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0일, 바라나시에서 바나라스 힌두 대학교(BHU) 학생들이 ‘바퀴벌레민중당(CJP)’과 연대하여 의대 입학시험 문제 유출 사건과 관련해 다르멘드라 프라단 인도 교육부 장관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 도중 피켓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20일 자
AP통신에 따르면, 인도 시각으로 이날 CJP 지지자 수천 명이 경찰의 불허 조치를 무시하고 의회를 향해 돌진했다. 시위대는 바리케이드를 향해 돌진했고, 경찰은 최루탄을 터트리며 곤봉으로 두들겼다. 시위대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AP는 제3기 모디 내각하에서 드물게 나온 공개적 도전이었다고 평한다.
CJP 당원들과 지지자들은 바퀴벌레로 불리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영어 일간지인 지난 5월 16일자 <타임스 오브 인디아>에 따르면, 이런 호칭의 발단은 금요일인 5월 15일에 있었다.
그날 인도 대법원은 자신이 명예로운 법률가 타이들인 선임변호사(Senior Advocate)로 지정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는 어느 변호사의 청구를 심리했다. 재판부는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변호사에게 사법부가 부여하는 그 타이틀이 자신에게도 주어져야 한다는 변호사의 주장에 거부감을 느꼈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수리야 칸트 대법원장이 이런 말을 했다고 알려준다.
"제도에 도전하는 사회의 기생충들이 이미 존재하는데, 당신은 그들과 손잡고 싶은 거요?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전문 분야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바퀴벌레 같은 청년들이 있습니다."
명예로운 지위를 요구하는 변호사를 겨냥해 대법원장은 기생충과 바퀴벌레를 운운했다. 또 직장을 구하지 못한 청년들을 바퀴벌레에 빗댔다. 이 망언은 다음날부터 세상에 널리 퍼져, 교육제도나 청년실업 등에 대한 청년들의 분노와 결합하면서 인도 사회를 동요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30세의 미국 유학생인 아비지트 디프케(Abhijeet Dipke)는 '모든 바퀴벌레가 뭉친다면?'이라는 글을 써서 바퀴벌레민중당이 만들어지는 계기를 제공했다. "그래, 우리는 바퀴벌레 맞다"라는 식의 대중적 반감이 이 운동을 촉발시켰다고 볼 수 있다.
SNS 등을 통해 밈을 퍼트리며 개혁을 부르짖는 Z세대는 가급적 폭력을 삼가고 있다. 2024년 7월 2일(현지 시각)의 케냐 시위 때처럼 폭력과 약탈이 수반되는 경우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평화로운 편이다. 온라인을 통해 강력한 여론의 힘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무력 시위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므로 오프라인 시위에서 굳이 거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 Z세대 시위의 강점이다.
바퀴벌레운동에서도 그런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달 20일 시위 때 경찰 바리케이드를 앞에 두고 거친 장면이 연출되기는 했지만, 이 운동은 연좌농성이나 평화행진 같은 비폭력적 수단들에 의존하고 있다. 거기다가 인도 근현대사를 연상시키는 상징적 이미지도 나타나고 있다. 마하트마 간디와 함께 떠오르는 비폭력 운동은 이번 시위의 명분을 대중에게 어필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간디의 비폭력 운동, 소남 왕축의 단식

▲지난 19일 ‘바퀴벌레민주당(CJP)’ 지지자들이 인도 뉴델리의 잔타르 만타르에 모여 구호를 외치며 손전등 기능을 켠 휴대전화를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간디는 53세 때인 1922년에 선동죄로 기소돼 6년 형을 선고받았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로맹 롤랑의 <마하트마 간디>에 따르면, 이때 간디가 감옥 밖으로 내보낸 메시지는 "평화, 비폭력, 고통"이다.
이 책은 그 메시지가 온 나라에 퍼졌다고 한 뒤, 수천 명이 감동을 받고 '나도 잡아가라'라며 스스로 체포나 투옥을 자청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런 다음, "다른 어떤 것보다도 놀라운 본보기인 비폭력과 고통은 그 신성한 말이 이 민족의 영혼에 스며든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평한다.
간디의 비폭력 운동에서는 단식이 커다란 효과를 발휘했다. 이는 상대방을 압박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자기편을 단결시키는 수단이었다. 1918년에 아메다바드 지방의 방직공장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다가 스스로 지쳐 맥이 빠지는 단계에 이르자, 간디는 그들을 단결시키는 방법으로 단식을 선택했다. 함석헌이 번역한 <간디 자서전>에 따르면, 간디는 노동자들에게 이렇게 선언했다.
"파업자들이 한데 뭉쳐서 해결이 날 때까지 파업을 계속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한 사람도 남김 없이 다 공장을 떠나든지 할 때까지, 나는 아무 음식도 입에 대지 않겠습니다."
간디는 파업 성공을 위해 사용자 측을 공격하지 않고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하는 쪽을 택했다. 그러자 노동자들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간디 자서전>은 "직공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이었다"라고 한 뒤 이런 장면을 보여준다.
"노동자들은 부르짖었다. '아닙니다. 저희가 단식하겠습니다 선생님이 단식하신다는 건 말도 안 됩니다. 우리의 잘못을 용서해주십시오. 이제 우리는 끝까지 맹세를 지키겠습니다.'"
비폭력운동 방식이 대중을 결집시키는 명분이 되고 이 과정에서 단식이 사용되는 방식은 지금의 바퀴벌레운동을 이끌어가는 힘이 되고 있다. 기계공학자이자 사회운동가인 소남 왕축(Sonam Wangchuk)이 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떠오른 것도 그 때문이다.
그의 단식을 소개하는 이달 16일 자
AP통신 기사는 "시위 조직자들은 왕축의 단식 투쟁이 계속되는 동안에 정부가 침묵한 것이 그들의 결의를 더욱 굳게 만들었다고 말한다"라는 내용을 들려준다. 소남 왕축의 단식이 간디의 단식과 비슷한 효과를 만들어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 세계 Z세대의 개혁운동은 세계질서가 공정한가를 묻고 있다. 먹고 사는 민생 문제가 시위의 직접적 계기라는 점에서 Z세대 시위는 민란의 성격도 많이 띠지만, 체제의 공정성을 묻고 있다는 점에서는 혁명적 요소도 내포하고 있다.
체제의 공정성을 건드리는 개혁은 체제의 종말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측면은 영어 알파벳의 마지막 글자를 딴 Z세대의 운동에 부합하는 면도 있다. X세대로 인해 어쩌다가 마지막 글자로 불리게 된 이 세대는 체제의 막판에 자주 등장하는 '공정한가?'라는 외침을 집중적으로 발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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