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7.19 10:51최종 업데이트 26.07.1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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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TE와 바이트댄스가 합작한 세계 최초의 에이전트폰 누비아 나비X Ultra.
ZTE와 바이트댄스가 합작한 세계 최초의 에이전트폰 누비아 나비X Ultra. 자료사진

우리는 AI를 똑똑한 도구로 보고 잘 쓰는 법을 배우는 데 열심입니다. 반면 중국은 다르게 봅니다. AI를 경제 주체로 보고 2026년 국가 경제 시스템을 그 위에서 다시 짜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연초에 "AI 경제의 새로운 시스템 구축"을 국가 전략으로 공식 선언하였습니다. 이 프레임워크에서 데이터는 핵심 생산요소로, 컴퓨팅파워는 전기나 물과 같은 공공 인프라로, 그리고 에이전트는 생산성의 주체로 각각 정의되었습니다.

특히 에이전트는 AI 모델과 실제 산업을 연결하는 핵심 매개체로 규정되었으며 각 산업 현장에서 모델과 에이전트를 대량 구매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뒤따랐습니다. 이에 더해 2026년 7월, 중국의 4개 부처는 "에이전트 간 통신 프로토콜과 데이터 교환 표준"을 국가 차원의 신형 인프라로 격상시키는 공식 문서를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상하이 WAIC에서 세계 최초로 에이전트 OS가 탑재된 에이전트폰을 발표하여 플랫폼과 디바이스의 혁신을 예고했습니다.

AI 모델 70년의 여정, 기호에서 행동으로 진화하다

지난 70년간 인공지능의 근본 과제는 하나였습니다. 기계에 인간 수준의 범용 지능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초기 기호주의(Symbolism)는 인간의 지식을 논리 규칙으로 코딩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세계를 규칙의 목록으로 옮겨 적으면 지능이 재현되리라는 믿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노선은 벽에 부딪혔습니다. 인간의 지식 상당 부분이 애초에 언어나 법칙으로 옮겨 적을 수 없는 형태로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말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이 압니다. 조리법을 아무리 정교하게 써도 손맛은 옮겨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방향이 뒤집혔습니다. 규칙을 가르치는 대신 데이터를 던져주고 기계가 스스로 찾게 하는 방식입니다. 오랫동안 비주류에 머물던 연결주의 노선이 이때 되살아났습니다.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에서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다시 대규모 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로 이어지며 이 전환은 비약이 되었고 마침내 인공지능은 인간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는 수준에 도달하였습니다.

그런데 AI의 결정적 전환은 인간의 자연 언어를 이해한 것을 넘어, 컴퓨터 언어 즉 프로그래밍 언어(Code)를 이해한 순간에 찾아왔습니다. 코드는 API 호출, 데이터베이스 조작, 파일 시스템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실행 가능한 의미론(Executable Semantics)이며 디지털 세계에 대한 직접적 개입을 뜻합니다. 채팅창에서 대화하던 AI가 이제 현실 세계의 동적 주체가 된 것입니다. 이로써 AI는 '행동하는 에이전트'로 정체성을 확장하였습니다. 성능 향상을 넘어선 범주의 이동입니다.

그리고 이제 에이전트를 위한 OS와 단말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습니다. 윈도우와 안드로이드는 인간이 프로그램을 작동하기 위해 설계된 체계이지 에이전트가 목표를 완수하는 세계를 위해 설계된 체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치가 주장하는 에이전트 시대, 새로운 플랫폼과 OS의 등장

