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6P SHBM 조리 실습실에서 열린 학생 대상 오전 특강 장면. 왼쪽의 아이삼 아이트 우아크림(Aissam Ait Ouakrim) 셰프가 수업을 지켜보는 가운데, 이찬재 실장과 송연실 진아에프앤씨 대표가 한국 발효와 올리브김치 시연을 진행하고 있다.
이찬재
오전 수업은 학생들이 직접 올리브김치를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한국 발효의 기본을 설명했다. 된장, 간장, 고추장, 액젓, 김치. 그리고 한식의 반상차림. 밥과 국, 김치와 반찬이 한 상에 놓이고, 짠맛과 신맛, 매운맛과 감칠맛이 서로 균형을 이루는 구조를 이야기했다.
학생들은 조용히 듣다가 곧 질문을 던졌다.
"김치는 모두 매운가요?"
"액젓은 생선 냄새가 강하지 않습니까?"
"발효는 얼마나 기다려야 합니까?"
질문은 구체적이었다. 그들은 단순한 청중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주방에서 이 재료를 어떻게 쓸 수 있을지 생각하는 예비 전문가들이었다.
학생들은 작은 그릇에 절인 올리브를 담고, 양념을 올리고, 직접 버무렸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이던 학생들이 곧 웃으며 서로의 접시를 비교했다. 어떤 학생은 양념을 많이 넣었고, 어떤 학생은 매운맛을 걱정하며 조금만 넣었다.
강의실은 실습실이자 작은 시장처럼 변했다.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 학생들의 웃음, 고춧가루와 마늘 냄새, 올리브의 짠 향이 섞였다. 한국의 김치 양념이 벤게리르의 조리 실습실 공기 속으로 퍼지고 있었다.
"이것도 김치입니까?"
오후 강연은 교수진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오전이 학생들의 실습 중심이었다면, 오후는 시연과 테이스팅, 토론에 가까웠다. 이번에는 송연실 진아에프앤씨 대표가 직접 올리브김치를 만들고, 이브 사마케 학장을 필두로 한 교수진과 교직원들이 맛을 보며 질문을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여러 번 물에 씻어 짠맛을 덜어낸 절인 올리브 위에 붉은 양념이 올라가자, 한 여성 교직원이 한국어로 말을 건넸다.
"이것도 김치입니까?"
순간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그는 한국 문화를 좋아한다고 했다. 집에서도 김치를 담근다고 했고, BTS 팬이라고도 했다. 이미 김치를 알고 있는 사람이, 모로코의 절인 올리브 위에 올라간 붉은 양념을 보며 김치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묻고 있었다.
그 질문은 단순했다. 동시에 이날 특강의 핵심을 정확히 찔렀다. 김치는 형태인가, 원리인가. 배추가 있어야만 김치인가, 아니면 채소와 양념, 발효의 시간이 만나면 다른 재료도 김치의 언어를 빌릴 수 있는가.
우리는 올리브김치가 전통 김치의 한 종류라고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김치가 가진 원리, 곧 채소와 양념, 발효와 감칠맛이 만나 새로운 맛을 만드는 방식을 현지 식재료에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설명을 들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질문 덕분에 올리브김치는 단순한 응용 요리가 아니라, 김치의 경계를 함께 생각해보는 대화의 출발점이 됐다.
교수진이 물은 것은 매운맛이 아니었다
교수진과 교직원들은 올리브김치를 한입 맛본 뒤 단순히 맵다, 새롭다, 낯설다고 말하지 않았다. 곧바로 맛의 구조를 물었다. 매운맛은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절인 올리브의 짠맛과 쌉싸름함은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우마미부스터가 들어가면 맛의 중심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질문했다.
특히 이브 사마케 학장은 한국 음식에서 말하는 맛의 밸런스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 질문을 계기로 대화는 단순한 시식 소감에서 음식문화의 차이로 옮겨갔다.
모로코의 교수진은 올리브김치에서 향의 균형을 먼저 보았다.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의 향이 올리브의 짠맛과 쌉싸름함을 어떻게 바꾸는지 물었다. 매운맛이 너무 앞서지는 않는지, 다른 향신료와 함께 쓰면 어떤 균형이 생길 수 있는지도 이야기했다.

▲UM6P SHBM 교수·교직원 대상 오후 특강에서 진아에프앤씨 송연실 대표가 시연한 올리브김치를 교수와 셰프들이 테이스팅하고 있다. 절인 올리브에 한국식 김치 양념과 우마미부스터를 더한 올리브김치는, 한국 발효의 감칠맛이 모로코 식재료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시식이었다.
