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어업방식 남해 죽방렴
베은설
죽방렴은 조류의 방향과 속도 등 자연의 흐름을 그대로 이용해 지혜롭게 물고기를 잡는 방식으로, 무척 인상적이다. 어부들이 먼 바다로 나가지 않고도 물고기를 잡을 수 있으며, 살아있는 물고기를 건져 올리니 비늘이나 몸체 손상이 없어 신선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전통 어업 방식인 죽방렴을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남해 죽방렴 멸치다. 죽방렴을 통해 잡히는 물고기들의 80%는 멸치라고 한다. 사실 우리 밥상에서 멸치의 위상은 그리 높지 않다. 멸치 하면 떠오르는 건 밑반찬인 멸치볶음이나 멸치로 육수를 낸 멸치 국수 정도인 걸 봐도 그렇다. 주 메뉴가 되기보다는 부수적인 음식 재료 쯤이랄까.
하지만 남해에선 당당히 메인 메뉴가 되는 것이, 바로 이 은빛 멸치다. 죽방렴 방식으로 잡은 멸치이기 때문이다. 물살이 센 곳에서 사는 물고기들은 살이 단단하고 탄력이 있다. 죽방렴 멸치는 '귀족 멸치'라 불리기도 할 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다. 그래서 남해에 오면 꼭 먹어봐야할 음식이 멸치요리다. 멸치쌈밥, 멸치회무침, 멸치튀김 등 다양한 멸치요리를 접할 수 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게 남해 대표 향토음식인 '멸치쌈밥'이다.
멸치쌈밥이라니, 난생 처음 접하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자작하게 끓여낸 조림을 떠올리게 해 아주 낯설지만은 않다. 뚝배기 바닥에 고사리가 깔려있고 그 위로는 신선하고 큼지막한 생멸치가 듬뿍 들어있다. 그 밖에 무, 양파, 청양 고추 등이 매콤한 양념과 어우러져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남해 향토음식 죽방렴 멸치쌈밥
배은설
상추를 펼친 뒤 밥과 멸치, 고사리를 얹어 만든 쌈을 입안 가득 넣는다. 해산물 특유의 비린 맛 하나 없이 매콤하고, 무엇보다도 통통한 멸치가 더없이 고소하다. 조화로운 맛이 풍부하게 느껴져 그야말로 별미다.
생멸치가 통째로 들어가니 사람에 따라 잔가시가 입안에 살짝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이 느껴져 식감이 살아난다. 또는 가시 없는 순살멸치쌈밥을 파는 곳도 있다. 쌈이 아니라 따끈한 흰 밥에 매콤하고 진한 국물 쓱싹 비벼 멸치 하나 올려 먹어도 맛있다. 밥도둑이 따로 없다.
멸치쌈밥이 매콤함으로 입맛을 살려준다면, 멸치와 각종 야채를 새콤하게 무쳐 또한 입맛을 되살리는 것이 멸치회다. 싱싱한 멸치의 고소함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음식은 멸치튀김이다. 고소하고 바삭바삭한 멸치튀김은 맛은 물론 칼슘 등 영양가도 높아 아이들이 먹기에도 제격이다.
▲죽방렴 멸치튀김
배은설
남해 곳곳을 여행하다 보니 어느새 손에 쥔 보물 쪽지가 수북하다. 보물 쪽지 하나하나 펼치자 그 속에는 아름다운 풍경도, 죽방렴멸치·고사리·마늘 등 먹거리도, 넉넉한 인심도 담겨 있다. 올 여름, 혹 남해로 향하신다면 이곳에서 보물을 찾는 건 아마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누구는 찾고 누구는 못 찾아서 서운할 일도 없다.
보물들 가슴 깊숙이 품고 돌아가는 길, 언젠가 다시 또 생각나겠다. '보물섬' 남해가 가진 또 다른 수식어가 '국민 고향'이란다. 누구나 언제든 품어주는 고향 말이다. 다만 흠이 있다면 그 고향이 너무 아름다워 이곳에 머무르다 돌아서는 순간, 이미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간 흐르고 흘러 그립다 못해 다시 찾게 된 날, 이 섬은 또 무던히 인사해줄 것이다.
"어서 오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