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에 쌓인 쓰레기를 훑어보는 선장
양성윤
육상정화는 정오 무렵에 시작했다. 미끄러운 돌이 많은 해안은 다이버가, 나머지 해안은 육상정화 팀이 담당했다. 쓰레기 포대를 수거하는 절차는 간단치 않았다. 선박이 정박하기에는 해안 근처가 수심이 얕았던 것이다. 해안에 쌓인 포대를 다이버가 대기 중인 모터보트까지 끌어왔다. 모터보트가 포대를 다시 크레인선에 넘겼다. 크레인선이 포대를 올려 실으면 한 차례가 끝났다. 이 과정은 세 시간 넘게 반복되었다.
나는 정화활동을 지켜보던 선장에게 이렇게 쓰레기를 치우면 효과가 있는지 물었다. 선장은 안타까움이 깊게 밴 목소리로 답했다. 아무리 치워도 다음 물때에 해류가 쓰레기를 다시 실어 온다고, 인근의 무인도 수십 곳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고. 할 말이 없어지는 대답이었다. 그때 크레인선이 재차 눈에 들어왔다. 주황색 포대가 크레인선 후미에 쌓여가고 있었다. 모터보트 두 대는 쉬지 않고 포대를 실어 날랐다. 현장을 지휘하는 정 국장의 육성이 들려왔다. 선상에는 다이버 팀이 최대한 수거한 납봉돌 자루가 놓여 있었다.
소풍쯤으로 낙관했던 해양정화활동은 대규모 군사작전에 가까웠다. 이 작전의 핵심 전력은 전국에서 모인 자원봉사자였다. 곁에서 지켜본 자원봉사자는, 인간이 더럽힌 바다를 안타까워하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바로 그 안타까움이 그들을 제주행 비행기에 태웠고, 차귀도로 이끌었던 것이다. 다만 차귀도처럼 정화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무수히 많은 것뿐이다. 납봉돌의 무덤인 차귀도 수중처럼, 정화의 발길이 닿지 못하는 곳이 곳곳에 있는 것뿐이다. 그런 곳에 쌓인 쓰레기는 인간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 것뿐이다. 인간은 일개 소대였고, 해양 쓰레기는 군단이었다. 그것이 선장이 들려준 안타까움의 진짜 의미였다.
육지로 향하는 배 위에서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변함없이 찌를 드리우는 낚시꾼들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숫자가 말하지 않는 숫자들
나는 제주도를 떠나면서 법을 찾아봤다. 납봉돌 낚시를 단속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선장의 말을 잊을 수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납봉돌 낚시를 단속할 근거가 두 개 존재한다.
납봉돌은 '낚시 관리 및 육성법' 제8조가 금지하는 유해 낚시도구에 해당한다. 제조와 수입뿐 아니라 사용도 금지 대상이다. 납이 수생태계를 해치는 중금속이기 때문이다.
자연유산법은 천연기념물의 수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를 국가유산청장의 허가 대상으로 규정한다.
차귀도는 국가유산청이 지정하고 제주도가 관리하는 천연보호구역이다. 차귀도에 '사실상' 없었던 것은 제주도에서 파견한 단속 인력이었다. 지켜야 할 자들이 방기한 차귀도를 돌본 이들은, 쓰레기와 납봉돌을 주워 올린 자원봉사자들이었다. 그들이 이룬 성취를 숫자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청소한 해안선 길이 90m, 수거한 쓰레기 2300kg.
해양생물다양성을 보존하자는 범지구적 요구에 맞춰서,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육상·해양의 최소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른바 '30by30' 프로젝트는 어떤 숫자를 기록하고 있는가. 한국의 해양 영토는 약 43만 8천㎢이다. 2021년 기준 MPA의 총면적은 약 8085㎢, 해양 영토의 약 1.8%에 해당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해양수산부의 지정 면적과 기후에너지환경부, 국가유산청의 지정분을 합친 것이다. 30by30을 달성하려면 4년 안에 약 12만 3300㎢를 새로 지정해야만 한다.
기사를 쓰면서, 나는 3월에 보았던 화면 속 숫자를 다시 확인했다. MPA 지정 개소와 보호 면적을 누적한 그래프는 여전히 우상향했다. 그래프의 숫자가 침묵하는 사실이 있었다. 호미곶에서 마주쳤던 정체불명의 물은 양식장 배출수였다. 배출수는 연안을 부영양화시킨다.
숫자는 다른 숫자들도 말하지 않았다. 갯녹음에 질식하는 백도 암반의 수, 차귀도와 주변 무인도에 해류가 쌓고 있을 쓰레기의 규모, 전국의 MPA에서 낚시꾼들이 던져대고 있을 납봉돌의 수 말이다. 이것은 우리가 신경 쓰지 않는 한 화면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