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8.02 19:20최종 업데이트 26.08.0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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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27일, 중국 DRAM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长鑫科技, CXMT)가 상하이 증권거래소 커촹반에 상장하였습니다.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 8.66위안 대비 465% 급등하였고, 불과 나흘 만인 7월 31일에는 주가가 59.75위안까지 치솟으며 시가총액이 4조 위안(한화 약 850조 원) 을 돌파하였습니다. 이는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 24위에 해당하는 규모로, 인텔과 텐센트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이 IPO의 최대 수혜자는 재벌가가 아닌 허페이(合肥)시입니다. 허페이 시와 안후이성 국유자산은 창신메모리 발행 전 지분의 약 36.79%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상장 후 지분은 약 33% 수준으로 희석되었지만, 이를 시가로 환산하면 1조 위안(한화 약 212조 원)이 넘는 시세 차익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는 허페이 시의 1년 예산의 약 12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알리바바도 이 투자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초기부터 투자한 알리바바는 알리클라우드와 알리네트워크를 통해 합산 약 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누적 투자액 약 76억 위안(한화 약 1조 6천억 원) 대비 20배가 넘는 평가 차익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알리바바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일 뿐입니다. 진짜 주인공은 허페이시의 공무원들입니다.

그런데 허페이는 왜, 그리고 어떻게 이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을까요?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창업 당시, 허페이는 왜 '미친 도박'을 선택했는가

주이밍 창업자의 기가바이스 창업 당시의 모습.
주이밍 창업자의 기가바이스 창업 당시의 모습. 자료사진

2016년 허페이시는 연간 재정 수입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80억 위안(한화 약 3조 8000억 원) 을 DRAM 반도체에 쏟아부었습니다. 당시 DRAM 시장의 96%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개사가 장악하고 있었고, 중국의 자체 생산 능력은 전무했습니다. 모두가 허페이의 결정을 '미친 도박'이라 했습니다.

그런데 허페이는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요? 그 배경에는 절박함이 있었습니다. 2005년 당시 허페이의 GDP는 853억 위안에 불과했고, 지방 재정 수입은 100억 위안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땅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허페이는 도시가 호수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공업 용지 확보가 극히 제한적이었고, 환경 용량도 이미 한계에 달해 고에너지·고소비 산업은 아예 불가능했습니다. 다른 도시처럼 '땅을 팔아' 재정을 충당할 수도, 공장을 대규모로 유치할 수도 없었던 허페이는 '모든 자원에서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 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이 바로 '전략적 신흥 산업'이었습니다.

이 절박함을 현실로 바꾼 인물들이 있었습니다. 2005년 허페이시 서기에 부임한 쑨진룽(孙金龙) 과 같은 해 허페이시장에 취임한 우춘룽(吴存荣) 이 그 주인공입니다. 쑨진룽은 부임 즉시 '공업 입시(工业立市)'를 선언하고,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며 본격적인 산업 육성에 나섰습니다. 이후 시장에서 시 서기로 승진한 우춘룽은 쑨진룽의 정책을 계승하여 2013년에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집적회로 산업 발전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이는 국가 차원의 반도체 발전 계획보다도 1년 앞선 것이었습니다.

허페이가 이렇게 빠르게 반도체에 주목한 이유는 실용적이었습니다. 허페이는 가전, 평판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모두 '핵심 부품(칩)이 없다'는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특히 2008년 투자하여 성공을 거둔 징둥팡(京东方, BOE) 의 사례가 결정적이었습니다.

당시 허페이는 시 재정의 3분의 1을 투입해 BOE의 6세대 LCD 라인을 유치했고, 이후 BOE를 중심으로 수백 개의 협력사가 허페이에 모여들며 '디스플레이 산업단지를 형성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디스플레이는 만들었지만, 그 디스플레이를 구동하는 칩(DDIC)은 모두 해외에서 수입해야 했던 것입니다. '디스플레이'로 맛본 성공이 '반도체'에 대한 집념으로 이어졌고, '반도체-디스플레이-전기차-AI'라는 허페이식 산업 전략이 탄생했습니다.

허페이가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대학의 존재였습니다. 허페이에는 중국과학기술대학(中科大)이 자리 잡고 있었고, 창신메모리의 전신 프로젝트는 초기 기술 검증 단계부터 중과대 마이크로 전자학원의 연구교수팀(School of Microelectronics, USTC)과 긴밀히 협력했습니다. 2016년 5월 6일, 반도체 기업 기가디바이스(兆易创新) 의 창업자 주이밍(朱一明) 회장이 허페이 지도부와 합의, '중국산 DRAM 완전한 산업체인 자체 구축'을 목표로 '506 프로젝트' 를 공식 출범시켰습니다.

