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중 가장 좋았던 하루9년전, 독일 드레스덴에서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탔던 하루. (한국 사람에게 찍어달라고 했다면, 저렇게 찍어주지 않았을텐데.)
김지은
나에게도 '지금, 여기, 우리'를 놓치지 않았던 순간이 있다. 지금 중3인 아이가 일곱 살일 때, 집을 팔아 3개월 동안 여행을 떠났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긴 시간을 내기 어려울 테니, 그 시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기대와 달리, 가족과 24시간 붙어 지내야 하는 상황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자주 투덜댔다. 사기를 당하고,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길게 예약한 숙소의 컨디션마저 좋지 않는 등 예상 밖의 일들도 있었다. 초반에는 서로 예민해져 날을 세우기도 했지만 결국은 이해하고, 허허허 하는 너털웃음으로 넘기는 내공을 갖게 되었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팔았던 집값이 두 배도 넘게 뛰어서 주위의 비웃음을 샀다. 내 집 마련은 아주 요원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 뒤로 9년이 흘렀다. 얼마 전 책을 읽다가 책 속의 한 문장에 한참 머물렀다. '살면서 제일 좋았던 하루'를 떠올릴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언제일까. 곧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아 남편에게 물었는데 그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십 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생각났다.
"나 생각났어! 우리 스톡홀름 놀이동산 갔던 날."
"나도 하루 생각났어. 드레스덴에서 강변 따라 자전거 탄 날."
"참, 컨디션 좋지 않은 몰디브 숙소에서 탈출한 날도 좋았지."
평생에 가장 좋았던 하루가 3일이나 되다니. 갑자기 흥이 났다. 집을 판 게 아깝지 않았다. 사춘기 아이와 이야깃거리가 없을 때마다 그때의 여행은 어김없이 대화 소재를 제공한다. 힘들었던 일도 지나고 나니 웃으며 떠올릴 추억이 되었다. 알고 벌인 일은 아니지만 과거의 우리가 '지금, 여기'를 놓지 않아 현재에 그 덕을 보고 있는 셈.
내 주변의 가족, 친구, 지인들을 떠올려본다. 그들과 지금, 여기서 어떤 일을 함께 도모할 수 있을까. <해피투게더>의 출연자들처럼 나도 이후에 두고두고 꺼내 쓸 수 있는 행복 적금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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