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7.13 06:54최종 업데이트 26.07.13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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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6P SHBM에서 열린 교수·교직원 대상 한국 발효 특강 단체사진. 이브 사마케 학장을 비롯한 교수진과 교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의 장류와 액젓, 김치 발효의 원리와 음식의 밸런스에 대해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다.
UM6P SHBM에서 열린 교수·교직원 대상 한국 발효 특강 단체사진. 이브 사마케 학장을 비롯한 교수진과 교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의 장류와 액젓, 김치 발효의 원리와 음식의 밸런스에 대해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다.이찬재

"맛의 밸런스는 어디에서 오는가?"

마라케시에서 약 70km를 달려 도착한 벤게리르(Ben Guerir)의 UM6P SHBM 강의실에서 올리브김치를 함께 맛본 뒤, 오래 남은 질문은 이것이었다. 그 질문은 우리가 먼저 꺼낸 말이 아니었다. 시식이 이어지던 오후, 이브 사마케 학장이 먼저 물었다.


"한국 음식에서 말하는 맛의 밸런스는 무엇입니까?"

그 물음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올리브김치를 맛본 뒤 나온 질문이었다. 모로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절인 올리브에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 양배추풀, 왕신 우마미부스터를 넣은 한국식 발효 양념을 입혔다. 학생들은 오전 수업에서 직접 버무렸고, 오후에는 이브 학장을 필두로 한 교수진과 교직원들이 맛을 보며 질문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모두 같은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밸런스가 중요하다."

한국에서도, 모로코에서도, 유럽 조리에서도 음식의 균형은 중요하다. 짠맛이 너무 앞서면 안 되고, 매운맛이 음식 전체를 덮어서도 안 된다. 산미와 단맛, 향과 질감도 서로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좋은 음식은 결국 균형 위에 선다.

그런데 이브 학장의 질문을 따라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같은 '밸런스'라는 말 안에 서로 다른 감각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모로코 셰프들이 말하는 밸런스는 향신료 사이의 균형에 가까웠다. 큐민과 강황, 파프리카와 계피, 고수와 민트 같은 향신료가 서로 부딪치지 않고 음식 안에서 제자리를 찾는 일. 어느 향이 먼저 올라오고, 어느 향이 뒤에서 받쳐야 하는지 조율하는 일이었다. 모로코 음식에서 향신료는 장식이 아니다. 고기와 채소의 냄새를 다듬고, 음식의 방향을 정하고, 한 접시의 인상을 만드는 중요한 언어다.

유럽식 조리에서도 균형은 오래된 과제였다. 산미와 지방, 허브와 소스, 와인과 육수, 버터와 식초가 서로를 조절한다. 산미는 기름진 맛을 자르고, 허브는 향을 세우며, 소스는 재료 사이를 이어준다. 맛은 접시 위에서 구조를 가진다.

UM6P SHBM 교수·교직원 대상 특강에서 이찬재 실장과 송연실 진아에프앤씨 대표가 한국 발효와 올리브김치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장독에서 올리브김치까지’라는 주제로, 한국의 장독 발효가 현지 식재료와 만나 새로운 음식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시간이었다.
UM6P SHBM 교수·교직원 대상 특강에서 이찬재 실장과 송연실 진아에프앤씨 대표가 한국 발효와 올리브김치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장독에서 올리브김치까지’라는 주제로, 한국의 장독 발효가 현지 식재료와 만나 새로운 음식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시간이었다.이찬재

한국 음식의 밸런스는 조금 다른 언어로 설명된다.

한국의 밥상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 매운맛이라는 오미(五味)에 발효에서 오는 감칠맛을 더해 이해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매운맛은 현대 미각 과학에서 순수한 미각이라기보다 통각에 가깝고, 감칠맛은 단맛·짠맛·신맛·쓴맛과 함께 기본 맛으로 설명된다. 여기서 말하는 '오미와 감칠맛'은 과학적 분류표라기보다 한국 밥상의 균형을 설명하기 위한 음식문화의 언어에 가깝다.

