샛강지기라 부르면서 다들 샛강 살리기에 진심으로 임했다. 한강조합 홈페이지에선 2019년부터 2025년까지 강 가꾸기에 8만 985명의 시민이 참여하고, 생추어리(동물 안식처) 130개소를 조성했다면서 이는 '시민과 함께 만들어 온 변화'라고 소개하고 있다. 한강조합이 맡기 전보다 샛강 이용자가 6배가량 늘어 연간 3만 명을 넘어섰다. 영등포 관내 발달장애인과 노인들에게 '환경지킴이'라는 사회적 일자리까지 만들었다.

"그렇게 한강조합이 자연생태계가 순환할 수 있는 샛강의 환경을 만들어 간 거예요. 시민들은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자원봉사로 손을 보태왔던 거고요."

멸종위기종인 수달, 맹꽁이도 살게 돼

한강조합은 시민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생태 프로그램들도 진행했다. 전국의 강을 따라 걷는 인문학여행인 한강유람단, 샛숲사(샛강 숲길을 걷는 사람들), 샛숲 음악제, 한강트레킹 및 캠핑 등등.
해양쓰레기 전문 강사인 박 대표가 한강조합과 인연을 맺은 것도 한강유람단의 전신인 '한강 물길 트레킹' 덕분이었다. 우연히 따라간 강 트레킹에 푹 빠졌다. 강 주변을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인데 전문강사가 그 강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현지인 추천 맛집까지 가니 이보다 더 좋은 여행이 없었다.

그 전에 샛강이 그에게 치유제가 돼주었다. 직장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던 중 장승배기에 있는 집에서 샛강까지 걸어와 숲을 거닐었다. 그늘진 곳에 자리를 펴고 반나절씩 풀멍도 하고 낮잠도 잤다. 그렇게 샛강을 골고루 즐기고 놀다가 물길 트레킹에 참여하고는 "다음 물길 트레킹에도 참여하고 싶다는 흑심"으로 한강조합 조합원이 됐다.

직장 생활에서 얻은 상처를 샛강에서 많이 치유받은 박경화 샛강시민대표는 한강조합에서 '떴다 수달언니들'이란 동아리를 만들어 2022년부터 매달 수달 모니터링을 해오고, 어린이 수달기자단도 운영하고 있다.
직장 생활에서 얻은 상처를 샛강에서 많이 치유받은 박경화 샛강시민대표는 한강조합에서 '떴다 수달언니들'이란 동아리를 만들어 2022년부터 매달 수달 모니터링을 해오고, 어린이 수달기자단도 운영하고 있다.신정임

조합원이 되고 한강조합 특유의 '환대의 문화' 수혜자가 되었다. 한강조합이 여는 알찬 교육들에 여건이 되는 한 참여했다. 그러다가 시민과학모니터링 교육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동아리 '떴다 수달언니들'을 만들어 2022년부터 매달 샛강에 사는 수달 모니터링을 해왔다. 어린이 수달기자단도 모집해 3년 넘게 어린이들과 생태활동을 해오고 있다. 박 대표가 한강에 수달이 사는 의미를 설명했다. 수달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동물로 천연기념물 330호이다(이제 샛강에선 천연기념물인 원앙, 멸종위기종인 맹꽁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도심에 수달이 나타났다는 건 한편으론 도심 강 생태계가 살아났다는 긍정적인 증거죠. 얘들에게 강이 안전하게 느껴지고 먹잇감이 있다는 거니까요. 다른 한편으론 오죽하면 얘들이 도심까지 들어왔겠느냐는 부정적인 관점으로도 볼 수 있어요. 지금 지방 하천들이 스리슬쩍 제방 공사를 하면서 포클레인으로 강을 죄다 파헤치고 있거든요."

데이터만큼 생태의 변화를 예민하게 드러내는 수단도 없다. 그러하기에 그는 시민과학자가 되어 매달 샛강에 나가 수달의 발자국을 찾고, 수달이 자주 나타나는 지점에 설치한 카메라의 녹화 영상을 일일이 돌려보면서 수달이 나타난 횟수를 기록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귀한 교육을 무료로 듣는 사회적 혜택을 받은 만큼 나도 책임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인 거죠."

누가 관리하느냐에 따라 '생태공원' 풍경 달라져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시민들의 모습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시민들의 모습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박 대표처럼 샛강을 온전히 누리던 샛강지기들의 즐거운 일상에 금이 갔다. 지난해 3월, 한강을 관리하는 서울시 미래한강본부가 생태공원 위탁사업자를 변경하면서부터다. 서울시는 지난 6년 동안 샛강을 잘 관리해 온 한강조합 대신 숲해설을 주로 해 온 소규모업체를 선정했다. 그것도 한강 안 다섯 개 생태공원을 전부 그 업체가 관리하게 됐다. 서울시는 위탁업체는 프로그램만 운영하고, 생태관리는 원래 서울시의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그동안 생태공원을 운영해 온 이들로서는 와닿지 않는 해명이었다. 그렇다면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홍수로 잠긴 나무들의 뻘을 걷어내고, 마대 수십 개를 가득가득 채우며 쓰레기를 치울 때 서울시는 어디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누가 관리하느냐에 따라 살아 숨 쉬고 아니고가 극명하게 나뉘어요. 한강조합이 여기를 관리하기 전에 이 건물이 문을 열어 놓은 적이 없어요. 그전에 여기 지날 때마다 저 건물은 흉물도 아니고 뭘까. 생태체험관이라면서 왜 사시사철 문이 잠겨 있나. 생각했거든요."

