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7.20 12:17최종 업데이트 26.07.2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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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과 7월, 중국 AI업계는 충격적인 발표를 연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6월 즈푸 AI가 GLM 5.2를 공개하였고 7월 16일에는 문샷 AI가 2.8조 매개변수 규모의 Kimi K3를 발표하였습니다. 딥시크는 7월 20일 이후 V4 정식 버전 출시를 예고한 상태입니다.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나스닥 100 지수가 1.5% 하락하였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6월 고점 대비 20% 떨어지며 기술적 약세장에 진입하였습니다.

중국 AI 프론티어 모델의 약진은 결과이지 그 원인이 아닙니다. 그 배후에는 중국 컴퓨팅 파워의 대대적인 도약이 있었습니다. 2.8조 매개변수를 훈련하고 100만 토큰 컨텍스트를 저가에 서비스하려면 그것을 감당하는 연산 기반이 먼저 존재해야 합니다. 키미 K3와 GLM 5.2, 딥시크 V4가 같은 시기에 쏟아진 것은 우연이 아니라 그 기반이 완성 단계에 진입했다는 신호입니다. 그리고 그 기반의 이름이 슈퍼노드 입니다.

화웨이 아틀라스 950 — '시스템 우위'가 형태를 갖추다

화웨이가 7월 17일 공개한 아틀라스 950 AI 슈퍼노드.
화웨이가 7월 17일 공개한 아틀라스 950 AI 슈퍼노드.자료사진

7월 17일 2026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공개된 아틀라스 950 슈퍼노드는 화웨이의 차세대 AI 슈퍼노드입니다. 수만 개의 NPU를 하나의 거대한 가속기처럼 동작하게 하는 고대역폭·저지연 메모리 일관성(Memory Coherency) 기술이 이 제품의 골자입니다.

전시된 구성은 업계 최대 규모인 1,024카드 클러스터로, 16대의 컴퓨팅 캐비닛에 Ascend NPU 카드 1024장을 탑재하였습니다. 단일 랙 64카드를 기본 단위로 삼아 최대 8,192장까지 고속 연결이 가능합니다. 초대규모 AI 훈련과 대규모 추론 동시 처리(concurrent inference)를 함께 감당하도록 설계된 구조입니다.


기술적 핵심은 기초 소자, 프로토콜 알고리즘, 광전 기술을 아우르는 시스템 수준의 혁신에 있습니다.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상호연결 프로토콜 '링취(灵衢, UnifiedBus)'는 TB급 NPU 상호연결 대역폭과 3μs(마이크로초)의 초저 왕복 지연 시간(RTT)을 구현합니다.

여기에 전역 통합 메모리 주소 지정(Global Unified Memory Addressing)을 더해 256TB의 통합 메모리 공간을 제공합니다. 수천 개의 NPU가 하나의 메모리 공간을 공유하며 단일 가속기처럼 움직이는 셈입니다. 총 연산 성능은 FP8 기준 1 EFLOPS, FP4 기준 2 EFLOPS에 이릅니다.

자체 프로토콜을 채택하여 상호연결 대역폭에서 경쟁사를 크게 앞섰습니다. 아틀라스 950은 엔비디아 NVL144와 비교하여 카드 규모 56.8배, 총연산 성능 6.7배, 메모리 용량 1,152TB(15배), 상호연결 대역폭 16.3PB/s(62배)의 우위를 확보하였습니다.

엔비디아가 2027년 출시를 예고한 NVL576과 견주어도 전 부문에서 앞선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아울러 아틀라스 950은 전액냉각(Full Liquid Cooling)을 지원하고, 하위 모델인 아틀라스 850E는 일반 공랭 데이터센터에서도 슈퍼노드 기술을 쓸 수 있도록 설계되어 다양한 인프라 환경을 포괄합니다.

전작인 어센드 384 슈퍼노드는 이미 750곳 이상의 상용 환경에 배포되어 인터넷·통신·금융·교육·의료·제조 등 여러 업종에서 가동 중입니다. 아틀라스 950은 WAIC 2026 최고 영예인 SAIL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경제적 함의는 더 큽니다. 아틀라스 950은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하이실리콘(HiSilicon)과 어센드로 이어지는 자체 공급망만으로 AI 인프라를 완성할 수 있음을 입증하였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와 대규모 엔터프라이즈를 주요 고객으로 삼아, AI 훈련 인프라의 총소유비용(TCO)을 기존 대비 획기적으로 낮추는 대안으로 자리 잡을 전망입니다.

이 제품은 화웨이의 자체 반도체 설계와 AI 가속기를 아우르는 종단간(end-to-end) 공급망의 정점에 놓여 있으며 수출 통제라는 지정학적 압력 아래에서도 독자 기술 로드맵을 관철하는 화웨이의 전략적 역량을 상징합니다. 나아가 이 제품이 중국 내 AI 컴퓨팅 인프라의 표준으로 굳어진다면 화웨이는 하드웨어 판매를 넘어 AI 클라우드 서비스와 컨설팅, 유지보수로 이어지는 고부가가치 생태계 수익을 구조적으로 확보하게 됩니다.

