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6월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정부와 기업의 MOU체결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이진안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대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이재명 대통령,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정관 산업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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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9일 정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는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산업생태계로 묶고 그 성장거점을 수도권 밖으로 넓히겠다는 국가적 승부수다. 서남권의 대규모 반도체 생산거점, 전북의 새만금과 대구경북권의 로봇·피지컬 성장축, 전국의 권역별 AI 데이터센터 구상은 미래산업육성과 균형성장을 함께 추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가 제시한 투자규모와 속도는 분명 전례가 없지만, 이제 정책성패의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투자규모만이 아니라, 그 투자가 지역의 기술과 일자리, 소득과 재정역량으로 얼마나 남느냐에 달려있다.
정부의 정책설계는 이미 상당 부분 이 방향을 담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는 'AI 3대 강국도약'과 '자치분권 기반의 균형성장'을 별개의 목표로 두지 않는다. 5극 3특 전략 역시 권역별 성장엔진과 인재·혁신거점을 묶는 경제권, 60분 생활권을 중심으로 교통·주거·교육·의료·문화를 연결하는 정주생활권, 권한과 재원을 뒷받침하는 행·재정기반을 함께 제시한다.
지역을 대한민국 새로운 성장주체로 전환하겠단 선언
이는 지역을 중앙정부의 단순한 재정배분대상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주체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대규모 민간투자가 전제가 된다고 하더라도 중앙부처가 사업을 잘게 나누어 공모하여 지방정부가 국고보조금을 확보하는 소위 '중앙재정 지원의 국가전략' 중심으로 기존의 재정운용방식을 계속 진행한다면, '지역에 입지 한 국가사업'은 늘어도 '지역이 주도한 성장'은 만들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중앙이 정한 사업을 지역에 배치하는 수준을 넘어, 대규모 국가투자를 지역의 지속가능한 성장역량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의 네 가지 실행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국가전략산업의 지역화는 '입지배분'이 아니라 '지역가치의 축적'으로 향후 평가해야 한다.
정부가 권역별 산업축을 제시한 만큼, 다음 단계에서는 투자액과 부지면적에 더하여 지역고용, 지역기업 조달, 공동 연구개발과 기술이전, 지역대학 인재채용, 창업·분사, 지방세수 기여를 성과지표로 삼아야 한다. 대규모 지원사업마다 중앙정부·지방정부·기업이 이러한 목표를 담은 '지역가치협약'을 체결하고, 이행결과를 주민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지역대학, 중소·중견기업, 연구기관과 노동시장이 대기업 투자 주변에 촘촘히 연결될 때 지역에 대한 외생적 투자가 내생적 성장동력으로 전환될 수 있다. 반대로 지역 안에서 기술과 인재, 구매와 창업이 순환하지 못한다면 막대한 투자도 지역경제와 느슨하게 연결된 고립된 생산기지에 그칠 수 있다.
지역특화 전략은 중앙이 산업목록을 나누어 주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이 기업·대학·연구기관·노동계·주민과 함께 자기 권역의 비교우위와 미래가능성을 발견하는 과정이 국가전략산업과 아울러 수반되어야 한다.
같은 AI라도 농생명, 의료, 조선, 자동차, 문화콘텐츠, 재난안전과 결합하는 방식은 지역마다 다를 수 있다. 중앙정부는 실패위험을 함께 부담하고 권역 간 연계를 조정하되, 지역은 선택과 집중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 5극 3특이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성장권역들이 협력하고 경쟁하는 특화된 권역별 성장판으로써의 역할을 하게 된다.