WAIC 2026 개막식 포럼에서 기조연설 중인 인치 스텝펀 이사장. 그는 에이전트 시대가 새로운 시스템·새로운 단말·새로운 네트워크라는 세 가지 구조 변화를 불러온다고 밝혔다.
WAIC 2026 개막식 포럼에서 기조연설 중인 인치 스텝펀 이사장. 그는 에이전트 시대가 새로운 시스템·새로운 단말·새로운 네트워크라는 세 가지 구조 변화를 불러온다고 밝혔다.자료사진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할 만한 통찰은 스텝펀(StepFun)의 이사장 인치(Yin Qi, 印奇)가 WAIC 2026 기조연설에서 제시한 개념입니다. 그는 에이전트가 단순히 인간을 보조하는 도구를 넘어 생산성의 최소 단위로 격상될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과거 조직에서 가장 작은 실행 단위는 항상 인간 직원의 개별 직무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에이전트는 주어진 목표를 스스로 분석하고, 필요한 자원을 호출하며, 작업을 실행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완결된 사이클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에이전트의 능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인치는 '에이전트 능력 = 모델 능력 × 에이전트 운영체제(Agent OS) 능력'이라는 공식을 제시했습니다. 모델이 에이전트의 지적 능력 즉 두뇌라면, 에이전트 OS는 그 두뇌를 외부 세계와 연결하는 신경계이자 근육입니다.

기존의 운영체제, 가령 윈도우(Windows), 맥OS(macOS), 안드로이드(Android), 아이오에스(iOS)는 하드웨어 자원 관리와 센서 데이터 처리, 앱 간 전환에 최적화된 체계입니다. 그러나 에이전트에게 필요한 장기 기억(Long-term Memory), 복잡한 작업 스케줄링, 도구 등록, 권한 위임, 타 에이전트와의 협업 조율은 이들 운영체제의 설계도에 애초에 없던 항목입니다.

여기서 에이전트 OS의 차별점이 드러납니다. 이는 기존 운영체제를 부수는 대신, 그 위에 새로운 계층(Layer)으로 얹힙니다. 이 계층은 에이전트가 앱을 실행하는 대신 목표를 달성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소프트웨어 자원과 하드웨어 장치를 '에이전트 친화적'으로 추상화(Abstraction)합니다.

기존 생태계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앱 중심'의 세계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에이전트 중심'의 세계를 새로 여는 전략입니다. 미래 플랫폼의 주도권은 더 나은 앱 운영체제가 아니라, 더 나은 에이전트 운영체제를 쥔 쪽으로 넘어간다는 것이 인치의 결론입니다.

세계 최초 에이전트 폰, 에이전트 OS의 탄생

최초의 에이전트 OS를 탑재한 스텝펀의 에이전트폰 STEPX Neo.
최초의 에이전트 OS를 탑재한 스텝펀의 에이전트폰 STEPX Neo. 자료사진

인치의 이론적 청사진은 WAIC 2026 전시장에서 구체적인 실물로 구현되었습니다. 7월 16일 누비아(nubia)가 공개한 NaviX Ultra는 세계 최초 AI 에이전트 스마트폰을 표방하며는데 ZTE과 바이트댄스의 더우바오(Doubao) 팀이 함께 만들었습니다. 출시 되자마자 완판되었으며 초기 물량은 20만 대입니다.

같은 무대에서 스텝펀이 발표한 에이전트 폰 STEPX Neo는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세계 최초의 에이전트 네이티브 운영체제 Step AOS와 개인 에이전트 아무(Amoo), 온디바이스 모델 Step Edge를 탑재했습니다. 이 제품은 올해 WAIC의 '10대 최우수 기술'에 선정되었는데 더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 단말 지능화 등급> 중국 국가 표준의 L3 시험을 통과한 현재 유일한 에이전트 폰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모바일폰이 기존 스마트폰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앱 실행'이 아닌 '목표 완수'를 최우선으로 설계되었다는 데 있습니다. 사용자가 "내일 오전 9시에 서울로 가는 비행기표를 찾고, 도착지 근처 호텔을 예약하고, 일정을 캘린더에 등록해 줘"라는 복합적이고 자연스러운 명령을 내리면, 탑재된 에이전트가 각 항공사 앱, 호텔 예약 앱, 캘린더 앱을 순차적으로 실행하며 데이터를 교환하고, 최종 결과만을 사용자에게 전달합니다. 이른바 크로스앱 자동화(Cross-app Automation)와 결과 중심 상호작용(Outcome-centric Interaction)이 현실화된 것입니다.

