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STAT; OECD Data Explorer; OECD Going Digital Toolkit; OECD Revenue Statistics; OECD Social Expenditure Database(SOCX); World Bank Open Data; World Inequality Database(WID)
이주하 분석
이상하지 않은가. <표>에서도 드러나듯이 한국의 고용률은 스웨덴, 독일, 미국, 일본보다도 높다. 그런데 왜 불평등은 나아지지 않는가. 답은 간단하다. 많이 일하게는 하지만, 노동시장에서의 격차는 커지고 있으며, 그 격차를 메우는 데는 너무 인색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케이트 레이워스의 '도넛 경제학'의 개념을 차용한 옥스팜코리아의 '2026 옥스팜 도넛 리포트_한국 불평등'(2026)에 따르면, 상위 10%와 하위 40%의 소득 격차가 2009년 2.4배에서 2023년 4.1배로 벌어졌고,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은 2003년 62%에서 2024년 53.9%로 감소했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 수준 역시 2005년 70%에서 2023년 58.7%로 하락하였다.
이처럼 대기업 정규직과 영세 사업장· 비정규직 사이의 소득 격차는 커지는 반면, 이를 사회적으로 흡수하는 장치는 매우 얇다. <표>의 세후 지니계수, 그리고 세전-세후 지니계수 차이에서 알 수 있듯이 시장에서 발생한 불평등을 세금과 복지로 완화하는 효과가 너무 낮은 것이다.
주지하듯이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경쟁력과 디지털 역량을 갖춘 나라다. 대학교육 이수율은 54.5%로 스웨덴, 독일, 미국보다 높고, IT산업 연구개발 투자도 비교대상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반해 한국의 공공고용 비중은 매우 낮은 수준이며, 보건·사회서비스 고용은 비교국 중 가장 저조하다. 복지지출 역시 가장 낮으며, 가족 관련 사회지출도 GDP 대비 1.6%에 불과하다.
한국과 같은 수출주도형 경제는 대외 충격에 크게 영향을 받는 만큼 안정적인 내수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사회서비스와 돌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가족·시장 중심 돌봄체계는 저임금과 불안정 노동을 고착화하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인프라로 충분히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돌봄의 공공화는 복지 확대인 동시에 성장 전략이다
현 정부의 핵심 화두인 AI는 성장을 이끄는 엔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AI가 미래의 일자리를 위한 핵심 전략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올해 고용노동부가 개최한 APEC 미래일자리포럼(2026)에서도 AI 노출 위험이 높은 직종을 중심으로 청년고용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 혁신이 반드시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를 돌보고, 어르신을 돌보고, 장애인을 지원하는 일에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지금, 돌봄 수요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AI와 반도체가 그렇듯, 사람을 돌보고 역량을 키우는 사회서비스와 돌봄 역시 국가의 핵심 인프라다. 복지가 국정 운영의 주변부에 머무르는 한 성장 역시 지속가능하기 어렵다.

▲OECD (2026) Inclusive and Sustainable Well-being in Korea, https://doi.org/10.1787/a8940343-en.
이주하 분석
<그림>이 보여주듯 한국 여성의 고용률은 30대에 급격히 하락하는 전형적인 'M자형' 구조를 보이며, 이 시기의 성별 고용격차는 OECD 평균보다 훨씬 크다. 돌봄을 가족에게, 특히 여성에게 떠넘겨온 구조가 저출생과 여성 경력단절,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동시에 만들어내고 있다. 따라서 공공 돌봄에 제대로 투자하면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경제가 살아나며, 돌봄을 혼자 감당해 온 여성들이 일터로 나올 수 있다. 돌봄에 쓰는 돈은 비용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투자이자 경제의 내수 기반을 다지는 사회 인프라다.

▲지난 1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이재명 정부 보건복지정책 1년 평가 토론회’ 가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성장을 우선시하면서 복지와 돌봄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참여연대
이재명 정부에 묻는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모두의 복지'가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이 되기 위해서는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공공 돌봄 인프라 확충과 사회서비스 투자, 안정적인 재정 기반 마련을 통해 성장과 복지가 서로를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핵심은 예산이다. 공공사회지출을 실질적으로 늘리지 않는 한, 소득보장도 사회서비스도 보건의료도 근본적으로 나아지기 어렵다. 지금은 AI와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늘어날 수 있는 시기다. 이 기회를 복지국가의 재정 기반을 다지는 데 써야 한다. '재정건전성 신화' 뒤에 숨어 복지 확대 논의를 회피하는 것은, 지금의 불평등을 다음 세대에 떠넘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AI와 반도체가 미래 산업을 만든다면, 복지는 그 미래를 살아갈 사람을 만든다. 한국은 '일하지 않는 나라'가 아니라 '많이 일하지만 충분히 돌보지 못하는 나라'이며, 과도한 경쟁에 지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복지와 돌봄은 성장의 비용이 아니라 토대라는 공감대 형성이다. 많은 이들의 아픔을 치유해 준 악동뮤지션의 노래 가사처럼 "기쁨 뒤에 슬픔이 오는 건 아름다운 마음"이지만, 성장 뒤에 복지가 오는 건 더 이상 아름답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재명 정부가 이 순서를 바로잡을 수 있기를, 그리고 복지가 더 이상 국정의 뒷줄에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이 칼럼은 '월간 복지동향' 7월호(제333호) '복지는 어디에 있는가: 이재명 정부 1년, 성장-복지 관계 재구성의 과제'를 바탕으로 재작성함.
▲이주하 동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본인
필자 소개 : 이주하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사회정책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동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한국사회정책학회 회장,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소위위원 등을 맡고 있다. 주요 관심 분야는 복지국가와 공공성이며, Social Policy & Administration, Policy Sciences, Voluntas, International Review of Administrative Sciences, Journal of Democracy, International Journal of Social Welfare 등에 논문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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