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청산사회대개혁 경남행동, 공안탑압저지 국가보안법 폐지 경남대책위는 2025년 12월 1일 경남도청 앞에서 ‘국가보안법 제정 77년, 국가보안법폐지법률안 공동발의 기자회견’을 열어 “이제 국가보안법 없는 대한민국을 누릴 시간”이라고 밝혔다.
윤성효
우리가 이러한 조선의 변화를 직시하면서 조선의 국가성을 인정하고 흡수통일을 실질적으로 배제한다면, '통일 지향적인 적대 관계'를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토대를 만들 수 있다. 헌법 개정이 어렵더라도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은 많다. 대한민국의 일부라는 뉘앙스를 품고 있는 '북한' 대신에 공식 국호 사용의 빈도를 높이고, "북한급변사태" 발생 시 흡수통일 계획을 담고 있는 '충무계획'을 폐지하며, '이북5도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개정해 이북5도청을 '실향민지원청'으로 변경하는 방안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변화는 2004년 이후 사실상 실종된 국가보안법 개폐 논의를 재활성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조선의 국가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하나둘씩 나아갈 때, '북한은 우리 영토를 불법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반국가 단체'라는 대결 시대의 인식·법·제도를 고치는 데에 우리 사회의 수용성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가보안법 개폐의 가장 큰 반대 근거였던 조선의 '남조선 혁명론'도 당규약 및 헌법 개정으로 삭제된 상태이다. 이와 더불어 민주주의와 인권선진국으로서의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 이제는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보낼 때가 되었다.
우리가 추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변화는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과 연합훈련이다. 작전계획과 이를 연습하는 연합훈련 2부는 '반격, 점령 및 안정화 작전, 통일 달성'을 골자로 하는데, 여기에서 점령 및 안정화 작전과 무력흡수통일 달성은 제외하자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 평화공존 추진과 남북·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치에 해당한다.
국방의 범위를 '군사분계선 이남'으로
필자는 최근 펴낸 <자주국방의 가성비>에서 '우리나라 국방의 범위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헌법의 영토조항에 따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인지,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군사분계선 이남'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자 했다.
두 가지가 뒤섞여 있다. 유사시 흡수통일까지 추구하겠다는 것은 전자에 의한 것이고, 한미연합방위체계이든 자주국방이든 최우선 목표를 '대북 억제'로 삼아온 것은 후자에 의한 것이다. 다만 분명한 점은 있다. 국방의 범위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삼는 한, 실질적인 자주국방도,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평화공존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국방의 범위를 군사분계선 이남으로 정의하면, 자주국방과 평화공존에 획기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다. 한편으론 국방의 수요를 크게 낮춰 조선의 위협을 억제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자주국방'을 앞당길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론 '통일지향적인 적대 관계'를 군사적으로도 극복해 '지속가능한 평화공존'의 토대를 닦을 수 있다. 위협의 성격이 달라지고 '적화통일'을 내려놓겠다고 하는 조선의 변화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우리가 이런 방향으로 변한다고 해서 조선이 호응하고 나올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조선의 호응 여부를 떠나 이러한 변화 자체가 우리를 이롭게 한다. "북한에 대한 연고권"을 근거로 평소에도 흡수통일 계획에 사용해 왔던 막대한 인적·물적 자원을 우리 내부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하면, 정말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우리는 대개 한국의 선의에 조선이 호응하지 않는 것을 개탄한다. 그런데 조선은 한국이 먼저 시작한 대북 전단 살포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자 곧바로 상응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에 반해 조선의 변화에 대한 우리의 호응은 너무 더디다. 조선은 '남조선' 대신에 공식 국호를 사용한 지 2년이 지났지만 한국은 여전히 '북한'을 고수한다.
또 상기한 흡수통일과 관련된 법·제도·군사계획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김정은 정권은 이를 근거로 삼아 '한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며,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한 확증편향을 굳건히 한다. 이는 '우리 안의 대북 적대적 요소'를 하나둘씩 바꿔 나가야 남북관계의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변화에 조선이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우리의 변화 자체가 우리를 이롭게 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할 수 있고, '변화를 통한 접근'이 조선의 긍정적인 호응의 가능성을 높일 수는 있다. 필자가 '나부터 이롭게 하면서 관계에도 이로울 수 있다'는 뜻을 담아 '이기이관(利己利關)'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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