이찬재
우리는 그들에게 감칠맛의 역할을 설명했다.
절인 올리브는 맹물에 여러 번 씻어도 짠맛과 쌉싸름함을 완전히 지울 수 없었다. 여기에 매운 양념만 더하면 맛이 따로 놀 수 있다. 이때 우마미부스터가 들어가면 맛의 바닥이 생긴다. 맵고 짜고 쌉싸름한 맛들이 흩어지지 않고 하나로 묶인다. 한국 음식에서 액젓과 젓갈, 된장과 간장이 해오던 역할이 바로 그런 것이다.
한 교수는 올리브김치를 맛본 뒤 말했다.
"이것은 단순히 매운 양념이 아닙니다. 맛의 밸런스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그 말이 반가웠다.
그가 느낀 것은 매운맛 자체가 아니었다. 매운맛과 짠맛, 올리브의 쌉싸름함, 그리고 발효의 감칠맛이 한 접시 안에서 서로 자리를 잡는 방식이었다. 우리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김치 한 접시가 아니었다. 한국 음식이 맛의 균형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그날 SHBM의 강의실에서 '음식의 밸런스'라는 말은 서로 다른 두 식문화가 만나는 통역어가 됐다. 모로코의 셰프들은 향신료의 균형으로 그 말을 이해했고, 우리는 오미와 발효 감칠맛의 균형으로 그 말을 풀었다. 올리브김치는 그 두 감각이 만난 작은 접시였다.
매운맛이 만든 작은 소동
시식 시간이 되자 분위기가 풀렸다.
접시에 담긴 올리브김치가 하나씩 돌았다. 교수진과 교직원들은 먼저 냄새를 맡았다.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의 향이 올라오고, 그 안쪽에서 우마미부스터의 감칠맛이 따라왔다. 모로코 사람들에게 익숙한 절인 올리브가 낯선 붉은 옷을 입은 셈이었다.
첫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눈이 커졌다. 잠깐 말이 멈췄다. 곧 웃음이 터졌다.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는 한 교수는 올리브김치를 입에 넣자마자 물을 찾았다. 처음에는 괜찮은 듯 웃더니, 몇 초 뒤 표정이 달라졌다.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 쪽으로 향했다. 강의실은 잠시 난리북새통이 됐다. 누군가는 물을 건넸고, 누군가는 휴지를 찾았고, 학생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잠시 뒤 그가 돌아왔다.
얼굴은 조금 붉어졌지만 표정은 밝았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맵습니다. 그래도 맛있습니다. 이런 발효의 맛은 처음입니다."
그 한마디에 강의실은 다시 웃음으로 채워졌다.
매운맛은 때로 문화의 경계선을 드러낸다. 한국 사람에게 익숙한 자극도 누군가에게는 작은 사건이 된다. 그 사건이 불편함으로 끝나지 않고 웃음과 대화로 이어질 때, 음식은 사람을 가깝게 만든다.
그날 올리브김치는 그렇게 강의실을 흔들었다.
"한국의 발효를 맛보게 해줘서 고맙다."
시식 뒤 반응은 진지해졌다.
교수진과 교직원들은 올리브김치를 낯선 음식으로만 보지 않았다. 그들은 이것을 자신의 조리 현장과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지 물었다. 타진에 곁들일 수 있는지, 생선 요리에 어울리는지, 매운맛을 낮추면 호텔 고객에게도 낼 수 있는지, 우마미부스터를 수업에서 감칠맛 교육용으로 쓸 수 있는지 질문이 이어졌다.
그때 앞서 한국어로 "이것도 김치냐"고 물었던 여성 교직원이 다시 말했다. 이번에도 한국어였다.
"한국의 발효를 맛보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매운 소스가 아니라 맛을 깊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그 말은 오래 남았다. 김치를 처음 맛본 사람의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집에서 김치를 담글 만큼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올리브김치 안에서 발효의 의미를 다시 확인한 순간이었다.
또 다른 교수는 우마미부스터에 관심을 보였다.
"이 소스는 수업에서 써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감칠맛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습니다."
학생들의 반응도 이어졌다.
"김치를 매운 절임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오늘은 발효가 맛을 만드는 방식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올리브는 우리가 잘 아는 재료인데, 이렇게 바뀔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타진 옆에 조금 곁들이면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빵과 함께 먹어도 좋겠습니다."
우리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김치의 정답이 아니었다. 김치가 가진 원리였다. 액젓과 우마미부스터가 만드는 감칠맛, 양념이 재료를 감싸는 방식, 발효가 시간이 지나며 맛을 바꾸는 구조. 그들이 그것을 자기 언어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했다.