이 폰은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를 통해 사용자의 민감한 개인 정보는 기기 내에서 보호하면서도 복잡한 추론이 필요한 작업은 클라우드 AI와 협력하는 하이브리드 아키텍처(Hybrid Architecture)를 채택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가 던지는 더 깊은 함의는 하드웨어 사양이 아닌, 에이전트의 물리적 실체에 대한 재정의입니다. 인치의 표현을 빌리자면 컴퓨터, 스마트폰, 자동차, 로봇은 모두 동일한 에이전트가 상황에 따라 활용하는 각기 다른 '신체(Embodiment)'입니다. 이 에이전트 폰은 그 첫 번째 신체로서 에이전트가 디지털 세계의 코드와 파일에 접근하는 동시에 카메라, 마이크, GPS 같은 물리적 센서를 통해 현실을 감지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이중적 접근을 최초로 실현한 디바이스 입니다.

인간-에이전트가 공존하는 경제

이러한 단말기의 등장은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뿐만 아니라 중국의 국가 경제 구조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서 언급한 2026년 7월의 정책 선언은 에이전트 간 네트워크, 즉 A2A(Agent-to-Agent) 네트워크를 새로운 경제 인프라로 정의하였습니다. 이는 인터넷이 인간과 정보를 연결했던 것을 넘어, 수많은 에이전트들이 스스로 파트너를 탐색하고, 작업을 분배하며, 협업하고 거래하는 '지능 간 경제(Intelligence-to-Intelligence Economy)'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

동시에 경제적 측면에서 이 변화는 기존 생태계의 수익 모델을 뒤흔들 수 있는 파괴적 힘을 지닙니다. 앱 스토어나 검색 엔진이 현재 누리는 중개자 역할은 에이전트 플랫폼으로 급속히 이전될 것입니다. 사용자가 어떤 앱을 실행할지 직접 선택하지 않고 에이전트가 최적의 서비스를 대신 선택하는 방식이 일반화된다면 광고 노출과 구독 경제, 수수료 구조가 완전히 새롭게 쓰여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마치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 엔진으로, 다시 모바일 앱 생태계로 권력이 이동했던 역사적 패턴을 훨씬 빠르게 재현할 것입니다.

이러한 혁신적 전망에는 중요한 과제도 뒤따릅니다. 인치 자신이 경고했듯이, 에이전트가 현실 세계에 진입할 때 가장 첨예한 문제는 기술이 아닌 신뢰와 책임의 문제입니다. 에이전트가 누구를 대리하여 행동하는지, 그 행동의 결과에 대한 궁극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그리고 권한은 어떻게 통제되고 행동은 어떻게 추적 가능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계약이 아직 없습니다.

중국의 정책적 접근은 에이전트를 '사용자의 기술적 연장선'으로 규정함으로써 책임 소재를 사용자에게 귀속시키는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으나 이는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여전히 논의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지금 중국이 제시하는 에이전트 네이티브(Agent-Native) 세계는 기존 플랫폼의 '틀' 안에서 벌어지는 개선 경쟁이 아니라, 플랫폼 그 자체의 정의권을 다시 쓰는 게임입니다. 메인프레임 시대의 IBM, PC 시대의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모바일 시대의 애플과 구글은 각각 자신의 시대에 '운영체제와 생태계의 규칙'을 만든 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단순히 더 나은 제품을 만든 것이 아니라 개발자와 사용자가 상호작용하는 방식 자체를 설계했습니다.

이번 에이전트 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누가 더 뛰어난 AI 모델을 갖느냐'를 넘어, '에이전트가 어떤 규칙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어떤 방식으로 자원에 접근하며 타 에이전트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표준을 누가 먼저, 그리고 누가 지배적으로 설계하느냐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중국은 세계 최초의 에이전트 OS가 탑재된 에이전트 폰을 출시하며 그 경쟁의 주도권을 가져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임선영씨는 중국 칭화대 전산언어학 석사를 마친 중국경제전문가이며 <중국경제 미래지도>, <중국AI 미래지도>의 저자입니다. 이 글은 본인의 페이스북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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