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금강수목원 폐원에 맞서 '금강수목원을 시민의 품으로' 국민청원과 서명운동을 벌이자 시민들이 줄을 서서 서명에 동참했다.
금강수목원공공성지키기네트워크
이처럼 시민들의 저항이 거세자 충청남도와 세종시도 잠시 다른 길을 모색했다. 지난해 8월, 두 지자체가 함께 국정기획위원회에 '충남산림자원연구소(금강수목원)의 국유화 건의문'을 전달한 것. 건의문은 충남산림자원연구소 부지의 국가 자산화 필요성을 담아 생태 보전과 공공성 확보 방안으로 제시하는 내용이었다. 박 운영위원장은 "그때 뭔가 희망이 있을 걸로 기대했는데 정부에서 예산이 없다며 넘겼습니다"라며 아쉬워했다.
특히 옛 충남도청 사례와 비교된다고도 전했다. 일제강점기인 1932년 대전 한복판에 지은 옛 충남도청은 1989년 충남 대전시가 대전직할시로 승격한 뒤로도 2012년 도청을 이전하기 전까지 도청으로 남았다. 또한 대전시와 충남도가 애쓴 결과, 2002년도에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돼 현재도 대전근현대사전시관으로 쓰이고 있다. 충남산림자원연구소 이전에 있어서는 세종시와 충남도가 이때와 같은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자체가 움직이지 않으니 시민사회가 더 힘을 내 행동을 이어갔다. 기자회견과 논평을 숱하게 내고 정책토론회도 세 차례나 열었다. 1인 시위, 출근길 캠페인은 일상이 되었다. 그럴 때마다 음료수나 간식 등을 사다 주면서 응원하는 시민들이 있어서 앞이 안 보이는 막막함을 버틸 수 있었다.
올해 4월 4일엔 '금강수목원 지키기 걷기대회'도 열었다. 100여 명의 시민들이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가운데도 세종보에서 금강수목원까지 8km에 이르는 거리를 "아주 절절한 마음으로" 걸었다.
공청회 한번 없던 수목원 폐원은 "민주주의의 문제"
그런데 충남도는 이러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매각 절차를 밟아나갔다. 올해 3월 6일, 3월 17일, 4월 16일 연이어 3차례나 매각 공고를 냈다. 감정가를 바탕으로 한 최저 입찰가가 3513억원. 1·2차는 응찰자가 없어서 유찰되고, 3차에는 1인이 응찰에 임했다가 절차상의 문제로 무효 처리됐다. 워낙 감정가가 커서 응찰자가 쉽게 나타나지 않을 줄 알았던 시민사회는 3차에 응찰자가 있어서 놀라고, 무효 처리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낙찰자가 생기면 민간업체를 상대해야 하잖아요. 그럼 싸움이 더 힘들어지겠죠. 3차에 입찰자가 있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박창재)

▲금강수목원 공공성 지키기 네트워크는 지금도 매주 월요일마다 출근 선전전을 하고 있다.
금강수목원공공성지키기네트워크
마음을 놓을 새도 없이 바로 4월 30일에 4차 매각 공고가 올라왔다. 꼭 6.3지방선거 전에 해치워버리겠다는 듯이. 시민사회가 이를 두고 볼 리 없었다. 금강수목원네트워크는 5월 4일 기자회견을 열어 매각 중단을 요구했다. 세종시청과 충남도청의 담당 부서도 방문해 행정 절차를 6월 3일 지방선거 이후로 보류해 달라고 요구했다. 5월 7일 4차 매각도 유찰됐고, 다시 매각 공고가 올라오지는 않았다.
박 운영위원장은 공청회 한번 없이 30년 된 수목원의 문을 닫은 건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일갈했다.
"국힘당 도지사가 국힘당이 다수인 의회에 가결을 요청해 처리해 버리고 만 거니까요."
다수가 힘을 부리면서 민의를 듣는 절차도, 대화와 타협을 통한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도 사라졌다. 그 상태로 지방선거를 치렀고 충남도와 세종시의 지자체장 모두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도의회도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었다. 당선된 박수현 충남도지사는 후보 신분이던 지난 5월 25일 자신의 공식 페이스북에 '금강수목원(산림박물관)의 공공성'이란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글에서 박 지사는 금강수목원은 '수십 년에 걸쳐 충남도민의 손으로 가꿔온 우리 모두의 자산이며, 후손에게 길이 물려줄 유산'이라고 밝히면서 '금강수목원 민간매각 절차를 중단하십시오'라고 주장했다.
바뀐 충남의 정치지형... 앞으로 지켜볼 것
현재 충남산림자원연구소는 청양의 한 폐교를 임대해 임시 이전한 상태다. 충남도는 청양에 있는 민간 식물원인 고운식물원을 매입해 산림자원연구소로 쓰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금강수목원 대지를 판 돈으로 이전 비용을 충당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운영위원장은 "고운식물원 매입비용 등은 이미 일반 예산으로 편성해 집행 중입니다. 그리고 금강수목원 매각금액이 이전 비용보다 1천억 이상 커서 이는 충남도가 수목원으로 땅장사를 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전하려는 고운식물원의 입지가 좋지 않아요. 들어가는 도로가 좁고 들어가서도 경사가 가팔라서 올라가기 힘들죠. 주차장을 비롯한 부대시설을 만들 자리도 없고 접근성도 엄청나게 떨어져요."
▲금강수목원 공공성 지키기 네트워크의 송윤옥 공동대표와 박창재 운영위원장
신정임
시민사회는 생태 공공성을 살리는 방향에서 금강수목원을 국가자산화하길 희망하고 있다. '행정수도' 세종시에 국립수목원이 하나도 없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민선 5기가 시작된 가운데 지난 6월 25일, 조상호 세종시장과 세종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만나 시정 운영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나눴다. 그 자리에서 금강수목원 문제는 주요 생태현안으로 언급되었다.
"연대회의는 그날 금강수목원 공공성 확보를 위한 충남도지사 당선인과의 공동선언 추진과 세종시 내에 금강수목원 국유화와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TF 구성을 제안했습니다. 일단 긍정적인 답변을 했는데 구체적인 이행을 어떻게 할지는 좀 지켜볼 일입니다."
박 운영위원장은 조상호 세종시장과의 간담회 소식을 전하면서 금강수목원의 민간 매각 저지는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고 30년 넘게 잘 가꿔온 소중한 공공의 숲을 지켜내는 투쟁"이라며 그 의미를 강조했다.
이제 해결로 나아갈 일만 남았다. 지난 4월 '금강수목원 지키기 걷기대회'가 끝나고 함께한 '금강수목원 5행시 짓기' 대회에 나온 한 참가작의 바람대로.
'
금강수목원은 세종시에 자리한 /
강과 숲이 어우러진 우리의 /
수백년을 지켜갈 공공의 자산 /
목적 없는 민간 매각 특정집단만 남는다 /
원상복구 시민에게 돌려주자!'
[필자 소개] 신정임: 이야기의 힘을 믿는 기록자. 평범한 이들의 숨어있는 보석 같은 이야기를 캐내는 데 희열을 느낍니다. 책 <우리 같이 노조 해요> <우리들의 드라마> <이태원으로 연결합니다> 등을 함께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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