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미국 워싱턴 D.C.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협회(WHCA) 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트럼프 2028' 모자를 던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미국 중간선거는 전국 득표율로 승자를 정하지 않는다. 하원 435석은 각각의 선거구에서 따로 결정된다. 민주당이 전국에서 더 많은 표를 얻고도 하원 다수당이 되지 못할 수 있는 이유다.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구 재조정과 게리맨더링, 민주당 표의 도시 집중은 민심을 의석으로 바꾸는 과정에 개입한다. 실제로 하원 다수당을 가를 초접전지는 20곳 안팎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수천만 명의 표가 움직여도 최종 승부는 몇몇 교외 지역에서 갈릴 수 있다.
상원의 벽은 더 높다. 민주당은 현재 의석을 모두 지키면서 네 석을 더 얻어 최소 51석을 확보해야 한다. 50대 50이 되면 부통령의 결정표 때문에 공화당이 다수당을 유지한다. 전국 여론이 민주당에 조금 유리한 정도로는 부족하다.
미시간과 조지아, 뉴햄프셔는 민주당의 핵심 방어 지역이다. 노스캐롤라이나와 메인에서 이겨도 오하이오나 아이오와처럼 트럼프가 강했던 지역의 추가 승리가 필요하다. 하원은 민주당에 유리한 선거로도 바뀔 수 있지만, 상원까지 바뀌려면 훨씬 강한 흐름이 필요하다.
후보와 투표율도 마지막 몇 퍼센트를 결정한다. 트럼프가 직접 투표용지에 오르지 않는 선거에서 공화당 핵심 지지층이 얼마나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트럼프의 지지로 경선을 통과한 강경 후보가 본선의 중도층까지 얻는다는 보장도 없다. 민심은 앞으로 100일 동안 움직일 수 있지만, 선거구와 상원 지형은 움직이지 않는다.
누가 투표하고 누가 표를 셀 것인가
민심이 의석으로 바뀌기 전에 또 하나의 문턱이 남아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유권자 등록 때 시민권 증명과 신분증을 요구하고, 우편투표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시민만 투표하도록 하고 선거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민주당과 시민권 단체의 반론은 다르다. 비시민권자의 연방 선거 투표는 이미 불법이고 실제 적발 사례도 매우 드문데, 광범위한 서류 요구는 합법적인 유권자까지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쟁점은 투표 자격의 원칙보다 그 자격을 증명할 책임을 누구에게 얼마나 지울 것인가에 가깝다.
미국 선거는 기본적으로 주정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시민권자 명단과 우편투표 절차에 대한 연방기관의 관여를 확대하려 한다. 우편 표를 언제까지 인정할지, 누가 유권자 명부를 관리하고 최종 결과를 인증할지를 둘러싼 충돌도 커지고 있다.
몇천 표로 승부가 갈리는 지역에서는 어떤 신분증을 인정하고 언제 도착한 우편 표까지 셀 것인지가 결과를 바꿀 수 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더 많은 지지를 받느냐만이 아니다. 어떤 표를 표로 인정할 것인지, 그리고 누가 그 판단을 내릴 것인지까지 승부 안으로 들어와 있다.
민심을 권력으로 번역하는 법
선거 100일 전 확인된 것은 트럼프를 견제하려는 여론이다. 생활비 부담과 이란 전쟁은 그 흐름을 키우고 있고, 민주당 지지층의 참여 열의도 높다. 그러나 반트럼프 정서가 민주당에 대한 신뢰로 바뀐 것도, 전국의 여론이 실제 의석으로 번역된 것도 아직 아니다.
남은 기간 고용과 물가, 휘발유 가격과 이란 협상은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다. 생활비와 전쟁이 선거를 지배할지, 이민과 범죄가 그 자리를 차지할지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하원 선거구와 상원 일정은 움직이지 않는다. 누가 투표할 수 있고 어떤 표를 인정할지를 둘러싼 제도적 문턱도 그대로 남는다.
민주당이 하원을 가져가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책을 밀어붙이는 대통령에서 조사와 예산 갈등에 대응하는 대통령으로 바뀐다. 상원까지 잃으면 인사와 사법부 구성에도 강한 제동이 걸린다. 하지만 이번 선거의 의미는 트럼프가 얼마나 약해지느냐에만 있지 않다.
민주주의의 제도는 민심을 그대로 복사하지 않는다. 때로는 순간적인 다수의 충동을 걸러내고, 지역과 소수의 목소리를 보호한다. 그러나 제도가 국민의 판단을 지나치게 오래 차단한다면 안전장치는 책임정치를 미루는 방파제로 변한다.
2026년 미국 중간선거가 던지는 질문도 여기에 있다. 유권자는 대통령을 심판하려 하는데, 그 심판은 실제 권력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가. 남은 100일의 진짜 승부는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만 있지 않다. 미국 민주주의가 민심을 정치적 책임으로 번역할 수 있는가의 승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