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3일, 독일 베를린 총리실에서 연금 보장 위원회(Alterssicherungskommission)가 보고서를 발표한 당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배르벨 바스 노동부 장관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그런데 이 상당히 큰 개혁 패키지에서, 공무원 연금은 사실상 제외되어 있다. 일반 시민들이 보기에는 "연금 개혁을 하면서 왜 우리 제도에만 손대는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크다.
여기에 대해 정부와 법학자, 행정 실무자들은 몇 가지 이유를 내놓는다. 우선, 공무원 연금은 헌법적으로 보호된 공무원이라는 신분제와 맞물려 있어, 일반 연금처럼 정치적 타협으로 쉽게 바꾸기 어렵다는 점이다. 둘째, 공무원 연금을 손대는 문제는 단지 노후 소득 조정에 그치지 않고, 국가 인사 체계 전체를 뒤흔드는 장기 프로젝트라는 인식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일반 연금을 먼저, 공무원 연금은 별도의 시간축에서"라는 순서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과 행정의 논리가 시민들의 정서와 곧바로 맞물리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격차가 논쟁의 대상이 되듯, 독일에서도 오래전부터 "두 계급의 노후"라는 표현이 반복됐다. 안정적인 공무원 지위와 높은 연금은, 비정규직과 저임금 노동, 자영업, 이민 노동을 감내하는 층에게 '다른 세계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러므로 일반 연금에만 초점을 맞춘 이번 개혁안은 민심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각 언론 보도에 따라붙은 수백, 수천의 리뷰가 이를 대변한다. 결국 소수의 특권층은 제외하고 벼룩의 간을 내먹자는 제도 아니냐고 흥분하는 독자들이 많다.
공무원 연금은 특권이기도 하지만 공무원으로서의 제약과 책임에 대한 보상 개념이다. 파업을 할 수 없고, 특수한 윤리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대신, 국가는 공무원의 삶 전체를 책임진다. 그러나 일반 대중에게는 연금 부과금을 한 푼도 내지 않으면서 고액의 퇴직연금을 수령하는 자들이라는 인식이 깊게 뿌리박혀 있다. 독일 공무원 제도는 이미 1800년 초에 시작된, 아주 오래된 관행이다. 해당 법과 행정 제도의 산맥이 너무 높아 차마 손대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문가와 언론은 두 제도를 동시에 놓고 보면 결국 이중 부담을 쌓아가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어느 한쪽을 건드리지 않고 다른 한쪽만 개혁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재정과 사회적 신뢰의 균형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국가에 헌신하는 공무원 이념이 21세기에도 가당한지를 논하며 일반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지적한다.
결국 연금 개혁을 둘러싼 논쟁은 신뢰의 정치이며 "누가 고령화의 비용을 짊어질 것인가"에 대한 세대 간, 계층 간의 거대한 권리 싸움이다.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면서도 노후 빈곤을 막고, 청년 세대에게 사회 계약에 대한 신뢰를 주는 일은 난제임에 틀림이 없다. 저출생과 고령화라는 똑같은 궤적을 걷고 있는 전 세계 모든 복지국가들이 함께 풀어야 하는 복합 방정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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