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과제, 호남RE100반도체산단"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광주MBC 유튜브 화면
2022년 6월 27일, 그렇게 '대통령을 위한 반도체 특별과외' 첫 기사가 나갔습니다. 제목은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경악... 이건 특별과외가 필요합니다>였습니다. 이 기사는 속된 말로 '대박'이 났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만 조회수 12만 가까이 읽혔고, 댓글 141개가 달렸으며,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보내준 독자원고료도 26만 원이 넘었습니다.
같은 해 8월 8일에 쓴 세 번째 기사의 제목은
<'곤두박질' 윤 대통령, 지지율 올릴 뜻밖의 묘수>였습니다. 이 기사를 통해 처음으로 수도권의 반도체 팹(Fab) 증설을 중단하고 지방에 팹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아마도 이런 제안을 언론에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은 제가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시 윤석열 정부가 세계 최대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인 '용인 국가산단' 계획을 발표하기 6개월 전의 일입니다. 반도체 산업의 흐름을 보니 수도권에 또 다른 산단을 발표할 것 같아 미리 경고를 보낸 겁니다. 이후로도 지금까지 60개가 넘는 연재 기사 중 열 개가 넘는 기사를 통해 '호남권 RE100 반도체 산단'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는 동안 저의 주장에 동의하는 이들이 하나둘 생겨났고, 처음엔 다들 뜬금없다고 여겼던 '호남권 RE100 반도체 산단'은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주장을 철저히 외면하던 보수 언론은 여론의 흐름을 부담스러워하며 호남 반도체 산단 불가론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무플보단 악플이 낫다고, 조용한 것보다는 반대 의견이라도 나오는 것이 '호남권 RE100 반도체 산단'을 공론화하는 데 더 도움이 됐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인재도, 인프라도, 대기업 공장도 모두 수도권으로만 쏠리는 극단적인 일극 체제입니다. 그 결과 지방은 소멸해 가고 수도권은 과밀화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지방에 좋은 일자리가 많이 필요합니다.
반도체 전공정 팹 하나가 들어서면 수만 개의 고품질 일자리와 수백 개의 협력업체가 함께 움직입니다. 호남에 대규모 반도체 거점이 조성된다면 청년 인구의 유출을 막고 교육·의료·문화 인프라가 동반 성장하는 강력한 지역 경제 생태계가 구축될 것입니다. 지방분권을 외치는 백 마디 구호보다, 제대로 된 팹 하나를 지방에 세우는 것이 진정한 균형발전의 마침표가 됩니다.
여기에 더해 이미 닥쳐온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세계적인 노력, 즉 RE100 캠페인에 우리 기업들이 온전히 동참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이기도 합니다. 현재 애플, 엔비디아,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공급망 전체에 2030년까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달성하라며 강력한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전공정 팹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대표적인 '전기 먹는 하마'입니다. 하지만 현재 전력 부족과 송전선로 포화 상태에 직면한 수도권에서는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방법이 전무합니다.
반면 호남은 대한민국에서 신재생에너지 잠재력이 가장 풍부한 곳입니다. 전남의 해상풍력과 전북 새만금의 대규모 태양광 단지는 청정 전력을 현장에서 곧바로 팹에 공급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호남 반도체 산단은 국가 탄소중립 실현은 물론, 탄소 배출을 줄이지 못하면 반도체를 사지 않겠다는 빅테크 기업들의 칼날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입니다. 정부의 발표대로만 된다면 이는 우리 반도체 산업 앞에 놓인 걸림돌을 제거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광주에 새로운 반도체 산단을 조성한다는 발표가 나오자마자 보수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 호남에 반도체 산단이 들어설 수 없는 이유를 기사로 쏟아냈습니다. 전력, 물, 인재... 이유도 다양했습니다. 용인에 반도체 산단을 짓겠다고 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던 것들이 광주에서는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 참 많았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그들의 주장을 여러 번 반박했습니다. TV 방송이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서 하나하나 설명하기도 하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강연을 여러 번 하기도 했습니다. 용인 반도체 산단이 지금 당장 취소되어야 하는 이유와 호남권 RE100 반도체 산단의 당위성을 설명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른 채 살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임기 중에 광주 반도체 산단을 완공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이뤄질 때까지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놓지 않고 저의 작은 힘을 보탤 생각입니다.
모두를 위한 반도체 특별 과외

▲<모두를 위한 반도체 특별 과외> 표지
메디치미디어
그 작은 힘 중 하나로 반도체 관련 책을 내놓습니다. 제목은 <모두를 위한 반도체 특별 과외>입니다. 저의 36년 반도체 인생을 엮어 반도체 산업의 흐름을 설명하고, 교양으로써 필요한 만큼의 반도체 지식과 지금 벌어지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변화를 최대한 쉽게 풀어 썼습니다. 여기에 지난 몇 년간 제가 왜 호남권 RE100 반도체 산단 조성을 외쳐왔는지, 그 내용도 함께 담았습니다.
