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구의원 공천 헌금 수수 의혹, 아내의 구의회 법인카드 사적 사용 및 수사 무마 의혹, 차남의 대학 편입 및 가상자산 거래소 취업 특혜 의혹을 받는 김병기 무소속 의원이 지난 2월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유성호
주요 경제인 수사도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의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수사는 1년 넘도록 감감무소식이고, 1억원대 뇌물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강호동 농협회장에 대해서도 10개월 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강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수사 착수 6개월만에 이뤄져 눈총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에 올랐다 낙마한 이혜훈씨가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를 부정청약 받은 사건은 서울청금융범죄수사대가 수사중이지만 아직 이렇다할 진척이 없는 상황입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의혹 수사 지연은 경찰 수사력과 전문성에 의문이 드는 사례입니다. 경찰은 지난해 말 쿠팡 본사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에 착수했지만 8개월째 답보 상태입니다. 경찰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벌어진 뒤 쿠팡 의혹 전반을 들여다보겠다며 대규모 전담 태스크포스까지 꾸렸습니다. 경찰은 해럴드 로저스 임시대표를 올해 초 두 차례 조사한 뒤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고, 정보 유출자로 지목된 중국 국적 전 직원의 신병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일각에선 최근 쿠팡 사태가 한미 갈등으로 부각되자 이를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지만, 수사 초기 큰소리 친 것에 비하면 초라한 결과입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권력형 비리 등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방식입니다. 경찰이 검찰개혁 국면에서 검찰 대신 주요 사건을 맡고 있지만 수사 방식은 일반 형사사건의 수사 문법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정치·경제 권력을 향한 수사는 신속한 압수수색을 통한 물증 확보와 관련자들에 대한 저인망식 조사가 필수적인데, 경찰 수사는 기약없이 늘어지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고소·고발인 조사에 상당한 시간을 소요하거나, 핵심 피의자를 장기간 수차례 부른 뒤에야 결론 내는 방식은 주변인 진술, 물증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는 권력형 비리 수사에 맞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 시각입니다.
대다수 국민은 검찰개혁에 동의하면서도 앞으로 수사 비중이 커질 경찰의 수사 역량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장윤기 사건처럼 경찰의 사건 암장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경찰의 범죄 대응 능력, 특히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제대로 할지 의심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를 불식하려면 경찰은 지금보다 수사 능력을 키워야 하고,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결연한 자세도 필요합니다. 주요 사건에서 국민적 기대수준과 속도감에 미치지 못한 수사가 반복된다면 경찰에 대한 회의감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어떻게 얻을 것인지 답할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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