허페이는 과거 가난하고 소외된 도시였다.
허페이는 과거 가난하고 소외된 도시였다. 자료사진

주이밍은 칭화대학과 뉴욕주립대학 출신의 '반도체 전설'로, 이미 기가디바이스를 상장시킨 경험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결정적 행운이 따랐습니다. 2009년 파산한 세계 2위 DRAM 업체 독일의 퀴마다(Qimonda) 가 매각한 1000만 건의 기술 문서와 5000여 건의 미국 특허를 주이밍이 확보한 것입니다. 이는 DRAM 기술 개발에 최소 20년을 단축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허페이 시는 일회성 현금 지원이 아닌, '정부 75%, 기업 25%'의 자금 분담과 기술 가치를 함께 평가하는 전략적 협력으로 창신메모리의 초기 설계를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투자 유치'가 아닌 '투자로 이끌기' 전략을 구사하며, 단순 보조금이 아닌 지분 투자로 기업과 운명을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이 모든 결정은 시 차원의 통합 의사 결정 체계 아래, 시 정부, 투자 펀드 운용사,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허페이모델' 프로세스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이후 10년간 허페이 국유자본은 창신메모리에 1000억 위안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고,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누적 적자 366억 위안(한화 약 7조 8000억 원) 을 기록하는 동안에도 단 한 번도 투자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임시 판자촌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는 18개월 만에 중국 최초의 12인치 DRAM 웨이퍼 공장을 건설하는 기적을 이루었습니다.

훗날 당시 허페이시 서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도박에 지면, 우리는 그저 조금 가난해질 뿐입니다. 하지만 이겨내면, 중국 반도체가 일어섭니다."

허페이는 어떻게 이 일을 해냈는가

허페이의 투자는 결코 '운'이 아니었습니다. 10년간의 인내와 전략적 집중의 결과물입니다.

첫째, 가장 어려운 시점에 진입하였습니다. 2016년, 중국에는 DRAM 반도체 산업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민간 자본은 감히 뛰어들지 못하는 '위험한' 분야였고, 그때 허페이시가 나섰습니다. 창신메모리 1단계 프로젝트에 총 180억 위안이 투입되었고, 그중 허페이 국유자산이 144억 위안(80%)을 부담하였습니다.

둘째, 가장 긴 인내심을 가졌습니다. 창신메모리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였고, 누적 적자만 366억 위안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허페이는 이 긴 '죽음의 계곡'을 묵묵히 견뎠습니다. 그 결과, 2025년에 연간 흑자(18.75억 위안)를 냈고, 2026년 1분기에는 매출 508억 위안, 순이익 247.62억 위안이라는 폭발적인 실적을 거두며 전년 동기 대비 719% 성장을 기록하였습니다.

셋째, 기업 하나가 도시 전체를 바꾸었습니다. 창신메모리는 단순히 세금을 내는 기업이 아니라, 허페이를 중국 최대 DRAM 클러스터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창신메모리 본사가 위치한 허페이 교외 지역은 10년 전만 해도 황무지에 가까웠으나, 지금은 450여 개의 반도체 관련 기업이 밀집하였고, 숙박업소 가격은 도심보다 비싸질 정도로 활성화되었습니다. 창신메모리만 해도 약 2만 명의 직원(연구인력 6259명)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허페이 모델'의 핵심은 관료의 벤처 캐피털 정신

첨단산업 밀집 도시로 성장시킨 허페이 모델.
첨단산업 밀집 도시로 성장시킨 허페이 모델. 자료사진

허페이 시의 공무원들은 단순한 '예산 집행자'가 아닌 '투자자'로서의 전문성을 키워왔습니다. 2008년 경동방(디스플레이), 2016년 창신메모리(반도체), 2020년 니오(전기차)로 이어지는 전략은 중국 언론으로부터 "가장 뛰어난 벤처투자 회사"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허페이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다른 지역 국유자산 투자자들의 반응은 "배우기 어렵고, 감히 배우지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허페이는 초기 단계부터 수백억 위안을 쏟아부었고, 10년간의 적자를 견뎌야 했으며 만약 실패했다면 막대한 책임을 져야 했을 것입니다. 중국의 엄격한 국유자산 투자 관리·감사 제도 아래에서, 대부분의 지방 국유자산은 이처럼 집중된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반도체 연합군'이 뭉친 이유

창신메모리의 투자자 명단은 그 자체로 하나의 '반도체 생태계'를 보여줍니다.

국가 자본으로는 전국사회보장기금(36개 펀드)과 기본연금보험기금이 75억 위안 규모로 참여하였고, 금융권에서는 중국인수, 중국인보, 중우인보험, 타이캉인보험 등 4대 보험사가 가세하였습니다. 반도체 협력사로는 먼티지테크놀로지(澜起科技), AMEC, TFME 등이 전략적 배정에 참여하였고, 주요 고객사인 샤오미, TCL, ZTE, NIO, 체리자동차 등도 대거 합류하였습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 클라우드도 전략적 배정에 참여하였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공급망 안보' 와 '판로 확보' 를 동시에 해결하는 전략적 파트너였습니다. 창신메모리는 이들에게 단순한 '투자처'가 아닌 '함께 성장할 동반자'입니다.

