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7.20 11:57최종 업데이트 26.07.2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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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의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월드컵 결승전에서 스페인이 우승한 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로드리고 에르난데스 카스칸테 선수를 포옹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의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월드컵 결승전에서 스페인이 우승한 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로드리고 에르난데스 카스칸테 선수를 포옹하고 있다.AP 연합뉴스

19일 오후 3시(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이 시작됐다. 국가의 이름과 국기, 국민의 감정이 한 경기 안에 모이는 날이었다. 그런 날의 귀빈석은 단순한 관람석이 아니다. 국가가 자신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무대다.

스페인 국왕과 정부 대표, 개최국 정상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그 자리에 없었다. 결승에 오른 두 나라 가운데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를 비운 쪽은 아르헨티나였다.


밀레이가 국내에 남은 이유는 외교 일정도, 긴급한 국정 현안도 아니었다. 앞선 경기들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방식으로 봐야 승리의 흐름이 깨지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는 스위스전에서 아르헨티나의 국영 에너지 기업인 YPF 로고가 붙은 점퍼를 벗자 아르헨티나가 실점했다며, 올리보스 관저에서 그 점퍼를 입고 결승을 보겠다고 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이처럼 이긴 경기의 복장과 자리, 행동을 되풀이하는 행운 의식을 '카발라'라고 부른다. 축구에서는 익숙하고 대체로 무해한 풍경이다. 다만 이번 카발라의 주인공은 평범한 관중이 아니라 대통령이었다. 믿음은 같아도, 그것을 가진 사람의 권력이 달라지면 문제도 달라지지 않을까.

점퍼는 패배를 막지 못했다

밀레이는 카발라를 지켰고, 아르헨티나는 졌다. 점퍼 때문에 진 것은 아닐 것이다. 점퍼를 더 단단히 여몄다고 이겼을 리도 없다. 결승의 결과는 선수들의 기량과 전술, 체력과 실수, 우연이 만들었다. 대통령의 복장은 그 인과관계 어디에도 없다.

상식적으로는 여기서 이야기가 끝난다. 그러나 미신은 실패 앞에서 쉽게 퇴장하지 않는다. 의식이 충분하지 않아서 실패했다고 할 수도 있고, 덕분에 다른 금기가 깨졌다고 할 수도 있다. 실패조차 믿음을 버려야 할 이유가 아니라, 새로운 설명을 덧붙일 기회가 된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자신의 행동 덕분이라고 믿고, 나쁜 결과가 나오면 예외의 이유를 찾는다. 이렇게 되면 믿음은 시험 받지 않는다. 결과가 무엇이든 살아남는다. 미신은 종종 실패를 반성의 계기가 아니라 새로운 설명의 재료로 삼는다.

점퍼 한 벌만으로 밀레이의 국정 전체를 재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것을 완전히 고립된 축구 해프닝으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그는 2025년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가상자산 '리브라'를 자신의 계정에서 직접 홍보했다. 대통령의 게시물 뒤 가격이 폭등했다 곧 폭락했고, 투자자 피해와 책임 논란이 뒤따랐다.

점퍼와 가상자산은 같은 일이 아니다. 하나는 축구의 징크스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상품 홍보다. 그러나 공통점은 있다. 개인적 확신이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대통령의 권위와 결합했다는 점이다. 권력자의 확신은 혼자만의 착각으로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의 돈과 일정, 공적 판단을 움직인다.

그러므로 물어야 할 것은 카발라가 맞았느냐 틀렸느냐가 아니다. 검증되지 않은 믿음과 검토되지 않은 확신이 대통령의 선택을 움직일 때, 그것을 언제까지 개인의 자유라고만 부를 수 있느냐다.

축구의 징크스와 대통령의 판단은 다르다

축구 선수나 팬들은 이긴 날과 같은 자리에 앉고, 같은 옷을 입고, 유니폼을 빨지 않거나 같은 음식을 먹기도 한다. 이런 카발라는 승패의 긴장을 견디고 함께 웃을 거리를 만드는 축구 문화다. 그것을 무지나 야만으로 몰아갈 이유는 없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믿음의 내용이 아니라 그것을 가진 사람의 권력이다. 팬은 자신의 자리와 복장만 정한다. 대통령의 선택은 참모와 경호, 의전과 외교적 상징을 함께 움직인다. 보통 사람의 미신은 자신을 구속하지만, 권력자의 미신은 타인의 일정과 국가의 판단까지 구속할 수 있다.

