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7.23 16:40최종 업데이트 26.07.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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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7월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와 14일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은 새 정부 산업정책이 지난 1년 사이 어디까지 이동했는지를 보여준다.

지난 2025년 8월 정부는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AI 로봇·자동차·선박·반도체, 전력망·바이오·콘텐츠 등 30대 선도프로젝트를 정하고 재정·세제·금융·인력·규제를 묶어 지원하겠다고 했다.
올해 1월에는 거시경제 관리, '반도체+α', AI·녹색 전환, 생산적 금융, 지방성장과 양극화 대응을 포괄하는 4대 분야·15대 과제로 정책체계를 확대했다.


두 개 전략 모두 많은 기술과 산업을 넓게 펼쳐 놓고 각각의 지원책을 붙이는 포트폴리오형 전략의 성격이 강했다.

최근 발표된 하반기 전략은 기존 전략을 폐기한 새로운 전략은 아니다. 정부 스스로 연초 밝힌 88개 과제 가운데 84개가 계획대로 이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책의 무게중심과 작동방식에는 분명한 변화가 있다.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3대 메가프로젝트로 끌어올리고 재정의 최우선 순위를 부여했다. 이전의 넓은 정책 포트폴리오 안에서 세 임무를 끄집어내어 국가역량을 집중하고, 여러 부처의 역량과 정책수단을 같은 목표와 시간표에 맞추려는 것이다.

13일 재정전략회의가 재정의 우선순위와 다년도 투자 방향을 제시했다면, 14일 성장전략은 이를 산업·금융·지역·노동정책으로 구체화했다.

변화의 핵심은 예산과 행정을 세 임무에 맞춰 재배열한 데 있다. 이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평가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개별 사업의 집행률보다 전력·용수·부지·인재 등 핵심 제약을 얼마나 빨리 해소했는지가 중요하다.

선택·결합·순환

정부 산업정책의 변화는 '선택·결합·순환'의 세 가지 분석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선택이다. 이전에는 반도체뿐 아니라 방산·바이오·철강·석유화학·K-컬처 등 여러 산업을 폭넓게 육성하는 데 초점이 있었다. 이번에는 이 과제들을 유지하면서도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를 최우선 임무로 끌어올렸다.

반도체는 AI 연산에 필요한 칩과 메모리를 공급하고, 데이터센터는 그 연산을 수행하며, 피지컬 AI는 AI의 판단을 공장 설비·로봇·자동차·선박의 실제 동작과 작업으로 구현한다.

세 사업은 독립된 산업 목록이라기보다 하나의 AI 생산망을 구성한다. 정부는 이 생산망을 구성하는 생산능력과 컴퓨팅 기반, 산업현장의 AI 활용능력을 우선 해결 과제로 끌어올린 것이다.

두 번째는 결합이다. 정부는 팹이나 데이터센터 건설비만 지원하려는 것이 아니다. 전력·용수·산업부지·송전망·소재부품·인력·교통·주거를 기업의 투자 일정에 함께 맞추려 한다.

기업은 설비와 기술에 투자할 수 있지만 이런 인프라를 혼자 만들지 못한다. 개별 기술을 지원하는 데서, 기술이 실제 대규모 생산으로 이어지는 조건 전체를 범정부 임무로 삼는 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지방정책도 이전재원을 나누는 방식보다 반도체 생산기지, 데이터센터, 로봇 양산거점, 대학과 정주여건을 결합하는 새로운 산업지도 구축에 가까워졌다.

세 번째는 순환이다. 미래대응기금은 반도체 호황 등으로 늘어난 세수를 청년·성장동력·지방·인재에 투자하려는 장치다.

투자형 연구개발과 국부펀드는 성공한 투자의 일부를 다음 투자로 돌리는 길을 넓힌다. 정부는 반도체·AI 생산능력의 성과를 청년의 숙련, 지역의 산업기반, 중소기업의 AI 활용능력으로 재투자하는 순환구조를 만들려 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전환을 재촉한 것은 경제여건의 급박한 변화였다.

