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7.09 10:32최종 업데이트 26.07.0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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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 리센느의 멤버 원이가 유튜브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에서 말하는 장면
아이돌 그룹 리센느의 멤버 원이가 유튜브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에서 말하는 장면유튜브 캡쳐

걸그룹 리센느 멤버인 원이가 불 꺼진 방에 들어가는 6월 28일의 유튜브 동영상에서 "무섭노. 조명부터 무서운데"라고 말하는 장면이 혐오 논란으로 비화됐다. 어미 '노'를 쓴 것이 노무현을 조롱하는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표현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경상도 사투리일 뿐'이라는 반박이 나오면서 논쟁이 촉발됐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도 논쟁에 참여했다. 그는 지난 5일 페이스북 글에서 "나의 관찰로는 일베는 표준말 뒤에 기계적으로 '노'를 붙여 사용한다"라며 '서울사람과 일베와 부산사람의 차이'라는 이미지가 담겨 있는 게시물을 공유했다.

그가 인용한 이미지에선 서울 사람의 "집이냐?"를 부산 사람은 "집이가?"라고 하는 반면, 일베는 "집이노?"라고 하고, 서울 사람의 "밥 먹었냐?"를 부산 사람은 "밥 뭈나?"라고 하는 반면 일베는 "밥 먹었노?"라고 한다고 지적한다. 부산 사람이 '노'를 쓰지 않는 경우에도 일베가 굳이 '노'를 쓴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하지만 부산 서남쪽인 경남 거제가 고향인 리센느 원이가 일베식 표현을 의식하면서 '무섭노'라고 말했다고 볼 근거는 충분치 않다. 어미 '노'를 많이 쓰는 경남의 지역적 특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제부터 일베는 '노'를 쓰게 되었나

지금의 논쟁에서도 언급되듯이, 일베 회원들은 경상도 방언과 무관하게 말끝마다 노무현의 노(盧)를 붙이는 경향을 보였다. 일베가 노무현을 조롱하는 뜻으로 '노'라는 한 글자를 쓰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은 2013년 5월 28일자 <연합뉴스>에 보도된 '일베 리포트'에서도 확인된다.

이 리포트의 작성자인 프로그램 개발자 이준행 씨는 2011년 7월 19일부터 2013년 5월 24일까지의 일베 게시물 4만 6174개의 주제어를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씨X, 존X' 같은 욕설이 주제어인 게시물이 5417개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은 '여자'가 주제어인 4321개의 게시물이다.

세 번째로 많은 것이 '노무현'이었다. 이에 관한 게시물은 2339개였다. 1633개인 '종북'과 1622개인 '광주'가 그 뒤를 이은 다음에 나온 것이 노(盧)였다. '노'를 주제로 한 게시물은 1564개였다. 오유(오늘의 유머, 1247)·민주화(1204)·섹스(616)가 '노' 뒤에 있었다.

'노무현'과 별도로 '노'를 주제로 하는 게시물이 위 기간 동안 일베 사이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노무현 서거(2009.5.23.) 이후로 '노'를 노무현 멸칭으로 사용했던 일베 문화를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경상도 어미 '노'가 아니라 노무현의 '노'를 말끝마다 붙이는 것이 2010년대 초반에 유행했다는 점은 <한국위기관리논집(Crisisonomy)> 2016년 제12권 제1호에 실린 장우영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의 논문 '온라인 미디어 및 이념 갈등의 위기'에도 언급돼 있다.

이 논문은 민주주의 발전으로 인해 진보진영에 대한 "열패적 적대감"을 느끼는 일베 회원들의 대응 방식 중 하나가 "진보 리더에 대한 비하"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김대중에 대한 비하 표현인 "핵대중·슨상님" 등과 더불어, 노무현을 비하하는 표현인 "노무노무·노알라·운지·뇌물현"과 "~노로 끝나는 종결어"가 일베 회원들에 의해 많이 사용된다고 기술한다.

이처럼 '노'는 노무현에 대한 비하의 뜻을 담은 것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측면을 따진다면 그 이상의 것을 폄하하는 의도도 함께 내포하는 것이었다. 노무현으로 상징되는 진보진영은 물론이고, 사안에 따라 이 세력에 동조하는 중도층 대중들까지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저변에 깔려 있었다.

