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립경찰청의 모습
위키미디어 공용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왕립검찰청은 경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이 수사한 사건을 독립적으로 검토해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수사 도중 법률적 조언을 하고 필요한 추가수사를 요청하지만, 경찰의 통상적인 수사를 대신하지는 않는다. 경찰과 정부로부터의 독립도 공식 원칙으로 삼는다.
이 체제에서 검찰의 힘은 직접 체포하고 신문하는 데 있지 않다. 경찰이 만든 사건을 거리를 두고 심사해 증거가 부족하거나 신뢰하기 어려운 사건을 법정으로 보내지 않는 데 있다.
캐나다가 오판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터널 비전'이다. 수사기관과 검찰이 하나의 가설에 갇히면 반대증거가 보이지 않고, 이미 내린 판단을 지키는 것이 진실을 찾는 일보다 앞설 수 있다. 그래서 캐나다의 오판방지 논의는 경찰과 검찰의 협력과 함께 상호독립, 두 번째 의견, 내부 재검토를 강조한다.
경찰 자신이 의심받는 사건에는 한 단계 더 강한 분리가 필요하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독립경찰행위감독기구(IOPC)는 경찰 밖에서 가장 중대하고 민감한 경찰 관련 사건을 직접 조사한다.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면 사건을 왕립검찰청으로 보내고, 기소 여부는 다시 별도의 기관이 결정한다. 경찰 비위는 경찰 밖에서 수사하고, 기소는 그 수사기관과도 분리하는 구조다.
반대 사례도 있다. 일본은 직접수사와 기소를 위계적 검찰조직 안에 함께 두고 있다. 그러나 2010년 오사카지검 사건에서는 검사가 증거를 변조하고, 지휘부의 은폐 문제까지 드러나 일본 법무성 차원의 검찰개혁 논의로 이어졌다. 이처럼 검찰의 전문성과 민주주의 제도가 결합의 위험을 저절로 제거해 주지는 않았다.
독일처럼 검찰이 직접 수사하거나 경찰수사를 지휘하는 체제도 존재한다. 그 사실은 검사 직접수사도 가능한 제도라는 점을 보여줄 뿐, 한국에도 반드시 그 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주지는 않는다. 여러 나라의 경험에서 확인되는 것은 검사의 직접수사 없이도 기소와 수사통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문제는 권한의 양이 아니라 연결이었다
한국의 형사소송법은 오랫동안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하도록 했다. 2020년 개정은 일반적 수사지휘를 폐지하고 검찰과 경찰을 협력관계로 바꿨지만, 검사의 직접수사와 송치사건에 대한 직접 보완수사, 최종 기소결정의 연결까지 끊지는 못했다.
한국 검찰권의 힘은 직접수사 하나에서 나오지 않았다. 수사개시와 강제수사, 증거구성과 사건의 확대·축소, 기소독점과 기소편의주의, 전국적으로 연결된 위계조직이 하나로 묶였다. 어떤 사건을 시작하고 얼마나 키울지, 어디서 멈추고 누구를 법정에 세울지를 한 조직이 연속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
그 결과는 과잉수사에만 나타나지 않았다. 약촌오거리 사건에서는 경찰의 가혹행위로 열다섯 살 소년이 허위자백을 했고, 검찰은 그를 기소했다. 진범이 검거된 뒤에도 기존 과오는 바로잡히지 않았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검찰이 진범에게 면죄부를 준 대표적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김학의 사건에서는 반대 방향의 문제가 드러났다.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경찰 송치 죄명에 한정된 부실수사와 봐주기수사 정황, 검찰권 남용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권의 위험은 언제나 세게 수사하는 데 있지 않다. 누구는 수사하고 누구는 수사하지 않을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모든 검사가 늘 권한을 남용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제도는 평균적인 선의보다 최악의 남용과 자기교정의 실패를 기준으로 짜야 한다. 한국의 문제는 검찰이 일을 많이 했다는 데 있지 않다. 사건을 만들 권력과 그 사건을 재판에 넘길 권력이 위계적 조직안에서 결합해 있었다는 데 있다.
