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바이트와 창신메모리 성장의 주역 주이밍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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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메모리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주이밍은 중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 인물입니다. 칭화대학 물리학 학사, 뉴욕주립대학 스토니브룩 전기공학 석사 출신으로,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다 귀국하여 중국 대표 팹리스 기업인 기가디바이스를 창업하였고 2018년 허페이 시의 제안으로 창신메모리 설립에 핵심적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리더십은 상장 이후 드러났습니다. 2025년 7월, 이사회로부터 15.36억 주의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그는, 그중 50%인 7.68억 주를 전 직원 대상 보상 풀로 제공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상장 후 시가 기준 약 200억~300억 위안(한화 약 4조~6조 원) 규모로, A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 주식 보상으로 평가됩니다. 게다가 그는 상장 후 10년간 전량 매도 금지를 스스로 약속하였습니다.
이러한 결정으로 인해 창신메모리의 직원 약 6760명이 주식 보상을 받게 되었고, 상장 후 237명의 직원이 1000만 위안(한화 약 22억 원) 이상의 자산가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지자체는 왜 이 길을 갈 수 없는가
한국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은 허페이와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첫째, 법적·제도적 한계입니다. 한국 지방공기업은 다른 법인에 대한 출자에 엄격한 제한을 받습니다. 허페이시처럼 수백억 위안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하려면 관련 법령의 벽에 가로막힙니다. 지방정부는 '출자·출연' 외에 민간 벤처에 적극적으로 지분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 극히 제한적입니다.
둘째, 순환보직의 덫입니다. 한국 지방 공무원들은 평균 2~3년마다 보직이 바뀌는 순환보직 시스템 아래에 있습니다. 반도체나 AI 같은 첨단 산업을 이해하고, 10년이라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를 결정하고 지켜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허페이의 성공은 동일한 팀이 10년간 한 우물을 판 결과입니다.
셋째, 실패에 대한 사회적 비용입니다. 허페이 시는 창신메모리가 10년간 누적 적자 366억 위안을 기록하는 동안도 투자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한국 지방자치단체가 유사한 규모의 적자를 감내하며 10년을 기다렸다면, 그 사이 단체장은 탄핵되고 공무원들은 감사원 감사를 받았을 것입니다. '실패'에 대한 사회적 처벌이 너무 가혹한 탓에 한국 공무원들은 '안전한' 예산 집행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이 배울 수 있는 것
허페이는 이런 자체 모델을 통해 10년 만에 30위권 밖의 도시에서 16위권의 준1선 도시로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창신메모리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양자기업(국둔, 국의, 본원양자)의 굴기, 아이플라이텍(iFlytek)의 인공지능, BYD와 NIO로 대표되는 스마트카 혁신 기업들이 도시의 지형을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지자체는 허페이모델 에서 아무것도 배울 수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첫째, '팔로워 전략'으로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습니다. 허페이가 DRAM이라는 초고위험 분야에 단독 베팅한 것은 '특수한 경우'였습니다. 한국 지방이 취할 수 있는 현실적 전략은 중앙정부-지방정부 공동 투자 펀드를 조성하고,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분야(반도체 장비·소재, 배터리 리사이클링, AI 인프라 등)에 분산 투자하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의 모태펀드와 지방자금을 매칭해 '지역 특화 펀드'를 구성하는 방식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둘째, 장기적 안목이 가능한 전문가 집단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순환보직이라는 현실을 인정한다면, 전문성을 가진 외부 인력을 투자 심사 및 운용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민간 벤처캐피털리스트와 공동으로 운용위원회를 구성하고, 정치적 영향력에서 독립된 의사결정 구조를 만드는 것은 중요합니다.
셋째, '공공재적 가치'를 투자 지표에 포함해야 합니다. 허페이는 단순히 '수익'만 보고 투자한 것이 아닙니다. 일자리 창출, 기술 자립, 지역 생태계 조성이라는 공공재적 가치를 함께 고려했습니다. 한국 지자체도 투자 심사 시 '공급망 안보'와 '미래 일자리'라는 장기적 공익을 감안하는 지표를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허페이의 성공은 '지방 소멸 걱정 수준을 넘어 지방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 희망은 '복권 당첨' 같은 우연이 아니라, 10년의 인내, 전문성에 대한 투자, 그리고 실패를 감내할 수 있는 제도적 용기 위에 세워진 것입니다.
AI 기반 산업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지방 공무원들이 고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입니다. 그런데 지역 특산물 축제나 지역 보조금 등으로는 지역 소멸이라는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도 직시해야 합니다. 허페이는 말합니다. 지방이 부자가 되는 길은 '땅 팔아' 번 돈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10년을 기다릴 줄 아는 안목에 달려 있다고. 그 안목을 키우는 데 걸리는 시간이 바로 우리가 다시 풀어야 할 진짜 숙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