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8.06 11:52최종 업데이트 26.08.0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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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숏폼 콘텐츠가 대세인 시대에 느림에 주목합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성공보다는 태도'를 보여주는 드라마나 예능에서 마음의 위로를 얻고 인생의 지혜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김지은의 그거 봤어?'에서 다루는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언니네 산지직송 3' 출연하는 사 남매
'언니네 산지직송 3' 출연하는 사 남매 '언니네 산지직송 3' 홈페이지 메인 포스터 속 사진tvN

<언니네 산지직송>이 새로운 시리즈로 돌아왔다. <언니네 산지직송>은 출연자들이 직접 제철 식재료를 수확한 뒤, 얻은 재료와 번 돈으로 생활하는 노동 요리 예능 프로그램으로 반응이 좋아 시즌2까지 방송 됐다. 출연자들이 함께 일을 해야 해서, 서로의 케미가 프로그램의 재미에 기여하는 부분이 크다.

시즌3 출연자는 염정아, 김선영, 강유석, 노윤서, 이렇게 네 명으로, 대장 역할을 하는 염정아를 제외하고는 모두 새로운 멤버다. 다 좋아하는 배우들이라 이들이 함께할 때 어떤 시너지가 날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7월 30일, 첫 화를 시청했다.

예상치 못했던 힐링 포인트

멤버가 많이 바뀐 탓에 본격적인 촬영 한 달 전에 출연진이 서로 만나 인사하는 장면부터 시작됐다. 모두가 꼭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었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김선영은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자신이 너무 힐링을 받아, '이번엔 내가 받은 힐링을 돌려주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힘든 멍게 손질도 유머로 승화시키는 사 남매
힘든 멍게 손질도 유머로 승화시키는 사 남매멍게 조업, 멍게 분류와 세척 작업 후 마지막 손질 장면.tvN

힐링 포인트는 사람마다 다르다. 아름다운 풍광이나 귀여운 동물을 접할 때, 웃긴 장면이나 예상치 못한 이야기 속에서, 혹은 반복되는 규칙이나 질서 가운데 힐링을 얻기도 한다. 난 이 프로그램이 통영의 풍경이나 맛있는 음식으로 나에게 힐링을 선사할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내가 직접 경험하는 것도 아닌데, 그게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더운 여름, 불쾌지수가 높아져서인지, 괜히 마음이 삐딱해졌다. 난 팔짱을 딱 끼고 평가하는 사람처럼 소파에 기대 프로그램을 보기 시작했다.

통영에서 한 첫 작업은 멍게 양식장에서 멍게를 따고 손질하는 일이었다. 함께 일하는 모습을 보니 각 사람의 장점이 눈에 들어왔다. 염정아와 노윤서는 눈썰미가 있어 새로운 일도 큰 어려움 없이 해냈다. 강유석은 힘이 필요한 일은 나서서 열심히 했고, 김선영은 입담이 좋아 힘든 상황을 유머로 승화시켰다. 모두 낯선 상황에서 주위를 살피며 자신의 역할을 찾아갔다.


늦은 오후, 강유석이 배를 태워주겠다고 해서 모두 바다로 나왔다. 날씨도 맑고 바닷바람도 좋아 다들 신이 났다. 강유석은 선장, 김선영은 통영에 놀러온 아가씨가 되어 능청스런 대화를 나눴다.

선외기 배를 타고 있는 사 남매
선외기 배를 타고 있는 사 남매강유석은 배를 운전하고, 그 뒤에 염정아, 김선영, 노윤서가 앉아 바닷바람을 만끽하는 장면.tvN

"선장님, 저희가 예뻐서 항해 루트 더 많이 돌아주시는 거죠?"라는 질문에 "원래는 진작 돌아갔어, 진작. 이 시간까지 영업도 안 해"라며 강유석이 능글맞게 받아쳤다. 김선영의 질문이 이어질 때마다 강유석은 내 예상보다 한 수 위의 답을 내놓았다. 김선영의 입담은 강유석의 유머와 만나 더 빛을 발했다.

곧이은 저녁 준비 시간, 주도권은 염정아에게 넘어갔다. 염정아는 메인 셰프가 되어 음식을 만들었고, 김선영은 손이 빨라 뒷정리할 게 보이면 바로 정리했다. 강유석은 불을 피웠고, 노윤서는 미대 나온 언니답게 음식과 어울리는 접시를 신중히 골랐다. 모두 서로의 역할을 칭찬하며 감사했다.

각 상황마다 주도하는 사람은 달랐지만 네 명 모두가 처음 접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부지런히 찾았다. 자신의 역할을 찾아 움직인다는 건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상황에 맞춰 서로 돕고, 감사하는 넷의 모습에 생각지도 않게 힐링이 됐다. 언제였는지도 모르게 내 손의 팔짱은 풀어져 있었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

네잎클로버를 찾는 모습
네잎클로버를 찾는 모습네잎클로버를 찾고 있는 내 모습을 사진 잘 찍는 바로 그 친구가 찍어주었다.조영지

퍼뜩 얼마전 있었던 친한 사람들과의 모임이 떠올랐다. <언니네 산지직송> 출연진처럼 그 모임의 멤버도 네 명이다. 한 명은 운전을 잘하고, 한 명은 내비게이션처럼 길을 잘 찾고 맛집도 많이 안다. 또 한 명은 전공이 사진이라 그가 찍는 사진은 뭐가 달라도 많이 다르다. 나는 거기서 아무 역할이 없는 것 같아 항상 마음에 걸렸다.

얼마 전 만났을 때도 그랬다. 운전 잘 하는 언니는 우릴 태워 미술관에 데려가고, 다른 언니는 앞서서 헤매고 있는 우리를 인도하고 또 한 명은 멋진 사진을 찍어 주었다. 나는 내게 있는 무언가로 그들을 기쁘게 할 수 없어 괜히 미안했다.

미술관 인근 카페를 구경하고 나오는 길, 내가 서 있는 곳 앞에 클로버가 잔뜩 있었다. 평소 네잎클로버를 잘 발견하는 편이라, 눈앞에 클로버가 보이면 잠시라도 허리를 굽혀 살펴보곤 한다. 그날도 평소처럼 클로버를 쓰윽 훑었는데 네잎클로버 하나가 보여 손으로 냉큼 땄다.

네잎클로버 3개
네잎클로버 3개멤버 셋이 각자 자신의 네잎클로버를 들고 찍은 사진.최은경

날 제외하고 세 명이니까 세 개를 발견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려 손으로 풀을 쓰다듬었는데 또 하나가 보였다. 그러고는 또 하나. 그렇게 짧은 시간에 세 개를 찾기는 나도 처음이었다. "뭐하냐"며 나에게 다가온 세 명에게 나는 "행운을 드리겠다"며 네잎클로버를 내밀며 말했다.

"제가 길도 잘 못 찾고, 운전도 못 하고, 사진도 못 찍지만, 네잎클로버는 곧잘 찾는 편이에요."

사람들은 나에게 생각지도 못한 재능이 있었다며 하하, 웃으며 네잎클로버를 잘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나도 누군가를 기쁘게 해줬다는 생각에 마음이 충만해졌다. 그날 내가 네잎클로버를 세 개나 찾을 수 있었던 건, 그들에게 무엇으로든 도움을 주고 싶다는 진심 때문은 아니었을까. <언니네 산지직송> 멤버들처럼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자신의 역할을 자연스레 찾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평가하듯 팔짱을 끼고 봤던 프로그램이 뜻밖에 좋은 추억을 데리고 왔다. '그날 운이 좋았지', 하며 흘려보냈던 어느 하루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덧붙여져 새롭게 저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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