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도서관 밤의 풍경밤에 빛나는 별빛도서관 간판
박선희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목적지에서 멈췄는데 순간 이곳이 아닌가 싶었다. 속으로 '이렇게 크다고?' 싶을 만큼 별빛도서관의 외관은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컸다. 2016년에 개관했으니 10년이 다 되었는데, 외형만 보면 3~4년 정도밖에 되지 않을 만큼 앳돼 보였다. 게다가 저녁 무렵이라 그런지 주차장도 여유롭고 한산했다. 늘 주차장 걱정부터 앞서는 도서관 여행자에게는 시작부터 반가운 환대였다.
도서관 내부로 들어가니 외형과 달리 아주 새것 같지 않은 인테리어들이 반가웠다. 새로 개관한 도서관이라고 무조건 좋다고도 할 수 없다. 세월의 연차가 쌓인 도서관들만이 주는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그 도시의 사람들이 원하는 공간을 갖추기까지 도서관도 시간이 필요하다. 마치 세월이 갈수록 무르익는 한 사람의 생처럼, 웬만한 슬픔으로도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관록처럼 말이다.
그래, 그런 장점들을 오늘 내가 찾아볼까 하는 목표가 생기기도 했다.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우산꽂이 자물쇠였다. 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어찌 보면 누가 과연 이용할까 싶지만, 도서관에 근무하다 보면 우산 하나로도 민원이 생기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애착이 가는 우산이라면 혹여 바뀌거나 없어질까 불안할 수도 있다. 이런 작은 불편까지도 세심하게 살피고 있는 도서관의 마음이라 여겨졌다.
밤, 별빛, 시집... 시 특화 도서관이 주는 매력
밤의 도서관을 본격적으로 즐겨야 할 시간, 밤 10시까지 불을 밝히는 3층 문헌정보실에 자리를 마련했다. 사실 밤의 도서관은 도서관의 반쪽만 이용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어린이 자료실을 비롯하여 오후 6시까지만 운영하는 시설들이 많기 때문이다. 별빛도서관도 마찬가지,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말에 따르면 초록초록한 낮의 '어린이실'과 우주의 한 귀퉁이에 있을 것 같은 '별빛라운지'가 참 좋다던데 아쉽게도 이용할 수 없었다.
반쪽짜리 우주라도 탐색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문헌정보실 서가 사이를 천천히 걸었다. 다행히 아쉬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걸음이 멈춘 신착 도서 서가에서 이 도서관이 품은 뜻밖의 보물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시집이 참 많았다. 시문학 특화 도서관인 서울 은평구의 '내를 건너서 숲으로 도서관'에 다녀온 이후, 이렇게 시집이 많은 도서관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사서의 북큐레이션 역시 동시집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료를 찾아보니, 별빛도서관이 '시 특화 도서관'이라고 했다. 별빛이라는 이름이 괜히 붙여진 이름이 아니었다.

▲별빛도서관 어린이실동료가 보내 준 낮의 어린이실 풍경
한지혜
순식간이었다. 밤, 별빛, 시집. 그 낭만적인 조합 앞에서 시 쓰는 법을 잃어버린 나도 한번 다시 써볼까, 하는 마음이 불쑥 고개를 들었다. 나도 모르게 마종기 시인의 <내가 시인이었을 때>를 서가에서 조용히 집어 들었다.
별빛을 기대하며 잠시 바깥으로 나갔는데 낮의 맑음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밤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했다. 하지만 도서관 주위가 공원이라, 혼자 산책하기는 그럭저럭 선선한 밤이었다. 공원 뒤편에서 바라본 반짝이는 도서관의 뒤통수가 퍽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에는 빛나지 않았을 별빛도서관 간판도 이 밤, 믿고 의지할 빛의 기둥처럼 든든했다.
밤을 함께 견디는 이들의 고요한 숨소리
밤의 도서관은 낮의 도서관과는 다른 간절함이 묻어 있다. 지난해 이맘때, 책의 중반부를 쓰면서 밤의 도서관을 자주 찾았다. 낮의 시간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킬 수 있는 시간이 아닌, 무조건 쓰고 쓴 시간.
그 힘든 시간을 통과할 때 적지 않게 힘이 된 것은 그 밤을 함께 견디는 도서관 이용자들의 고요한 숨소리였다. 나도, 당신들도 모두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판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밤의 도서관에서 배웠다. 자신을 세상에 증명하려 애쓰는 이가 나 혼자가 아님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별빛도서관 문헌정보실은하수를 닮은 서가
이인자
집으로 돌아가기 전, 별빛도서관을 다시 한번 둘러보니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이 공간만의 독특한 구조가 보였다. 1층에서는 2층으로, 2층에서는 3층으로, 3층에서는 4층으로 가는 중심 공간이 탁 트인 열린 구조로 되어 있었다. 층마다 벽으로 분절된 것이 아니라, 위아래 층이 서로를 환하게 내려다보는 통합형 구조인 것이다. 아주 답답하지도, 아주 공허하지도 않은 이 특별한 공간을 천천히 오르다 보니 꼭대기 층에 닿아 있었다.
진짜였다. 4층 맨 꼭대기 층에서 3층을 바라보는데, 하얀색 서가가 책에서만 보던 밤하늘 흰색 은하수 띠처럼 반짝였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눌러 대는데, 이 아름다운 광경을 누구에게 보여줘야 하나 싶어 안달이 났다. 그런 이유들 때문에, 나만 보기 아까운 도서관의 풍경들을 하나씩 펼쳐 보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내가 여전히 도서관을 여행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