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조국혁신당에 '합당' 전격 제안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혁신당에 합당을 공식 제안하고 있다.
남소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무산 과정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당시 실상을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혁신당 합당 실패가 이른바 'ABC론' '재건축론' 등 진보 진영 내부 갈등을 촉발하고 이어진 평택을 보궐선거에서 패배의 단초가 돼서입니다.
이런 갈등은 전당대회뿐 아니라 이후에도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 균열을 야기할 수 있는 요인이기에 무엇보다 사실 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는 주장입니다. 이런 과정은 전당대회 후 닥칠 혁신당과의 통합 또는 연대와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도 필요해 보입니다.
현재 김민석 전 총리와 정청래 전 대표 측은 합당 무산 책임을 놓고 날 선 공방을 이어가는 모습입니다. 주목되는 것은 당시 청와대의 의중이 어디에 실려 있었느냐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해 합당 국면에서 김 전 총리와 가까운 강득구 최고위원이 홍익표 정무수석과 만난 뒤 "지방선거 이후에 합당하고 전당대회는 통합전당대회로 했으면 하는 것이 대통령의 바람이라고 한다"는 페이스북 글을 올렸던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습니다.
당시 강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반대에 가장 앞장선 인사 중 한 명이었습니다. 정 전 대표 측은 이를 근거로 청와대 입장은 합당 찬성이었는데, 이를 친명계 일부 인사들이 왜곡하는 바람에 일을 그르쳤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작 정 전 대표의 반응은 아리송합니다. 정 전 대표는 당시 강 최고위원과 홍 정무수석과 한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도 "오고 간 대화를 제 입으로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라고 함구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은근히 김 전 총리 측에 책임을 떠넘긴 것으로 해석됩니다.
당시 모임에 참석해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당사자가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선택적 침묵을 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에 대해 김 전 총리는 "대통령이 통합전당대회를 생각하거나 지침을 줬다는 건 0.1%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김 전 총리 역시 납득할 만한 소상한 설명은 하지 않아 혼란만 커지는 상황입니다.
또 하나 풀어야 할 것은 정 전 대표가 당시 숙의와 소통을 거치지 않고 합당 제안을 불쑥 꺼낸 이유입니다. 정 전 대표는 올해 1월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합당을 전격 제안했는데, 최고위원들에게는 회견 직전에야 알려 당내 반발이 불거졌습니다. 그 당시에는 합당의 명분과 필요성에 민주당 의원들이나 지지층 상당수가 수긍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제안 시기와 방식은 논란의 불씨가 됐고, 절차적 비민주성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합당 성사보다는 정 전 대표 개인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한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일었습니다. 이에 대해 정 전 대표는 아직 뚜렷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합당 실패에서 비롯된 지지층 갈등 진행 중... 성찰 과정 필요
합당 제안이 나온 후 당내 공론화 과정에 대한 성찰도 필요해 보입니다. 당권파와 비당권파 사이의 논쟁이 대결적 언어로 흐르면서 필요 이상으로 갈등이 격화했습니다. 합당의 대상인 상대 당의 정책을 두고도 '색깔론'에 가까운 공격까지 등장하는 등 합당의 명분과 가치에 스스로 상처를 내기까지 했습니다.
이에 따른 후유증은 고스란히 평택을 보궐선거 캠페인에서 나타났습니다. 애초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진보 진영 간 난타전을 벌이다 국민의힘 후보에 당선을 헌납한 꼴이 됐습니다. 정 전 대표가 최근 "당이 후보를 그때 안 내는 게 맞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한 것은 무책임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문제는 혁신당과의 합당 실패에서 비롯된 지지층 갈등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입니다. 민주당 당권 경쟁은 수십 년 전 과거 행적을 둔 진위 공방과 적통 논쟁, 멸칭을 동원한 감정싸움으로 흘렀습니다. 여기에 유시민 작가가 연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외연 확장 노선을 비판하면서 여권 내 파열음을 부추기는 양상입니다. 이 대통령의 외연 확장이 전통적 지지층의 소외감을 낳았다 해도 유 작가 정도의 영향력 있는 인사라면 보다 정제된 언사로 진보 진영 내부의 갈등을 추스르는 게 옳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의제는 전당대회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당권 후보들은 '조건부 합당'과 '당장 합당' 등 합당 방식과 원칙 등에서 의견이 갈리지만 혁신당과의 합당이나 연대가 불가피하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민주당 내분을 지켜보는 지지층 다수는 외연 확장과 진보 진영 간 연대·통합은 별개가 아니라 함께 지향해야 할 가치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의 소모적인 갈등을 멈추기 위해서라도 혁신당과의 합당 무산 과정을 복기하고 성찰하는 과정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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