ZTE의 OEX+dOCS — '개방형 연합'이라는 또 하나의 축

화웨이가 7월 17일 공개한 아틀라스 950 AI 슈퍼노드.
화웨이가 7월 17일 공개한 아틀라스 950 AI 슈퍼노드.자료사진

화웨이가 폐쇄형 자체 생태계를 택했다면, ZTE는 연합군 노선을 완성합니다. ZTE는 시즈 테크놀로지(曦智科技, Lightelligence), 비런 테크놀로지(壁仞科技, Biren Technology), 무시(沐曦股份, MetaX), 쉐위안 테크놀로지(燧原科技, Enflame), 톈수즈신(天数智芯, Iluvatar CoreX) 등 중국 대표 GPU·AI 가속기 기업들과 손잡고 'OEX+dOCS 아키텍처 기반 고성능 매트릭스 슈퍼노드(Matrix Supernode)'를 개발하였습니다. 이 프로젝트 역시 WAIC 2026 SAIL상을 받았습니다.

이 솔루션은 두 가지 기술의 결합 위에 서 있습니다. 첫째는 OEX(Orthogonal Electrical eXchange), 곧 직교 무배선판 상호연결 아키텍처입니다. 컴퓨팅 트레이와 교환 트레이를 수직으로 직접 연결하여 내부 고속 케이블을 완전히 없앰으로써, 표준 캐비닛 한 대에 최대 128장의 GPU를 집적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둘째는 dOCS(분산 광 회로 스위칭, distributed Optical Circuit Switching)입니다. 시즈 테크놀로지가 세계 최초로 구현한 실리콘 포토닉스 OCS(광 회로 스위치) 칩으로 캐비닛 간 광 상호연결을 처리하며 광전 변환 계층을 줄여 지연을 수백 나노초(ns) 수준까지 떨어뜨리고 전력 소모도 크게 절감합니다.

여기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이 OCS 칩이 7nm 이하의 첨단 공정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로 제작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수출 통제를 정면으로 우회하는 기술 경로입니다.

이 슈퍼노드는 이종 칩 혼합 장착도 지원합니다. 서로 다른 제조사의 중국 AI 가속기들이 하나의 슈퍼노드 안에서 공존하고 협업하는 개방형 생태계를 만든 것입니다. ZTE는 이 제품이 다중 칩 협업, 아키텍처 혁신, 연결 강화, 지속적 진화라는 네 가지 역량을 통해 '토큰 경제 시대에 총소유비용(TCO)이 가장 낮은 지능형 연산 기반'을 제공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현재 이 슈퍼노드는 딥시크, 미니맥스, 키미, GLM, 스텝펀 등 중국 주요 대형 모델과의 호환 최적화를 모두 마친 상태입니다.

엔비디아도, 삼성도, SK하이닉스도 없이 돌아가는 시스템

슈퍼노드 기술의 부상은 중국의 '탈(脫) 엔비디아'와 '탈(脫) 한국 메모리'가 구호가 아니라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딥시크 V4는 화웨이 어센드 칩만으로 훈련과 추론을 모두 완료한 세계 최초의 1조 매개변수급 대형 모델입니다. V4-Pro(1.6조 매개변수)와 V4-Flash(2,840억 매개변수)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되며, 테스터 피드백에 따르면 전체 성능은 Claude Opus 4.8 수준에 근접하고 코딩 능력은 GPT-5.6 Sol에 육박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100만(1M) 토큰의 초장문 컨텍스트를 기본 지원하며, MIT 오픈소스 라이선스를 채택하여 개발자가 상업적 사용과 2차 개발을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메모리에서도 결정적인 전환이 일어났습니다. 과거 어센드 910C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2E를 사용하였으나 어센드 950 시리즈부터는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HBM으로 전면 교체하였습니다. 추론에 최적화된 HiBL 1.0(128GB, 1.6TB/s)과 훈련에 최적화된 HiZQ 2.0(144GB, 4TB/s)이 그것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하던 HBM 시장에 중국 자체 공급망이 본격적으로 진입한 것입니다.

화타이증권은 2026년을 '중국 슈퍼노드의 원년'으로 규정하였습니다. 2028년 중국 슈퍼노드 아키텍처 시장 규모는 3,414억 위안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은 194%로 예측됩니다. AI 산업의 경쟁 논리가 단일 칩의 성능에서 전체 컴퓨팅 시스템의 조직 효율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글로벌 AI 산업의 지각변동

중국의 슈퍼노드 약진은 글로벌 AI 산업 전반에 균열을 내고 있습니다.

가장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은 쪽은 미국 반도체 기업들입니다. 키미 K3 발표 직후 월가에서는 '딥시크 순간(DeepSeek moment)의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확산되었습니다. 모건스탠리와 JP모건의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의 저렴한 AI 모델이 컴퓨팅 파워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고, 이는 엔비디아(NVIDIA)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을 끌어내렸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6월 고점 대비 20% 하락하며 약세장에 진입한 배경입니다.