성과와 책임 결합된 자치재정권의 확대 필요

▲호남 반도체 공장 후보지 위로 헬기 비행6월 30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호남권에 반도체 생산공장(팹)을 만들겠다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헬기가 반도체 공장 후보지 가운데 한 곳으로 거론되는 광주 군 공항 일원을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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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이미 예고된 초광역특별계정과 지역자율 R&D를 실질적인 자치재정권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중앙정부는 기술표준, 전력·용수·교통 같은 기반시설과 대규모 위험분담을 책임 하되, 산업·인재·정주정책의 구체적인 조합은 권역이 설계하도록 해야 한다. 초광역사업은 부처별 단년도 공모를 합친 예산이 아니라, 권역이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는 다년도 포괄재원과 성과협약으로 운용돼야 한다.
교부세와 지방세 확충도 단순한 재원이전이 아니라 성과와 책임이 결합된 자치재정권의 확대여야 한다. 지원규모가 커도 지역의 재량이 작으면 지방정부는 성장전략의 주체가 아니라 중앙사업의 집행기관에 머문다. 따라서 지역의 재량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 지방의회 심의, 주민공개, 성과평가와 환류장치를 함께 두어야 중앙의 통제도, 지방의 일부 도덕적 해이도 줄일 수 있다.
셋째, 60분 생활권을 교통망 건설계획이 아니라 주민의 서비스 접근권 기준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양질의 좋은 일자리가 생겨도 주거와 교육, 필수의료, 돌봄과 문화가 따라오지 않으면 인재는 정착하기 어렵다. 60분 안에 산업거점에 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응급의료, 대학·직업교육, 돌봄과 문화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지도 성과지표로 삼아야 한다.
특히 초광역권의 중심도시만 성장하고 주변 시·군이 다시 소외되는 '권역 내부의 재집중'을 막아야 한다. 기초지방정부와 주민이 계획수립, 사업선택, 성과평가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주민체감형 균형성장은 재정운용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지역이 실제 수요에 맞춰 교통·교육·의료·산업정책을 묶으면 중복시설과 단년도 행사성 사업을 줄이고, 한정된 재원을 생활권 단위의 공동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다.
지방정부 간 경쟁의 기준도 '국비를 지역에 얼마나 확보해 왔는가'에서 '주민의 일상문제를 얼마나 적은 비용으로 개선했는가'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정책의 창의성과 재정책임성이 함께 높아질 수 있다.
넷째, 지난 7월 1일 출범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권역의 지역주도성장과 자치분권을 함께 넓힐 수 있는지를 보여줄 선도사례다.
통합의 성패는 행정구역과 조직을 합치는 데 있지 않다. 중앙정부, 통합특별시, 기초지방정부의 기능배분, 지속가능한 재정구조, 권역 내 격차의 재정조정, 주민참여를 실제로 작동시키는데 달려있다.
통합으로 생긴 규모의 경제가 특정 중심지에만 귀속되지 않도록 권역별 투자원칙과 권역 내 지역 간 균형발전재원을 명확히 하고, 주민감시와 지방의회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광역행정체제 개편은 중앙권한을 더 큰 지방정부로 옮기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권한을 주민 가까운 곳에서 책임 있게 행사하도록 만드는 분권이어야 한다.
균형성장과 자치분권은 동전의 양면이다. 국가전략산업이 지역에 들어와도 지역이 결정권과 재정역량을 갖지 못하면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렵고, 자치분권도 주민의 삶을 체감시키지 못하면 대국민 공감을 얻지 못한 채 자칫 공허해질 우려가 있다.
이제 국가전략의 다음 단계는 산업의 분산을 넘어 성장의 주도권과 성과를 단계적으로 지역에 남기는 것이다.
지역을 국가산업의 수용지가 아니라 스스로 미래산업과 생활정책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행위자로 바로 세울 때, AI 대도약과 5극 3특은 비로소 주민의 삶에서 체감되는 균형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신유호단국대 교수
신유호
* 필자 소개 : 신유호 단국대 공공경영대학원 교수는 학계에서 자치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정부 간 재정관계 관점에서 주로 연구해 온 학자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재정분권전문위원회 위원, 그리고 제22대 국회의장 직속 지방소멸대응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이재명 정부에서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자치분권전문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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