서점에 가면 반도체 관련 책이 참 많고 대부분 내용이 훌륭합니다. 하지만 많은 책이 반도체 업계에 오래 몸담았던 저조차 단번에 이해하기 벅찰 만큼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기초 지식이 없는 독자들에게는 이러한 낯선 용어들이 반도체를 이해하는 데 큰 장벽이 될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독자들은 그저 휴양지 얕은 바다에서 가볍게 스노클링을 즐기고 싶은데, 전문가들은 자꾸만 무거운 장비를 메고 깊은 심해로 들어가는 스킨스쿠버를 강요하는 기분이랄까요.
그래서 <모두를 위한 반도체 특별 과외>는 저자인 저와 함께 반도체 스노클링을 즐길 일반 독자들을 위한 책입니다. 기초 지식이 없어도 가볍게 읽고 나면 경제 기사 한 줄쯤은 막힘없이 술술 읽어낼 수 있는 친절한 안내서를 목표로 썼습니다. 반도체를 전혀 모르는 대통령도 알아듣게 기사를 썼는데, 보통의 상식을 가진 독자 여러분을 위한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당연히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썼습니다.
이 책은 무거운 전문 기술서가 아닙니다. 독자 여러분이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덮은 후, 신문이나 방송에서 반도체 뉴스를 마주쳤을 때 "아, 이게 그런 뜻이었구나!" 하며 반갑게 미소 지을 수 있도록 돕는 가장 만만하고 친절한 길잡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지금부터 짓는 반도체 팹은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방에 짓는 게 맞다"라고 생각해 주는 독자가 한 명이라도 나온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제 인생의 첫 번째 책입니다. 그동안 <오마이뉴스>의 '반도체 특별과외'를 사랑해 주셨던 독자분들이 이 책도 많이 사랑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 책의 '에필로그'를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
오마이뉴스에 '반도체 특별과외' 연재를 시작한 후, 단행본을 내자는 연락을 참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모두 거절했습니다. 회사에 재직 중이라 원고 작업에 온전히 매달리기 어려웠던 탓도 있지만, 진짜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국내 유일의 어린이 교양지인 <고래가 그랬어>에 어린이를 위한 반도체 이야기, '비밀클럽, 반도체'를 연재하고 있었습니다. <고래가 그랬어>는 아이들에게 세상의 다양한 가치와 따뜻한 시선을 전하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소중한 잡지입니다. 저는 이 연재를 무사히 마치고, 그 내용을 모아 펴내는 책이 제 인생의 첫 책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저는 <고래가 그랬어> 창간 초창기부터 '아빠가 읽어 주는 책'과 '봉렬 삼촌의 타산지석'을 연재해 온 오랜 필자이자, 열혈 독자입니다. 이 잡지를 읽으며 자란 제 두 딸이 어느덧 성인이 되었지만, 전 또 다른 '우리 아이들'을 위해 <고래가 그랬어>는 꼭 계속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 아름다운 잡지가 더 많은 아이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묵묵히 살림을 돕고 후원하는 이들의 따뜻한 연대, 그 모임의 이름이 바로 '고래 동무'입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서로를 '고래 이모', '고래 삼촌'이라 부르며 아이들의 미래를 함께 고민합니다. 그렇기에 저의 첫 책만큼은 <고래가 그랬어>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후원하는 일에 온전히 쓰이기를 기대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호남권 RE100 반도체 산단'이 우리 사회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저 역시 오랫동안 몸담았던 싱가포르의 반도체 회사를 정리하고 한국으로 완전히 돌아오게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반도체 산업의 흐름을 보면서 제가 더 이상 물리적 거리나 시간 핑계를 대며 중요한 사회적 논쟁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을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침 그 타이밍에 <메디치미디어>에서 출간 제의가 왔고, 망설임 없이 함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와 페이스북 포스팅을 통한 단발성 소통도 의미가 있지만, 완성된 한 권의 책을 통해 반도체 산업과 RE100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도를 넓히는 작업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호남권 RE100 반도체 산단'에 대한 제 고민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입니다. 이 책이 이제 막 신호탄을 쏘아 올린 호남권 RE100 반도체 산단의 완성을 위한 벽돌 한 장의 역할이라도 해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더불어, 이 책의 인세 중 90%는 <고래가 그랬어>를 후원하는 데 소중히 쓰일 예정입니다. 이 책을 집어 들어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이 곧 '고래 동무'가 되는 거죠. 반갑습니다. 고래 이모, 고래 삼촌. |
모두를 위한 반도체 특별 과외
이봉렬 (지은이), 메디치미디어(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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