일베가 등장한 시점은 노무현 서거 직후다. 일베의 전현직 운영진 간에 벌어진 저작권 분쟁에 관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을 보도한 2016년 6월 13일 자 <경향신문>은 "민씨는 2009년 7월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인기 게시물을 모아놓은 웹사이트인 일베저장소를 만들어 2010년 4월까지 운영했다"고 설명한다.

'무섭노' 논쟁이 상기시키는 일베의 혐오

2014년 9월 6일 서울 광화문 일민 미술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이들이 세월호특별법제정 반대와 종북척결을 주장하며 특정 손모양으로 '일베인증샷'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2014년 9월 6일 서울 광화문 일민 미술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이들이 세월호특별법제정 반대와 종북척결을 주장하며 특정 손모양으로 '일베인증샷'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희훈

일베가 생긴 것은 노무현 서거 직후이지만, 일베가 극우세력의 지지를 받은 데는 광우병 촛불집회에 대한 반감이 보다 근원적으로 작용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문제와 관련해 중도층 대중과 진보진영이 합세해 이명박 정권과 미국을 규탄한 광우병 촛불집회가 보다 더 본질적인 배경을 설명해준다.

<대중서사연구> 2017년 제23권 제3호에 실린 국어학자 구자준의 '전략적 여성혐오 서사의 등장과 그 의미'는 "2008년 촛불시위를 기점으로 온라인에서 정치적 성향의 분화가 일어나면서 청년세대 서사의 극우적 버전도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하는데, 그 중심에 있었던 커뮤니티가 바로 일베"라고 기술한다.

2013년 6월 5일, <경향신문> 주관하에 이재승 건국대 교수와 정재원 국민대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 다섯 명이 일베 현상을 분석하는 토론회를 가졌다. 다음날의 보도에 따르면, 문화평론가 최태섭의 발언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일베는 민주화의 역사 안에서 자기를 피해자라고 인식한다. 자기들은 태어나 보니까 딱히 주워 먹을 것도 없었는데, 민주화세대들이 맨날 자기들한테 와서 꼰대질이나 하니까 열 받는다는 말이다. 일베에게 어떻게 일베를 하게 됐느냐고 물으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얘기가 있다. 촛불시위 때 그렇게 됐다는 거다. 자기도 노무현 지지자였는데 광우병 촛불시위 때 '어, 이건 아니지 않아' 했다가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인 아고라에서 욕 먹고 상처를 받았는데, 일베에 와보니 나랑 똑같은 애들이 있다는 거다."

당시의 대중이 꼭 반미감정 때문에 광우병 촛불시위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 먹거리 안전과 검역 주권에 대한 절박한 인식도 큰몫을 했다. 중도층 대중이 이런 인식을 토대로 진보진영과 합세해 미국과 이명박 정권을 비토하는 것에 대한 극우세력의 반감이 일베 문화를 추동했다. 그런 속에서 말끝마다 '노'를 붙여 진보의 상징인 노무현을 비하하는 일베의 풍토가 조성됐다.

경상도 방언 '노'가 아닌 성씨 노(盧)를 붙여 노무현을 비하하는 일베의 화법은 진보진영과 노무현을 폄하하는 데만 그치지 않았다. 광우병 촛불시위와 일베 문화의 상관관계로도 나타나듯이, 그것은 나의 안전과 나의 주권을 지키고자 미국과 이명박을 비토하는 한국 국민 일반에 대한 조롱의 의미도 담은 것이었다. 죽은 노무현이 산 사람들을 대신해 조롱과 혐오를 뒤집어쓴 측면도 컸다.

무섭노 논쟁은 어미 '노'를 앞세운 일베의 혐오성 공격을 다시금 상기시키고 있다. 한국민 일반의 외침인 '광우병 NO'에 대한 극우의 반동이 '무슨 무슨 盧'를 읖조리는 일베식 문화를 낳았다. 이 조롱의 궁극적 폄하 대상은 한국 국민 일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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