결승전 참석이 법적 의무였던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국내에 남는 선택도 가능하다. 그러나 밀레이는 불참 이유로 외교나 국정을 들지 않았다. 그는 카발라를 들었다. 결승에 가지 않은 사실보다, 검증할 수 없는 믿음을 그 선택의 이유로 공개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사적인 믿음이 공적 문제가 되는 경계는 분명하다. 공식 일정에 영향을 미치는가. 공적 조직을 움직이는가. 시민에게 공유할 수 있는 이유로 설명 가능한가. 미신이 문제가 되는 것은 단지 비과학적이어서가 아니다. 그것을 믿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시간과 국가의 자원을 움직일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무엇을 믿는지는 그의 자유다. 그러나 그 믿음이 공적 선택의 이유가 되는 순간, 더 이상 사적인 영역에만 머물 수 없다. 시민은 그 판단을 묻고 평가할 권리가 있다.

국가가 움직였는데 이유가 보이지 않을 때

16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부에노스아이레스 증권거래소 창립 172주년 기념식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손을 흔들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부에노스아이레스 증권거래소 창립 172주년 기념식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합리적 판단도 자주 틀린다. 전문가도 오판하고 통계도 불완전하다. 위기에서는 직관이 필요하고, 정치에는 가치판단도 개입한다. 그러나 합리적 판단에는 한 가지 장점이 있다.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되짚어볼 수 있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고칠 수 있다는 점이다.

공적 결정에는 흔적이 남는다. 누가 처음 제안했는가. 어떤 자료를 검토했는가. 어떤 절차를 거쳤는가. 결과가 잘못됐을 때 누가 수정하고 책임지는가. 시민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지도자의 머릿속이 아니라 결정이 지나온 길이다.

그 길이 보이면 판단이 틀려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반대로 근거와 조언자가 드러나지 않으면 무엇을 잘못 판단했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판단이 비합리적이어서만이 아니다. 결정이 만들어진 과정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때로 국가는 커다란 결정을 내리고도 그 과정을 설명하지 못한다. 대통령 집무실이 바뀌고 공적 질서와 사적 관계의 경계가 흐려져도, 누가 처음 제안했고 무엇을 검토했는지는 끝내 선명해지지 않는다.

국가는 권력자의 내면이 아니라 공개된 이유와 남겨진 흔적 위에 서는 공적 질서다. 누가 어떤 말을 건넸고, 그 말이 결정에 얼마나 스며들었는지는 그 흔적이 말해준다. 그것이 사라지면 시민은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시민이 요구하는 것은 계시가 아니다. 결정이 지나온 길이다. 누가 말했고, 누가 들었으며, 누가 마지막 책임을 졌는지에 대한 평범한 설명이다. 그 길이 지워진 자리에는 소문이 들어서고, 비선이 모습을 얻고, 주술이 정치의 언어가 된다. 권력이 침묵할수록 보이지 않는 손은 더 선명해진다.

대통령의 믿음과 국가의 결정

인간은 누구나 징크스와 불안, 선입견을 가진다.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민주주의는 지도자의 머릿속까지 완벽하게 합리적으로 만드는 체제가 아니다. 그런 기대는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민주주의의 역할은 다른 데 있다. 지도자의 불안과 믿음이 검토와 기록 없이 국가의 결정으로 바뀌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보고와 전문가 검토, 회의 기록과 정보 공개, 감사와 사후 책임은 모두 그 경계를 지키기 위한 장치다.

아르헨티나의 패배만으로 밀레이의 믿음이 바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공적 결정은 지도자의 개인적 깨달음이나 선의에 맡겨둘 수 없다. 결정의 근거가 공개되고, 잘못됐을 때 수정과 책임이 가능하도록 제도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축구의 미신은 웃으며 넘길 수 있다. 그러나 국가가 왜 움직였는지 설명할 수 없는 순간, 시민은 웃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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