가격 경쟁력은 중국 모델의 또 다른 무기입니다. 딥시크 V4-Pro는 백만 출력 토큰당 평시 0.87달러, 피크 시간대(오전 9~12시, 오후 2~6시)에는 두 배인 1.74달러로 책정되었습니다. 해외 선두 모델이 백만 토큰당 수십 달러를 받는 것과 비교하면 극단적인 저가입니다. V4-Flash는 평시 0.28달러, 피크 시 0.56달러입니다. 키미 K3의 API 가격은 백만 입력 토큰(캐시 히트) 0.3달러, 출력 15달러로 책정되었는데, 프로그래밍 시나리오에서는 캐시 히트율이 90%를 넘어 실사용 비용이 한층 더 낮아집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변화는 경쟁의 패러다임 자체에 있습니다. AI 인프라 경쟁의 중심축이 '단일 칩이 얼마나 빠른가'에서 '수천 개의 칩을 어떻게 묶을 것인가'로 이동하였습니다. 중국은 단일칩 제조에서 뒤처져 있지만 시스템 아키텍처에서 앞서가는 방식으로 격차를 메우고 있습니다. 슈퍼노드는 수십에서 수백 개의 GPU를 논리적으로 단일 시스템처럼 통합 주소 지정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며, 2026년은 화웨이와 ZTE, 중과서광(中科曙光, Sugon) 등 다수 기업이 슈퍼노드 제품을 쏟아낸 '중국 슈퍼노드 원년'이었습니다.

한국이 방관할 수 없는 이유 — 단일칩 성능이 아닌 턴키 솔류션

이 변화는 한국에 직접적인 문제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향 HBM 의존도가 대단히 높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더 이상 '최고의 부품'을 구하러 다니지 않습니다. '최고의 솔루션'을 스스로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WAIC 2026에서 확인된 가장 큰 변화가 바로 이것입니다.

중국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단일 칩 성능'에서 '시스템 아키텍처'로 이동하였습니다. 업계는 이를 두고 칩 내부의 경쟁에서 생태계 단위의 경쟁으로 넘어갔다고 평가합니다. 화웨이, ZTE, 중과서광 등 중국 주요 기업들은 개별 GPU 성능에 매달리는 대신, 수백에서 수천 개의 칩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턴키(Turnkey) 솔루션 공급자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화웨이의 아틀라스 950은 자체 설계 NPU(어센드), 자체 상호연결 프로토콜(링취), 자체 개발 HBM을 하나의 완결된 시스템으로 결합한 대표적 턴키 솔루션입니다. ZTE가 주도한 OEX+dOCS 매트릭스 슈퍼노드 역시 시즈 테크놀로지의 광칩, 비런 테크놀로지의 GPU, ZTE의 시스템 통합 기술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었습니다. 고객이 부품을 따로 조달하고 조립할 필요 없이 완성된 시스템을 곧바로 구축하게 하는 전략입니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전략이 국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026년 중국의 AI 인프라 직접 투자는 4000억 위안을 넘어섰고, '15차 5개년 계획(十五五)' 기간(2026~2030) 동안 6조 위안 규모의 전방위 투자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칩을 사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센터와 전력 공급, 냉각 시스템, 네트워크 인프라까지 아우르는 완전한 턴키 솔루션을 중국 스스로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입니다.

이 전환은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치명적입니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고의 부품' 공급자로서 엔비디아의 AI 칩에 HBM을 얹으며 막대한 수익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최고의 솔루션' 전략으로 돌아서면서 해외 부품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추고 자체 공급망을 완성해 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어센드 950 시리즈부터 화웨이는 삼성과 SK하이닉스의 HBM을 배제하고 자체 개발한 HiBL 1.0과 HiZQ 2.0을 탑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단순한 부품 교체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를 중국 기술로 완결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중국 DRAM 국산화를 주도하는 창신 메모리(CXMT) 역시 HBM 개발에 속도를 내며 2026년 하반기 본격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턴키 솔루션을 완성하는 날, 한국 메모리 반도체는 '최고의 부품'이라는 지위를 잃게 됩니다. 엔비디아가 한국 HBM을 필수로 여기지 않고, 중국이 자체 솔루션으로 대체하는 순간, 한국 메모리 산업의 위상은 근본에서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이 슈퍼노드와 턴키 솔루션으로 AI 판도를 다시 짜는 동안 한국이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슈퍼노드, 광 상호연결(Optical Interconnect), OCS(광 회로 스위치)와 같은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에 대한 투자와 정책적 관심도 필요합니다. 글로벌 AI 인프라 표준 경쟁에서 한국이 '부품 공급자'에 머물지 않고 '솔루션 제공자'로 올라설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덧붙이는 글 임선영씨는 중국 칭화대 전산언어학 석사를 마친 중국경제전문가이며 <중국경제 미래지도>, <중국AI 미래지도>의 저자입니다. 이 글은 본인의 페이스북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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