장윤기 사건을 거꾸로 읽지 말아야

▲지난 1일 광주경찰청에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팀이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특별수사팀은 장윤기 사건을 둘러싸고 제기된 유착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장윤기 사건은 직접 보완수사권 폐지론이 피해서는 안 될 반론이다. 경찰의 초기수사에서 성범죄 목적과 관련된 정황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고, 현직 경찰관인 부친과 수사팀의 접촉, 증거인멸과 수사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됐다. 현재 검찰과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경찰 지휘부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해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있으므로 확정된 사실과 수사 중인 의혹은 구분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이 증명한 것은 경찰의 자기교정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여기에서 검사가 반드시 직접 수사해야 한다는 결론까지 나오지는 않는다. 외부 재검증은 목적이고, 검사 직접수사는 여러 수단 중 하나다.
검찰의 증거조작이나 봐주기수사를 경찰·특검·과거사조사가 밝혀냈다고 해서 경찰에 기소권까지 줘야 한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경찰 비위를 검찰이 밝혀냈다는 사실만으로 검찰에 수사와 기소를 다시 함께 맡길 수도 없다.
장윤기 사건의 진짜 교훈은 이해충돌이 생기면 수사주체부터 바꿔야 한다는 데 있다. 수사기관 자신이나 지휘선이 연루됐을 때 같은 기관에 다시 잘 수사하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원수사기관에서 사건을 떼어내 경찰 밖의 독립기관이 조사하게 해야 한다.
검사는 다시 수사하지 말고 다시 의심해야 한다
직접수사권을 폐지한다고 검찰이 약해질 이유는 없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고쳐 수사 과정에서 만들어진 자료를 원칙적으로 모두 등록하고, 검찰이 전체 기록과 원자료, 미사용자료, 피의자에게 유리한 자료까지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누락과 삭제의 흔적도 자동으로 남게 해야 한다.
보완수사요구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검찰은 무엇이 빠졌고 어떤 증거가 모순되며 그것이 왜 기소판단에 필요한지를 서면으로 적시해야 한다. 경찰은 기한 안에 이행하거나 불이행 이유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다만 검사가 조사 대상과 질문 내용, 압수수색 방법까지 일일이 명령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보완수사요구권이라는 이름으로 과거 수사지휘권을 되살리는 일이다. 검찰은 무엇이 부족한지를 밝히고, 실제 수사방법은 수사기관이 정한다는 경계를 세워야 한다.
단순 누락은 원수사팀이 보완하고, 반복되는 부실에는 수사팀을 교체해야 한다. 경찰관이나 지휘부의 유착·은폐 의혹이 제기되면 원기관의 관할을 배제하고 독립기관으로 자동 이관해야 한다. 피해자와 유족에게도 재수사와 외부이관을 요구하고 불송치·불기소 결정에 불복할 실질적 권리를 줘야 한다.
검찰의 힘은 사건을 직접 만드는 힘에서 다른 기관이 만든 사건을 의심하고 걸러내는 힘으로 옮겨가야 한다. 직접수사와 직접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대신 기록심사, 보완요구, 영장심사, 기소판단을 더 엄격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을 믿지 않기 위해 제도를 만들다
▲지난 6월 25일 당시 김민석 국무총리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좋은 검사가 수사하면 된다는 말은 좋은 경찰이 수사하면 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국가의 형벌권을 사람의 선의에 맡길 수 없기 때문에 제도를 만들고, 한 기관의 오류를 다른 기관이 확인하도록 권력을 나눈다.
헌법이 반드시 요구한 것은 검사의 직접수사가 아니다. 검사의 신청과 법관의 발부를 거쳐 강제수사를 통제하는 일이다. 검사의 직접수사와 직접 보완수사권은 폐지해야 한다. 경찰의 실패는 전체 기록심사와 강한 보완요구, 독립적 외부수사와 피해자의 불복권으로 교정해야 한다.
영국은 수사와 기소를 나눴고, 캐나다는 서로 다른 시선이 오판을 막는다고 보았으며, 일본은 강한 검찰도 자기 오류를 스스로 교정하지 못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세계의 경험이 한국에 주는 답은 더 강한 하나의 기관이 아니다.
검찰도 경찰도 자신이 맡은 사건을 끝까지 독점하지 못하게 하는 것. 그것이 한국 검찰개혁이 선택해야 할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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