된장과 간장, 고추장, 액젓과 젓갈, 김치처럼 발효에서 나온 감칠맛은 한국 음식에서 맛의 바닥을 잡는다. 감칠맛은 늘 앞에 나서지는 않는다. 대신 음식이 비어 보이지 않게 뒤에서 붙잡는다. 된장은 찌개의 깊이를 만들고, 간장은 나물과 조림의 방향을 잡는다. 액젓은 김치 양념의 빈 곳을 채운다. 젓갈은 채소와 고춧가루 사이에 바다의 감칠맛을 넣는다.

이 차이가 이날 특강의 핵심이었다.

모로코의 밸런스가 향신료와 향신료 사이의 조율에 가깝다면, 한국의 밸런스는 오미에 발효 감칠맛을 더해 맛의 중심을 잡는 일에 가까웠다. 올리브김치는 그 두 감각이 만난 작은 접시였다.

왜 올리브김치였나

UM6P SHBM 교수·교직원 대상 특강에서 진아에프앤씨 이찬재 실장이 올리브김치를 테이스팅용으로 나눠주고 있다. 절인 올리브에 한국식 김치 양념과 왕신우마미부스터를 더한 이 음식은, 한국 발효의 감칠맛과 모로코 식재료가 만나는 방식을 직접 맛보게 한 시연이었다.
UM6P SHBM 교수·교직원 대상 특강에서 진아에프앤씨 이찬재 실장이 올리브김치를 테이스팅용으로 나눠주고 있다. 절인 올리브에 한국식 김치 양념과 왕신우마미부스터를 더한 이 음식은, 한국 발효의 감칠맛과 모로코 식재료가 만나는 방식을 직접 맛보게 한 시연이었다.이찬재

이 질문은 올리브김치 한 접시에서 나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수산식품박람회와 모로코 SHBM 강연을 준비하면서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액젓을 해외 바이어나 셰프들에게 작은 숟가락으로 맛보게 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국 발효의 의미가 충분히 전달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액젓은 그 자체로도 조미료이지만, 한국 음식에서는 김치와 국물, 나물과 소스 속으로 들어가 다른 재료의 맛을 세워줄 때 진가가 드러난다.

그래서 우리는 액젓을 '제품'으로만 설명하기보다, 하나의 음식 안에서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그 매개가 김치였다. 김치는 액젓과 젓갈이 고춧가루, 마늘, 생강, 채소를 어떻게 한 방향으로 묶는지 보여주는 음식이다. 특히 우마미부스터는 맑은 액젓을 그대로 맛보게 하기보다, 발효 멸치의 감칠맛을 요리 속에서 부드럽게 느끼게 하기 위해 준비한 재료였다.

다만 해외 현장에는 한국식 배추가 없을 수 있다. 배추가 있어도 수분이 다르고, 무도 한국 무와 다르다. 김치 양념에 들어가는 재료도 현지 셰프들에게는 낯설 수 있다. 그렇다면 김치를 그대로 재현하려 하기보다, 김치의 원리를 현지 식재료로 옮겨보면 어떨까.

모로코에서 그 답은 올리브였다.

우리가 쓴 올리브는 생올리브가 아니었다. 이미 소금물에 절여진 올리브였다. 그대로 쓰기에는 짠맛이 강했다. 맹물에 담그고, 헹구고, 다시 물을 갈았다. 한 번으로는 부족했다. 여러 번 씻어내도 올리브 특유의 짠맛과 쌉싸름함은 남았다. 그 강한 맛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올리브김치의 첫 관문이었다.

올리브는 이곳 식탁의 일상이다. 식전 음식으로 나오고, 타진에 들어가고, 빵과 함께 먹는다. 이미 짠맛과 쌉싸름함, 기름진 풍미를 품고 있는 저장식품이다. 우리는 그 익숙한 재료에 한국식 김치 양념을 입혀보기로 했다.

올리브김치는 전통 김치의 한 종류라기보다, 김치의 원리를 모로코 식재료에 적용해본 현장형 응용 음식이었다. 배추김치만 김치의 전부는 아니다. 김치는 채소를 저장하고, 양념하고, 시간이 지나며 다른 맛으로 바꾸는 음식이다. 재료는 달라도 원리는 이어진다.

