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분기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반도체 사업으로만 89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사진은 30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본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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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논란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도 이 구조 안에서 봐야 한다. 금융당국은 해외 상장 상품과의 규제 차이를 줄이고 투자 선택권을 넓힌다는 취지로 지난 5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을 허용했다.
출시 후 17 거래일 동안 개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를 약 8조 2천억 원 순매수했다. 하루 평균 4800억 원으로, 같은 기간 나머지 모든 ETF에 대한 개인 순매수액의 세 배를 넘는 규모다.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이미 코스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두 종목의 단기 등락에 다시 집중된 셈이다.
그렇다고 이 상품을 폭락의 단일 원인으로 지목해서는 안 된다. 글로벌 반도체주도 함께 흔들렸고 금리·환율·유가, 인공지능 투자에 대한 의심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레버리지 상품은 이미 시작된 하락을 키울 수 있다. 하루 수익률의 두 배를 맞추려면 주가가 오를 때 더 사고, 내릴 때 더 팔아야 한다. 장 마감 무렵 이런 조정 매물이 몰리고 신용거래의 반대매매와 증권사의 위험 회피 매도까지 겹치면 주가 하락이 다시 매도를 부르는 순환이 생긴다. ETF 거래가 많다고 곧바로 기초주식이 크게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한꺼번에 나온 매도를 시장의 매수세가 받아내지 못하면 낙폭은 빠르게 커질 수 있다.
투자자들의 매매 방향도 정면으로 엇갈렸다. 외국인과 기관은 급등한 반도체 비중을 줄이고 이익을 실현하려 했고, 개인은 직접투자와 레버리지 상품을 통해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반등에 베팅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5월 말 이후 변동성 확대를 설명하는 주요 요인으로 이러한 수급 충돌을 지목했다. 사고파는 거래가 많다고 시장이 반드시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 짧은 시간에 큰 매도 주문이 몰리고 이를 받아줄 매수세가 부족하면 주가는 기업가치의 변화보다 훨씬 크게 움직인다.
코스닥이 드러낸 생산적 금융의 빈자리
코스닥의 부진은 자본시장이 생산적 금융의 통로로 충분히 작동하는지를 묻게 한다. 생산적 금융은 자금을 이미 오른 자산의 단기 거래에 머물게 하지 않고, 미래 현금흐름을 만들 기업의 기술개발과 설비투자, 고용과 성장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유통시장의 활력은 기업의 신주 발행과 자금조달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거래와 관심이 소수 대형주와 그 가격변동을 좇는 상품에 편중되면 새로운 생산능력을 만드는 기업으로 자금이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된다.
코스피가 반도체 두 종목 중심으로 급등하는 동안 코스닥 성장기업은 장기자금과 지속적인 평가를 충분히 얻지 못했다. 코스닥은 올해 한때 1200선을 넘었지만 7월 하순에는 현 정부 출범일 종가 750.21보다 낮아졌고, 29일에는 장중 600대 중반까지 추락했다.
수조 원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 빠르게 몰리는 동안 아직 이익이 충분하지 않은 기술기업을 꾸준히 분석하는 리서치와 기관투자자는 부족했다. 기술개발, 수주, 고객 확보와 현금 소진 속도를 계속 살피고, 기업정보와 후속 자금조달, 인수합병, 부실기업 퇴출이 원활히 이어지는 체계를 갖춰야 코스닥이 생산적 금융의 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급락의 경로부터 데이터로 밝혀야
당국이 가장 먼저 할 일은 급락이 어떤 경로로 확대됐는지를 데이터로 밝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 하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외국인과 기관의 현물·선물 매도가 어느 시간대에 집중됐는지, 단일종목 ETF의 환매와 일일 조정 매매, 신용거래의 반대매매가 낙폭을 얼마나 키웠는지를 분석해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도 반도체 산업 전망의 합리적인 재평가와 기계적인 매도로 발생한 초과 하락을 구분할 수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레버리지 상품 하나에 책임을 돌리지 않고 변동성의 전반적인 요인을 살피겠다고 밝힌 방향은 타당하다. 하지만 점검 결과는 '대외 불확실성이 컸다'는 일반적인 설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어느 요인이 언제,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는지를 수치로 제시해야 투자자도 시장의 위험을 제대로 판단하고 정책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수 있다.