생태공원의 온전한 관리도, 그동안 활발하게 이루어진 시민들의 활동도 장담할 수 없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위탁업체 변경 이후, 서울시는 수달의 핵심 서식지 근처 나무다리에 대해 교체 공사를 강행했다(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는 나무다리가 내구연한이 다 되어서 철거했다며, 수달 서식지 보호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6개월 동안 수달은 그곳에 나타나지 않았다. 또, 잡초를 제거하면서 자생식물들까지 무더기로 베어내는 등 생태공원을 '생태롭지' 않게 운영하는 일이 이어졌다.

지난해 3월, 서울시가 6년 동안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을 훌륭하게 관리해온 한강조합 대신 공원 관리 경력이 전혀 없는 업체를 공원 위탁관리 업체로 변경하면서 샛강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오던 시민들이 비영리법인 샛강시민을 만들어 이에 대응해 왔다. 지난 6월 6일, 샛강시민 1주년 행사 장면.
지난해 3월, 서울시가 6년 동안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을 훌륭하게 관리해온 한강조합 대신 공원 관리 경력이 전혀 없는 업체를 공원 위탁관리 업체로 변경하면서 샛강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오던 시민들이 비영리법인 샛강시민을 만들어 이에 대응해 왔다. 지난 6월 6일, 샛강시민 1주년 행사 장면.박경화

이를 그대로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샛강에 애정을 쏟아온 330여 명이 2025년 6월, 샛강시민위원회(이후 비영리법인 '샛강시민'으로 변경)를 결성해 활동을 시작했다. 샛강시민은 서울시의 위탁 심사 결과와 퇴거 명령이 부당하다며 1인 시위, 서울시청 앞 규탄 기자회견, 서명운동 등을 전개했다. 이들은 단순한 공원의 이용자가 아니었다. 샛강의 변화를 이끌어온 당사자들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샛강센터 운영진은 기존 동아리들이 공간 예약 신청을 하면 반려하는 경우가 잦았다. 생태 관련 모임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박 대표가 그들과 샛강시민이 바라보는 '생태'가 무엇이 다른지 설명했다.

"'한땀두땀'이 바느질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쪽에선 '그게 무슨 생태입니까. 안 됩니다'라고 해요. 그런데 못 쓰는 걸 바꿔서 잘 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우리는 생태라고 생각하거든요. 자원의 선순환이니까요. 노래모임도 안 된다고 하는데 우리가 '샛강 없인 못 살아'라고 개사해서 노래 부르는 것도 생태를 즐기는 거죠. 생태인문학 책을 같이 읽는 독서 모임도 생태인 거고요. 그런데 거기선 숲해설, 숲놀이 통해서 뭔가 하는 활동만 생태라고 보나 봐요. 철학이 다른 거죠."

개발로는 지킬 수 없는 강의 생태계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3년, 한강르네상스 2.0인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프로젝트는 말로는 '자연과 공존하는 한강'을 내세운다. 하지만 한강버스, 대관람차 서울링, 마리나, 수상 곤돌라 등 토목공사 계획들로 가득하다. 화려한 랜드마크, 도시 디자인을 위해 자연생태계의 희생을 강요하는 격이다. 이 역시 철학의 문제다. 강의 개발을 최우선으로 여기던 시대가 어떠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금빛 모래의 강'이던 한강 개발을 본격화한 1968년, 밤섬 폭파에 걸린 시간은 단 몇 초였다. 밤섬 주민 수백 명이 쫓겨나는 데 걸린 시간 역시 단 5일이었다. 개발의 시대에 한강은 정복의 대상일 뿐이었다. 금빛 모래를 파헤쳐 아파트를 짓고, 굽이 흐르던 강을 직선화하고 물을 가두는 둑을 설치해 유람선을 띄우면서 한강은 제 모습을 잃었다. 그와 함께 무수한 자연 생태계도 사라졌다." (김원, <한강, 1968>, 186쪽)

그 시절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샛강시민들은 오늘도 샛강으로 나간다. 생태교란종이 보이지는 않는지 살피고, 수달의 배설물을 찾아 나선다. 샛강 안에서 벼농사도 짓고 있다. 모임 공간이 없어 서촌, 서소문 등 곳곳을 떠돌긴 하지만 동아리 모임들도 계속한다. 매달 샛강지기의 날을 열어 다양한 교육과 문화행사들을 펼치면서 끈끈한 샛강 공동체를 이어가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쉬이 꺾이지 않는다.

'샛강은 OO이다'를 채우는 행사에서 박경화 대표는 OO에 '애인'이란 단어를 넣었단다. 그 이유를 물었다.

"애인은 항상 나를 위해 존재해 주길 바라고, 내가 마음껏 사랑해 주고 싶잖아요. 또, 잘되길 바라고요. 그러니까 애인이죠."

애인같이 사랑해 온 샛강의 모습을 그대로 지키기 위해 오늘도 샛강으로 향하는 발걸음들이 있다.

[필자 소개] 신정임: 이야기의 힘을 믿는 기록자. 평범한 이들의 숨어있는 보석 같은 이야기를 캐내는 데 희열을 느낍니다. 책 <우리 같이 노조 해요> <우리들의 드라마> <이태원으로 연결합니다> 등을 함께 썼습니다.
덧붙이는 글 기획 공동진행: (사)세상과함께>, 익천문화재단 길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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