시연 뒤에는 우마미부스터 공급에 대한 요청도 나왔다.
한국 발효를 설명하는 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현지 셰프들이 자신의 수업과 주방에서 써볼 수 있는 가능성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발효의 언어가 강의실을 지나 실제 주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였다.
한 달의 여정 끝, 발효가 남긴 마지막 질문

▲UM6P SHBM 교수·교직원 대상 특강 뒤 이어진 기념 촬영. 한국 발효와 올리브김치 시연이 끝난 뒤 교수진과 학생들이 왕신 팸플릿과 샘플을 들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액젓과 우마미부스터, 올리브김치 양념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며 강의실은 작은 교류의 장처럼 북적였다.
이찬재
강의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사진 촬영 요청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휴대전화를 들고 다가왔다. 교수들도 함께 사진을 찍었다. 어떤 학생은 팸플릿에 사인을 부탁했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 곧 여러 명이 차례로 다가왔다. 강의실은 다시 작은 행사장처럼 북적였다.
우리가 가져간 왕신 팸플릿과 샘플은 금세 동났다.
액젓 샘플을 더 받을 수 있는지 묻는 학생도 있었다. 우마미부스터를 어디에서 구할 수 있는지 묻는 교수도 있었다. 올리브김치 양념을 다시 만들려면 어떤 비율로 섞어야 하는지, 매운맛을 줄이려면 무엇을 조절해야 하는지, 생선 발효의 향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은지 질문이 이어졌다.
그 질문은 구체적이었다. 그만큼 이 음식을 자기 주방 안으로 들여놓고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한국 음식의 세계화는 단순히 김치와 장류를 해외 식탁에 올려놓는 일이 아니다. 현지의 좋은 식재료와 만나고, 현지 셰프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되고, 그들의 손에서 다시 응용될 때 살아난다.
그날 벤게리르의 SHBM 강의실에서 그 가능성을 보았다.
강의실을 나오며 조리대 위에 남은 붉은 양념 자국을 보았다. 조금 전까지 그곳에는 여러 번 씻어낸 절인 올리브와 고춧가루, 양배추풀과 우마미부스터가 놓여 있었다. 학생들은 손으로 버무렸고, 교수들은 음식의 밸런스를 이야기했다. 어떤 이는 매운맛에 놀라 물을 찾았고, 어떤 이는 수업에서 써보고 싶다며 소스의 가능성을 물었다.
과학적으로 발효는 미생물과 효소가 식품 성분을 바꾸는 과정이다. 여행자의 언어로 말하면, 발효는 냄새를 맛으로 바꾸고, 결핍을 깊이로 바꾸고, 낯선 음식을 한 식탁 위에 앉히는 오래된 방법이었다.
이번 여정은 스페인의 바다와 소금에서 시작됐다. 고대 로마의 가룸 흔적을 따라가고, 안달루시아의 치즈와 하몽, 루에다의 와인을 지나 아프리카의 향신료와 숨발라까지 건너왔다. 길 위에서 만난 발효는 늘 저장의 기술을 넘어 있었다.
한국의 장독에서 익은 액젓도 그랬다. 남해 멸치와 천일염이 긴 시간을 지나 만든 감칠맛은 벤게리르의 강의실에서 모로코의 절인 올리브와 만났다. 향신료가 음식의 앞을 열었다면, 발효의 감칠맛은 뒤에서 맛을 받쳤다. 그 둘은 서로를 밀어내지 않았다. 올리브김치 한 접시 위에서 함께 음식의 중심을 잡았다.
한 달 가까이 '세계의 발효를 찾아서' 떠난 길의 끝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질문은 처음과 같았다.
맛의 밸런스는 어디에서 오는가.
그 답은 한 나라의 식탁에만 있지 않았다. 바다와 소금, 산과 바람, 장독과 동굴, 사막과 시장, 가족의 식탁과 강의실 사이에 있었다. 발효는 그 사이를 잇는 오래된 방법이었다. 시간을 빌려 맛의 균형을 만드는 일, 그리고 그 균형을 다른 문화와 나누는 일.
스페인의 바다에서 시작해 안달루시아의 산과 루에다의 포도밭을 지나 아프리카의 올리브에 닿은 한 달의 여정은 여기서 한 번 멈춘다. 그러나 발효의 길은 끝나지 않는다. 세계 어딘가의 또 다른 부엌, 또 다른 장독, 또 다른 시장과 식탁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자연의 시간에 기대어 맛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 '세계의 발효를 찾아서'는 다시 그 근원을 향해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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