그 원리가 벤게리르의 강의실에서 올리브를 만났다.

장독 발효가 만든 맛의 중심

UM6P SHBM 학생 대상 오전 특강에서 송연실 진아에프앤씨 대표가 학생과 함께 올리브김치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절인 올리브에 한국식 김치 양념과 우마미부스터를 더한 올리브김치는 학생들이 직접 버무리며 한국 발효의 감칠맛을 체험한 음식이었다.
UM6P SHBM 학생 대상 오전 특강에서 송연실 진아에프앤씨 대표가 학생과 함께 올리브김치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절인 올리브에 한국식 김치 양념과 우마미부스터를 더한 올리브김치는 학생들이 직접 버무리며 한국 발효의 감칠맛을 체험한 음식이었다.이찬재

올리브에 입힌 양념은 단순히 매운 소스가 아니었다.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 양배추풀, 그리고 왕신 우마미부스터가 들어갔다. 양배추풀은 찹쌀풀을 대신하기 위해 준비한 재료였다. 해외 현장에서 찹쌀가루를 구하고, 풀을 쑤고, 농도를 맞추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현지에서 구하기 쉬운 양배추를 살짝 데운 뒤 곱게 갈아 김치 양념의 바탕으로 삼았다.

문제는 맛의 중심이었다.

절인 올리브는 여러 번 물에 씻어도 짠맛과 쌉싸름함이 남았다. 여기에 고춧가루와 마늘만 더하면 맛이 따로 놀 수 있다. 매운맛은 앞서고, 올리브의 짠맛은 거칠게 남고, 쌉싸름함은 쉽게 튄다. 한국식 김치 양념이 되려면 그 맛들을 아래에서 묶어줄 감칠맛이 필요했다.

그 역할을 맡은 것이 왕신 우마미부스터였다.

우마미부스터는 맑은 액젓과 달리, 장독에서 발효된 멸치의 감칠맛을 부드럽게 풀어낸 탁한 발효 소스였다. 액젓이 김치 양념의 방향을 잡아준다면, 우마미부스터는 양념의 빈 곳을 채우고 맛을 둥글게 묶어주는 역할을 했다.

우마미부스터가 들어가자 양념의 표정이 달라졌다. 올리브의 짠맛, 고춧가루의 매운맛, 마늘과 생강의 향, 양배추풀의 부드러운 바탕이 한 방향으로 묶였다. 감칠맛은 앞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맛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밑에서 잡아주었다.

이것이 한국 음식에서 발효가 맡아온 역할이었다.

아프리카 최고 SHBM 호스피탈리티 교육 현장

UM6P SHBM 내 레스토랑에서 이브 사마케 학장, 아이삼 아이트 우아크림(Aissam Ait Ouakrim) 셰프와 함께한 모로코 정찬. 특강 뒤 이어진 점심 자리에는 아이삼 셰프의 레시피로 만든 디저트 등 정성스러운 코스가 차려졌다. 한국 발효와 모로코 조리 교육, 음식의 밸런스에 대한 이야기가 식탁 위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UM6P SHBM 내 레스토랑에서 이브 사마케 학장, 아이삼 아이트 우아크림(Aissam Ait Ouakrim) 셰프와 함께한 모로코 정찬. 특강 뒤 이어진 점심 자리에는 아이삼 셰프의 레시피로 만든 디저트 등 정성스러운 코스가 차려졌다. 한국 발효와 모로코 조리 교육, 음식의 밸런스에 대한 이야기가 식탁 위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이찬재

우리가 향한 곳은 UM6P SHBM이었다. UM6P 캠퍼스 안에 있는 호스피탈리티·비즈니스 경영학교다. 이름처럼 조리기술만 가르치는 학교는 아니었다. 호텔, 외식, 관광, 서비스 산업을 이해하고 운영할 인재를 키우는 곳이었다. 조리 실습실의 흰 조리복과 비즈니스 교육의 언어가 함께 있는 학교였다.

