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NATO 방산포럼 제4세션에서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은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산업포럼에 참석해 한국과 나토 간 방산 협력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K-방산이라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브랜드를 물려받았다. 한국산 무기체계에 대한 국제적 신뢰는 어느 때보다 높고, 유럽과 중동, 동남아, 북미 등 다양한 지역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리고 있다. 세계는 K-방산을 빠른 납기와 우수한 품질, 안정적인 후속 군수 지원을 갖춘 신뢰할 수 있는 공급자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 50여 년 동안 축적된 국가적 역량이 만들어낸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이 정부가 물려받은 것은 성공의 과실만이 아니다. 유럽 방산기업들은 빠르게 생산능력을 회복하고 있고, 바이 유로피언 (Buy European) 정책과 NATO 중심의 공급망은 빠르게 제도화되고 있다. 드론과 인공지능, 전자전, 우주, 사이버, 국방 반도체 등 미래전의 핵심 분야에서는 새로운 경쟁이 이미 시작되었다. 다만 연구개발의 연속성과 시장 개척 역량을 충분히 회복되지 못했다. 여기에 최종 플랫폼 중심의 수출, 그리고 몇 건의 대형 사업에 실적이 좌우되는 방산 수출 협력 구조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따라서 지금은 외형적 실적에 매달리기보다는 미래를 다시 만드는 전략과 행동이 필요하다. 오늘의 수출은 과거 연구개발과 시장 개척의 결과이며, 지금의 연구개발과 시장 개척은 3~5년 뒤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지금 이 순간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향후 10년, 나아가 20년 동안 K-방산의 위상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3년 동안 반드시 해야 할 일
앞으로의 3년은 세계 방산 질서가 새롭게 형성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핵심 공급국으로 자리 잡을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성공에 머물 것인지를 결정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근본적인 미래 경쟁력을 만드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무엇보다 미래전의 핵심기술에 대한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전쟁은 피지컬 AI와 국방 반도체, 드론과 대드론 체계, 유무인 복합체계, 전자전, 우주, 사이버, 양자 기술이 전쟁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요구 성능이 확정된 이후 따라가는 연구개발로는 이러한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
미래 위협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기술을 확보하는 도전적 연구개발 체계가 필요하다. 이는 1970년대 번개 사업과 백곰 사업을 추진했던 것과 같은 도전 정신의 회복을 의미한다. 이런 정신을 회복하려면, 결국 방산 현장의 연구자들에게 실패를 무릅쓰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둘째, 연구개발 중점도 최종 플랫폼 중심에서 핵심 구성품 중심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앞으로는 센서와 레이다, 추진체계, 전력반도체, 특수 소재와 같은 핵심 구성품이 미국과 EU 방산 기업의 무기체계에 탑재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플랫폼에서는 경쟁할 수 있다. 단 핵심 구성품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방산기업들과 공동개발과 공급망 협력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것이 지속 가능한 K-방산 생태계를 만드는 길이다.
셋째, 공급망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최근의 전쟁은 희토류와 반도체, 배터리, 화약, 특수 소재 등 핵심 품목 중 하나만 없어도 전체 생산 체계가 멈출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전시에도 지속적으로 생산이 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하고, 해외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복수의 공급선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국내에 생산 기반을 유지해야만 하는 분야는 국가 차원의 전략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기술 보호 역시 더 이상 부수적인 문제가 아니다.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기반의 보안 체계와 안티 탬퍼(Anti-Tamper) 기술, CMMC 등 국제적 보안 기준을 연구개발과 생산, 수출의 전 과정에 포함시켜야 한다. 첨단기술을 안심하고 공유할 수 있는 나라, 신뢰받는 협력국 대한민국이 되어갈수록 국제 공동개발과 공동생산도 확대될 수 있다.
다섯째, 이런 상황에서 기존 방산 선진국은 단순한 경쟁자가 아니다. 미국과의 공동개발과 함정 MRO 협력, NATO 국가들과의 공동생산과 공급망 협력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경쟁해야 할 분야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하되, 상호 이익이 되는 분야에서는 과감하게 협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앞으로 국제 방산시장은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복합적 시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섯째, 무엇보다 범정부 계층적 방산 컨트롤 타워를 정립하고 고도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방산 현장은 방위사업청이 중심이 되어 연구 개발자와 방산 기업이 한 팀이 되도록 조정해야 한다. 국방부·합참·각 군 등 국방 분야는 국방부가, 외교부·산업부·국정원 등 범정부 협력은 BH(안보실)가 중심이 되는 방안이 있다. 이렇게 각 분야가 협력해서 국가의 첨단기술 역량과 산업 역량을 결합해야 한다. 그렇게 방산을 첨단기술과 제조업 역량을 보여주는 채널로 삼아야, 첨단기술 연구개발과 획득, 수출, 외교, 금융, 산업을 하나의 국가전략으로 연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제 방산 시장 개척을 위한 정보활동 역시 이 전략에 포함해야 한다. 시장 발굴부터 사업 형성, 협상과 계약, 현지 생산과 후속 군수지원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핵심 기능으로 말이다.
국제 방산 시장 개척은 조용하고 전략적이며 끈질기게 이루어져야 한다. 수주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우리의 전략과 협상조건, 접촉경로, 정부 지원 방향이 외부에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 성과는 계약이 체결된 이후 국민에게 보고하면 된다. 이것이 국가 간 방산 경쟁에서 협상력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미래는 오늘의 선택이 만든 결과다
지난 50여 년은 K-방산을 만드는 시간이었다. 연구자와 방산기업, 정책 및 사업 관리자들이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견디며 축적해 온 도전의 역사였다. 오늘 세계가 인정하는 K-방산은 이러한 반세기의 축적 위에 세워진 국가적 자산이다.
그러나 세계 방산 질서는 지금 다시 쓰이고 있다. 유럽은 방위산업 재건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미국과 NATO는 새로운 공급망과 산업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AI와 드론, 전자전과 우주기술은 미래전의 모습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재래식 무기체계에 대한 기술력과 제조 능력이 결합하여 형성된 지금 K-방산의 경쟁력은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향후 20년을 결정할 크리티컬 타임인 지금 3년, 이 결정적인 3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이재명 정부는 대한민국을 세계 G4 방산강국으로 도약시킨 정부로 기록될 수도 있고, 반대로 지난 50여 년 동안 축적한 K-방산의 경쟁력을 가지고도 절호의 찬스를 놓친 정부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