AI가 촉발한 반도체 호황으로 성장률·수출·세수 전망이 크게 높아져 선제투자의 기회와 재원이 생겼기 때문이다. 반면 취업자 증가는 약하고 비IT 산업과 지방으로 온기가 충분히 퍼지지 않아 성장의 폭이 좁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중동전쟁과 잇단 공급망 충격은 전력·에너지·핵심물자의 자립이 주변적 과제가 아님을 확인시켰다.

정부는 세계적 투자경쟁에서 시간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호황을 장기 생산능력과 더 넓은 참여기회로 바꿔야 하는 이중 과제에 직면했다.

세 가지 변화는 서로 따로 떨어진 조치가 아니다. 정부는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에 우선순위를 두고, 전력·용수·부지·인재를 같은 일정에 맞추며, 그 과정에서 생긴 세수와 기술·시장기회를 다시 청년·지역·중소기업의 역량으로 돌리려 한다.

김용범의 AI 생산혁명론

김용범 정책실장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7.21
김용범 정책실장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7.21연합뉴스

이러한 정부 정책의 변화는 AI 경쟁이 개별 기술의 우열을 넘어, 국가 전체의 생산능력을 얼마나 빨리 구축하고 그 성과를 다음 성장으로 연결하느냐의 경쟁이라는 판단에서 김용범 정책실장의 'AI 생산혁명론' 연작과 만난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모델·컴퓨팅·반도체·팹·전력과 용수, 제조역량이 함께 갖춰져야 AI가 실제 생산능력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따라서 국가의 역할은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 혼자 마련하기 어려운 생산기반을 제때 연결하는 데까지 넓어져야 한다.

그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다시 노동과 분배로 확장된다. AI가 청년의 첫 일자리와 숙련 형성 경로를 줄이고, 컴퓨팅·데이터에 대한 접근 격차를 키운다면 사후적인 소득보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람들이 새로운 생산과 성장에 참여할 수 있는 경로까지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등이 참여한 공동성명 'We Must Act Now'를 거론하며, 변화가 본격화된 뒤가 아니라 지금 새로운 제도와 거버넌스를 준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과도 연결했다.

그 문제의식은 계속 확장되고 있다. 처음에는 전력망·산업부지·공급망을 갖추는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는 국가'를 말했다. 이어 장기투자와 초기비용, 청년의 첫 경력, 공공의 기여와 성과 환류를 묶는 '생산관계를 조직하는 국가'로 나아갔다. 최근에는 공공구매와 공공 AI로 첫 수요와 신뢰를 만들되 시장이 자립하면 물러나는 '시장을 조직하는 국가', 더 나아가 한국의 컴퓨팅과 공공서비스 운영방식을 다른 나라의 수요·데이터·개발금융과 연결하는 '세계를 연결하는 국가'를 제시했다.

AI 생산혁명론은 이번 정책 전환의 원인도, 이미 나온 정책을 뒤늦게 설명하는 해설도 아니다. 정책 현장에서 나타난 변화를 국가 역할의 문제로 확장하고, 정부 전략이 아직 충분히 답하지 못한 과제를 제기하는 진행형 정책담론에 가깝다.

청년의 첫 경력, 공공의 기여와 성과 환류, 정부의 시장 진입과 퇴장, 국내 생산능력과 해외 수요의 연결이 그것이다. 정부 정책과 김 정책실장의 담론은 서로의 빈틈을 드러내며 함께 진화하고 있다.
결국 3대 메가프로젝트의 성패는 규모가 아니라, 새 생산능력이 국민의 기회와 지역·중소기업의 성장, 세계의 수요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김용기
김용기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대표포럼사의재

*필자 소개 : 김용기는 연구단체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대표이다. 문재인 정부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고, 공적자금관리위원과 국제금융센터 이사회의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생산적 금융 – 3% 성장과 양극화 완화를 위한 금융 혁신 전략>이 있고, 다음 달 저서 <포용금융 – 금융배제 해소와 회복사다리 구축을 위한 금융 혁신 전략>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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