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혼인색을 띠는 ‘민물계의 멋쟁이’ 묵납자루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있으며, 암컷이 민물조개 속에 알을 낳는다
물들이연구소
민물고기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무분별한 개발'과 '무지(無知)'
미국의 생태학자 알도 레오폴드(Aldo Leopold)는 '현명하게 보존하는 첫 번째 규칙은, 우리가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 생태계의 모든 조각을 하나도 잃지 않고 간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4년 전, 대구시는 금호강을 시민 이용 중심의 친수공간으로 바꾸는 '금호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 소식을 들은 성무성 대표는 대구환경운동연합과 함께 금호강에서 팔현습지까지 거슬러 오르며 수중 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얼룩새코미꾸리'의 서식을 확인했다.
평생 민물고기를 연구한 학자들조차 "그게 아직도 살아있었어?"라며 반신반의했을 정도의 놀라운 발견이었다. 이후, 수달과 수리부엉이 등 약 20종의 법정보호종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팔현습지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임이 입증되었다. 그 결과, 팔현습지에 예정됐던 보도교 설치 공사는 현재 일시 중단된 상태다.
한편 강원도 원주의 섬강은 인간의 무지가 생태계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보여주는 현장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꾸구리가 서식하는 그곳은, 올 초까지만 해도 사륜구동 차량들이 굉음을 내며 물길을 휘젓고 지나가는 '오프로드 놀이터'였다. 차가 지나간 후, 강바닥의 돌을 들어보면 차량 바퀴에 짓이겨져 죽은 꾸구리를 비롯한 수많은 물고기 사체가 쏟아졌다. 명백히 수중 '학살'이었다. 단지 재미로, 오락용으로 물고기를 죽이는 현실에 분노한 성무성 대표는 지난 4월 JTBC에 이 비극적인 실태를 제보했고, 이후 차량 통행 차단 조치가 이루어지며 꾸구리 서식지는 비로소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성 대표는 '무단 방류' 또한 물고기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경고한다. 하천에는 수만 년간 이어져 온 민물고기들만의 고유한 생태 질서가 있는데, 무단 방류는 그 균형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우리 민물고기인데 아무 데나 놔주면 어때?'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민물고기도 개, 고양이와 똑같아요. 그건 엄연한 '유기'입니다. 민물고기 역시 책임지지 못할 거면 키우면 안 돼요. 도저히 못 키울 상황이라면, 반드시 처음 데려온 그 자리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사라진 '생태감수성', 내 집 앞에 어떤 물고기가 사는지 아시나요?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물고기를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취급할까? 동물행동학자인 조너선 밸컴은 그의 저서 <물고기는 알고 있다>에서 '얼굴 표정을 알 수가 없고, 외견상 벙어리인 것처럼 보이므로, 물고기들은 다른 척추동물보다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묵살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조너선 밸컴에 따르면, 물고기는 지각력이 있고, 의식 수준이 높다. 물고기가 감정이 없고, 고통을 못 느낄 것이라는 인간의 섣부른 추측은 어류를 향한 생태감수성을 무디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성무성 대표는 환경단체들의 생태감수성이 예전만 못하다고 꼬집었다. 최근 그들은 기후 위기나 탈원전, 쓰레기 문제와 같은 거대 담론이나 정치적 이슈에만 관심을 가지지, 정작 우리 곁에서 사라져가는 작은 생명체들에는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성 대표는 쓴소리를 굳이 삼키지 않았다.
"내 집 앞 물고기도 못 지키면서, 왜 머나먼 곳에 사는 북극곰이나 펭귄을 걱정합니까?"
북극곰을 걱정하는 마음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이는 거대 담론에만 치우친 현실에 대한 따끔한 일갈이다.
성 대표는 언젠가 멸종위기종 서식지 하천 공사 때문에 지역 환경단체에 전화한 적이 있다. 그런데 '뭐, 공사를 할 수도 있지!'라는 무심한 반응에 매우 놀랐다고 한다. 민물고기 서식지를 빼앗기게 생겼는데, 저항조차 안 하고 눈감아주는 행태에는 문제가 있었다. 그는 '환경단체의 여건이 어렵다는 건 잘 알지만, 지금은 현장 중심의 활동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민물고기 서식지를 제대로 지켜내려면, 환경단체가 정치권 및 학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환경단체와 학계 사이에는 4대강 사업을 기점으로 서로에 대한 불신과 보이지 않는 갈등이 깊어졌다. 그 사이에서 학계의 막연한 의심을 받으며 크게 마음고생한 바 있는 성 대표는 어류학자와 환경단체가 이제는 마음의 벽을 허물고, '물고기 서식지 보호'라는 대의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무성 대표의 생태교육 현장성 대표가 동아사이언스에서 주관하는 ‘지구사랑탐사대’ 대원들에게 민물고기 현장교육을 하고 있다. 지구사랑탐사대는 생태전문가와 함께 우리 주변의 생물종을 탐사하고 기록하는 시민과학 프로젝트다
동아사이언스
물속 작은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열쇠는 '시민들의 관심'
성무성 대표는 4년 전 '어류 연구의 중심이 되겠다'는 포부를 담아 '물들이연구소'를 설립해, 현재 민물고기 교육과 생태조사, 서식지 보호 등 다각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사라져가는 물속 생명들을 지키고 하천의 질서를 되찾기 위해서는, 한 개인의 헌신만으로는 부족하다.
지난해 그는 울산 태화강에서 '민무늬 둑중개'를 발견했다. 이는 시민들이 직접 자연에서 관찰한 동식물과 생태 현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플랫폼 '네이처링' 덕분이었다. 한 시민의 관심 어린 관찰로 인해 경주, 포항의 몇 안 되는 하천에 살던 민무늬 둑중개의 서식지가 새로이 발견된 것이다. 이처럼 시민의 관심은 지역 생태계를 지키는 감시망이며, 더 나아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성 대표에 따르면, 그 시작은 어렵지 않다.
"아주 작게, 가까이에서 시작하면 돼요. '우리 동네 하천에 어떤 물고기가 살고 있을까?' 알아보면 됩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예쁜 물고기들을 만날 수 있어요."
이른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물속을 누비고, 인터뷰까지 마쳐 지쳤을 법한데도, 그날 저녁 성 대표는 또다시 야간 어류 조사를 위해 강으로 향했다. 그가 물을 찾는 이유는 단 하나, 물고기들이 불쌍해서다. 이 밤에 또 가시냐고 묻는 내게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되니까요"였다.
우리는 멀리 있는 북극곰을 걱정하느라 정작 바로 우리 곁의 물속 생명은 외면했는지 모른다. 물속을 들여다보는 일은 결코 거창한 일이 아니다. 우리의 작은 관심은 민물고기라는 존재를 넘어 우리 생태계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자연과 다시 연결되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서 우리에게 생각지도 못한 기쁨을 안겨줄 것이다.
▲ 합강에서 만난 귀여운 치어 한 마리 누구나 물고기와 친구가 될 수 있으며, 그 친구들을 지킬 수 있다 ⓒ 사회적협동조합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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