금융위원장은 국회 답변에서 개인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투자액을 금융투자자산의 20%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이러한 개인별 투자한도와 함께, 여러 투자자와 금융상품을 통해 같은 종목에 집중되는 시장 전체의 위험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같은 종목에 연결된 ETF·ETN과 선물·옵션 등의 위험을 통합적으로 파악하고, 주가가 급등락 할 때 발생하는 매매 물량이 해당 종목의 평소 거래 규모와 실제 유통물량에 비해 지나치게 커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시장안정조치의 원칙도 분명해야 한다. 공공자금으로 특정 지수나 반도체주의 가격을 떠받치면 시장 스스로 적정 가격을 찾는 기능이 약해지고, 위험한 투자를 정부가 구제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길 수 있다. 반면 매수 주문이 사라지고 자금 부족이 결제 불안과 연쇄 강제매도로 번질 때에는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 개입은 거래와 결제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시장 기능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거래제도도 종목의 특성을 더 세밀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 주가가 급변할 때 거래 속도를 늦추는 변동성완화장치는 파생상품이 많이 연결된 초대형주와 거래가 드문 중소형주에 똑같이 적용하기보다 평소 변동성과 거래량을 고려해 조정해야 한다. 기관의 대규모 매매는 별도의 대량매매 창구를 더 활용해 일반 투자자의 주문이 몰린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하고, 레버리지 상품의 조정 매매가 장 마감 직전에 한꺼번에 집중되지 않도록 나누어 집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높은 지수보다 넓은 시장으로

▲코스피가 전장보다 360.42p(5.98%) 내린 5,663.24로 마감한 지난 7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이날 SK하이닉스 주가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후3시30분 기준 15.8원 내린 1,446.7원을 기록했고, 코스닥은 43.17p(6.12%) 내린 662.68으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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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긴 호흡에서는 국내 장기 기관투자자의 기반을 키워야 한다. 외국인은 한국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고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데 기여하지만, 글로벌 충격이 발생하면 국내 기업의 장기 전망과 관계없이 비중을 줄일 수 있다.
퇴직연금, 개인연금, 장기 공모펀드를 통해 개인 자금을 안정적인 장기자금으로 전환하면 상승기에는 일부 이익을 실현하고 하락기에는 비중을 늘리는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장기 투자자는 기업의 투자와 자금조달, 주주환원, 지배구조를 꾸준히 감시하는 역할도 한다. 다만 연기금에 특정 지수나 종목의 가격을 방어하도록 요구해서는 안 된다.
대표지수와 투자상품의 구성도 다양해져야 한다. 시가총액이 큰 기업일수록 비중이 커지는 현재의 코스피는 시장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는 지표로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연금과 장기 투자상품에는 한 종목의 비중에 상한을 둔 지수, 여러 종목을 비슷한 비중으로 담는 지수, 초대형주를 제외한 지수, 코스피와 코스닥의 우량기업을 함께 담는 지수를 넓게 활용할 수 있다. 국민의 장기자산이 소수 기업의 주가에 지나치게 좌우되지 않도록 투자 경로 자체를 분산하는 방안이다.
정부가 자본시장의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코스피가 몇천 포인트에 도달했는지만 강조하면 소수 대형주의 상승을 시장 전체의 성장으로 오인하게 된다. 오른 종목과 내린 종목의 수,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수익률 격차, 코스닥의 기관투자 비중, 개인의 평균 보유기간, 레버리지 상품의 규모를 함께 살펴야 한다. 지수의 높이보다 얼마나 많은 기업이 상승에 참여했고 그 흐름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 수 있는지가 시장의 건강을 더 정확하게 보여준다.
안정적인 주식시장은 기업 전망이 달라질 때 가격이 조정되면서도 소수 종목 집중과 기계적인 매도 때문에 낙폭이 지나치게 커지지 않는 시장이다. 고배율 상품과 투자자 수급 충돌이 기업가치의 변화를 몇 배로 확대하는 구조는 개선할 수 있다. 자본시장에도 여러 상품과 투자자가 같은 위험에 동시에 노출되는지를 살피는 거시건전성 관점이 필요하다.
코스피 9000의 환호와 5000대의 공포가 한 달 사이에 교차한 지금, 한국 시장은 높은 지수보다 넓은 시장을 선택해야 한다. 자본시장이 생산적 금융의 통로가 되어 장기자금을 더 많은 기업의 기술개발과 설비투자, 고용으로 연결하고, 어느 한 산업의 충격도 시장 전체를 흔들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김용기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대표
포럼사의재
* 필자 소개: 김용기는 연구단체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대표이다. 문재인 정부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고, 공적자금관리위원과 국제금융센터 이사회의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생산적 금융 – 3% 성장과 양극화 완화를 위한 금융 혁신 전략>이 있고, 다음 달 저서 <포용금융 – 금융배제 해소와 회복사다리 구축을 위한 금융 혁신 전략>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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