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흔은 그라운드에서도, 더그아웃에서도, 연습장에서도, 그 밖에서도 늘 웃었다. 즐거워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즐겁다는 말이, 어쩌면 그런 사람을 보며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
두산 베어스
승부, 대결, 환희, 좌절, 환호, 눈물. 야구장의 시간은 종종 그런 단어들로 묘사되며, 그라운드를 주목하는 이들 역시 그런 뜨거운 감정에 휩싸이곤 한다. 선수들은 물론 그라운드 안에서 자신의 인생을 걸고 몸과 마음을 갈아 넣으며, 관중들도 그런 선수들과 교감하면서 자신들이 미처 그렇게 살아내지 못하는 치열함을 상상한다.
하지만 야구란 애초에 게임이고, 게임의 본질은 즐거움이다. 때로 잘 만들어진 게임은 우리를 고통스러울 정도로 치열하게 승리에 몰입하게 하지만, 그 승리 자체가 뭔가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게임 속 승리의 가치는 몰입하게 만드는 장치라는 점에 있고, 몰입하는 과정이 주는 즐거움이야말로 진짜 목적이 된다. 그래서 즐거움이란 치열함과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홍성흔은 그것을 떠올리게 하는 선수였다. 벼락같이 나타나 주전이 되고 신인왕이 되면서도, 하지만 포수 자리를 잃고 팀을 떠나면서도,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동료와 팬들을 만나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서 시작했던 듯 진하게 어우러지면서도, 그리고 다시 첫 팀으로 돌아와 조금 서먹해진 재회를 하면서도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 웃음은 현실을 모르는 낙관이 아니라 현실을 견디는 방식이었고, 그 좋고 나쁜 현실들을 다 끌어안고 바라보며 가야할 곳이 어디인지 보는 통찰이었다.
그래서 그의 야구 인생은 두산에서 꽃을 피우고 롯데에서 만발했으며, 다시 두산에서 향기를 남겼다. 그 두 팀의 팬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야구와 삶을 즐길 줄 아는 이들이었지만, 홍성흔과 함께 좀 더 흥겨울 수 있었다. 두산 팬들은 선수들의 개성과 흥을 기꺼이 품어주었고, 롯데 팬들은 그와 함께 춤추며 야구장에서 삶의 축제를 벌였다. 홍성흔은 그 두 곳에서 가장 홍성흔다울 수 있었다.
홍성흔은 뛰어난 선수였다. 두 개의 우승 반지와 두 개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한 개의 올림픽 동메달을 가졌으며 6개의 골든글러브, 신인왕, 두 번의 미스터올스타, 통산 208개의 홈런과 3할의 타율을 기록했다. 그 기록들은 물론 그를 기억하지 못하는 먼 훗날의 팬들에게까지 전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와 함께 호흡했던 팬들은 그의 웃음과 그의 기쁨을 먼저 기억한다. 기록은 존경받지만 즐거움은 사랑받는다.
그와 함께 웃자. 어차피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이고, 어차피 재미있으려고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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