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1일 북극 여름 최소 해빙.(원본 지도를 AI를 활용하여 번역·재구성). 흰색~파란색으로 표시된 영역은 해빙 분포를 나타내며 흰색에 가까울수록 농도가 높다. 겨자색 선은 1981~2010년 중앙값 여름철 해빙 면적이며, 가운데 점은 북극점이다. 자료: Michon Scott, 「Arctic sea ice minimum in 2024 seventh lowest on record」, NOAA Climate.gov, 2024. 9. 26. (Data: NSIDC).
미국 연방정부 저작물 (퍼블릭 도메인)
정부도 탄소 감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친환경 해양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술적 한계와 정책 지연으로 기후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선언적 구호에 그칠 수 있다. 자연은 인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도 북극해를 오가는 선박 수는 증가하고 있고, 자원 채굴과 군사 활동도 계속 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박 처장은 가장 단순한 명제를 던진다.
"과학적 근거를 딱히 대지 않아도 그냥 인간이 안 다니면 환경은 보호됩니다. 막연히 북극곰을 보호해 달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북극항로 이용이 유빙(流氷)이 녹는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으면 좋겠다는 거죠.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건 모두가 인지하고 있으니까요."
북극항로가 해빙이 녹는 속도를 더 올리지 않고 지속 가능한 항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개발 논리에 매몰되기보다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박 처장은 북극 거버넌스의 방향에 대한 고민과 함께, 해양수도의 조건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물적 인프라와 함께 부산이 갖추어야 할 핵심 가치로 '블루 뉴딜(Blue New Deal)'을 제시했다. 블루 뉴딜은 바다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 해양 경제 전환 정책으로, 해양 재생에너지, 친환경 선박, 스마트 해양 산업 등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며 지속 가능한 해양 경제를 일구는 것이 목표다.
북극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참관국인 우리나라가 독자적 행동을 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른 많은 나라들과 같이 우리 또한 북극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북극에서 일어나는 일은 북극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말처럼 기후위기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멈춰버린 국제 협력 체제를 복원하고 친환경 기준과 운영 모델을 선도할 주체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비록 북극 개발에서는 후발주자이지만, 우리나라는 극지 연구 역량과 친환경 선박 기술, 해운·조선 분야의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외교력과 소프트 파워를 더한다면,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의 연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북극항로 정책과 친환경 해양 전략을 연계하고, 외부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북극'을 의제로 다자간 협력을 주도하며 국제적 표준을 제시하기 위해 적극 참여하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을 해양 강국으로 도약하게 하고 부산을 세계 해양수도로 이끄는 길이지 않을까.
지구의 숨구멍이 열리고 있다
북극은 지구의 온도조절장치이자 거대한 냉장고로 불린다. 북극이 따뜻해지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산불, 폭염, 폭우, 홍수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개발 논리로만 보면 북극은 지리적 요충지인 데다 막대한 자원이 잠들어 있는 '보물 상자'다. 그러나 기후위기의 관점에서 보면, 언제 어떤 재앙을 몰고 올지 모르는 '판도라의 상자'다.
나사(NASA)의 위성 사진에서 '지구의 정수리'로 묘사된 북극을 보다가, 사람의 정수리에 있는 숨구멍을 떠올린다. '천문(泉門)'이라 불리는 이 부위는 신생아의 뇌가 자라는 동안 열려 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닫힌다. 사람의 가장 중요한 기관인 뇌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지구를 사람에 비유한다면,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닫혀 있던 숨구멍이 기후위기로 열리고 있는 셈이다. 닫혀 있던 숨구멍이 모두 열리게 되면 지구는, 우리는 어떻게 될까. 그 답을 우리는 어쩌면 이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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