창업자가 선택한 '나눔의 리더십'

기가바이트와 창신메모리 성장의 주역 주이밍 회장.
기가바이트와 창신메모리 성장의 주역 주이밍 회장.자료사진

창신메모리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주이밍은 중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 인물입니다. 칭화대학 물리학 학사, 뉴욕주립대학 스토니브룩 전기공학 석사 출신으로,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다 귀국하여 중국 대표 팹리스 기업인 기가디바이스를 창업하였고 2018년 허페이 시의 제안으로 창신메모리 설립에 핵심적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리더십은 상장 이후 드러났습니다. 2025년 7월, 이사회로부터 15.36억 주의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그는, 그중 50%인 7.68억 주를 전 직원 대상 보상 풀로 제공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상장 후 시가 기준 약 200억~300억 위안(한화 약 4조~6조 원) 규모로, A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 주식 보상으로 평가됩니다. 게다가 그는 상장 후 10년간 전량 매도 금지를 스스로 약속하였습니다.

이러한 결정으로 인해 창신메모리의 직원 약 6760명이 주식 보상을 받게 되었고, 상장 후 237명의 직원이 1000만 위안(한화 약 22억 원) 이상의 자산가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지자체는 왜 이 길을 갈 수 없는가

한국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은 허페이와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첫째, 법적·제도적 한계입니다. 한국 지방공기업은 다른 법인에 대한 출자에 엄격한 제한을 받습니다. 허페이시처럼 수백억 위안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하려면 관련 법령의 벽에 가로막힙니다. 지방정부는 '출자·출연' 외에 민간 벤처에 적극적으로 지분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 극히 제한적입니다.

둘째, 순환보직의 덫입니다. 한국 지방 공무원들은 평균 2~3년마다 보직이 바뀌는 순환보직 시스템 아래에 있습니다. 반도체나 AI 같은 첨단 산업을 이해하고, 10년이라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를 결정하고 지켜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허페이의 성공은 동일한 팀이 10년간 한 우물을 판 결과입니다.

셋째, 실패에 대한 사회적 비용입니다. 허페이 시는 창신메모리가 10년간 누적 적자 366억 위안을 기록하는 동안도 투자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한국 지방자치단체가 유사한 규모의 적자를 감내하며 10년을 기다렸다면, 그 사이 단체장은 탄핵되고 공무원들은 감사원 감사를 받았을 것입니다. '실패'에 대한 사회적 처벌이 너무 가혹한 탓에 한국 공무원들은 '안전한' 예산 집행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이 배울 수 있는 것

허페이는 이런 자체 모델을 통해 10년 만에 30위권 밖의 도시에서 16위권의 준1선 도시로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창신메모리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양자기업(국둔, 국의, 본원양자)의 굴기, 아이플라이텍(iFlytek)의 인공지능, BYD와 NIO로 대표되는 스마트카 혁신 기업들이 도시의 지형을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지자체는 허페이모델 에서 아무것도 배울 수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첫째, '팔로워 전략'으로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습니다. 허페이가 DRAM이라는 초고위험 분야에 단독 베팅한 것은 '특수한 경우'였습니다. 한국 지방이 취할 수 있는 현실적 전략은 중앙정부-지방정부 공동 투자 펀드를 조성하고,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분야(반도체 장비·소재, 배터리 리사이클링, AI 인프라 등)에 분산 투자하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의 모태펀드와 지방자금을 매칭해 '지역 특화 펀드'를 구성하는 방식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둘째, 장기적 안목이 가능한 전문가 집단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순환보직이라는 현실을 인정한다면, 전문성을 가진 외부 인력을 투자 심사 및 운용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민간 벤처캐피털리스트와 공동으로 운용위원회를 구성하고, 정치적 영향력에서 독립된 의사결정 구조를 만드는 것은 중요합니다.

셋째, '공공재적 가치'를 투자 지표에 포함해야 합니다. 허페이는 단순히 '수익'만 보고 투자한 것이 아닙니다. 일자리 창출, 기술 자립, 지역 생태계 조성이라는 공공재적 가치를 함께 고려했습니다. 한국 지자체도 투자 심사 시 '공급망 안보'와 '미래 일자리'라는 장기적 공익을 감안하는 지표를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허페이의 성공은 '지방 소멸 걱정 수준을 넘어 지방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 희망은 '복권 당첨' 같은 우연이 아니라, 10년의 인내, 전문성에 대한 투자, 그리고 실패를 감내할 수 있는 제도적 용기 위에 세워진 것입니다.

AI 기반 산업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지방 공무원들이 고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입니다. 그런데 지역 특산물 축제나 지역 보조금 등으로는 지역 소멸이라는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도 직시해야 합니다. 허페이는 말합니다. 지방이 부자가 되는 길은 '땅 팔아' 번 돈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10년을 기다릴 줄 아는 안목에 달려 있다고. 그 안목을 키우는 데 걸리는 시간이 바로 우리가 다시 풀어야 할 진짜 숙제입니다.
덧붙이는 글 임선영씨는 중국 칭화대 전산언어학 석사를 마친 중국경제전문가이며 <중국경제 미래지도>, <중국AI 미래지도>의 저자입니다. 이 글은 본인의 페이스북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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