강연은 두 차례로 나뉘어 진행됐다.

오전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이었다. 강의장은 조리 실습실이었다. 긴 조리대 위에는 여러 번 씻어 짠맛을 덜어낸 절인 올리브와 양념 재료, 접시와 그릇, 왕신 제품 샘플이 놓였다. 화면에는 한국 음식과 발효, 반상차림을 소개하는 자료가 떠 있었다. 학생들은 강의를 듣는 동시에 직접 손을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학교 관계자는 이곳에 아프리카 대륙 여러 나라에서 학생들이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조리복을 입고 앉아 있던 학생들은 각자의 나라에서 음식과 호스피탈리티 산업을 통해 미래를 꿈꾸는 젊은 인재들이었다.

교수진도 인상적이었다. 이브 사마케 학장을 필두로 국제 요리대회 경험을 가진 셰프들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특히 아이삼 아이트 우아크림(Aissam Ait Ouakrim) 셰프는 2018년 보퀴즈 도르 아프리카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모로코 대표팀의 셰프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의 셰프복에도 'Champion d'Afrique 2018'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2019년에는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보퀴즈 도르 세계대회에 모로코 대표로 참가했다.

강연 뒤 잠시 들른 그의 사무실에는 대회 포스터와 메달, 트로피가 놓여 있었다. 아이삼 셰프는 자신의 경험을 짧게 설명한 뒤 우리에게 셰프 유니폼을 선물했다. 단순한 기념품이라기보다, 한국의 발효와 아프리카의 조리 교육 현장이 서로를 동료로 받아들이는 작은 인사처럼 느껴졌다.

그런 자리에서 한국의 발효와 한식, 반상차림, 액젓과 우마미부스터를 이야기하게 된 것은 작은 일이 아니었다. 경주의 장독에서 시작된 맛이 아프리카의 호스피탈리티 교육 현장에 놓인 순간이었다.

학생들이 직접 버무린 올리브김치

UM6P SHBM 조리 실습실에서 열린 학생 대상 오전 특강 장면. 왼쪽의 아이삼 아이트 우아크림(Aissam Ait Ouakrim) 셰프가 수업을 지켜보는 가운데, 이찬재 실장과 송연실 진아에프앤씨 대표가 한국 발효와 올리브김치 시연을 진행하고 있다.
UM6P SHBM 조리 실습실에서 열린 학생 대상 오전 특강 장면. 왼쪽의 아이삼 아이트 우아크림(Aissam Ait Ouakrim) 셰프가 수업을 지켜보는 가운데, 이찬재 실장과 송연실 진아에프앤씨 대표가 한국 발효와 올리브김치 시연을 진행하고 있다.이찬재

오전 수업은 학생들이 직접 올리브김치를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한국 발효의 기본을 설명했다. 된장, 간장, 고추장, 액젓, 김치. 그리고 한식의 반상차림. 밥과 국, 김치와 반찬이 한 상에 놓이고, 짠맛과 신맛, 매운맛과 감칠맛이 서로 균형을 이루는 구조를 이야기했다.

학생들은 조용히 듣다가 곧 질문을 던졌다.

"김치는 모두 매운가요?"
"액젓은 생선 냄새가 강하지 않습니까?"
"발효는 얼마나 기다려야 합니까?"

질문은 구체적이었다. 그들은 단순한 청중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주방에서 이 재료를 어떻게 쓸 수 있을지 생각하는 예비 전문가들이었다.

학생들은 작은 그릇에 절인 올리브를 담고, 양념을 올리고, 직접 버무렸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이던 학생들이 곧 웃으며 서로의 접시를 비교했다. 어떤 학생은 양념을 많이 넣었고, 어떤 학생은 매운맛을 걱정하며 조금만 넣었다.

강의실은 실습실이자 작은 시장처럼 변했다.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 학생들의 웃음, 고춧가루와 마늘 냄새, 올리브의 짠 향이 섞였다. 한국의 김치 양념이 벤게리르의 조리 실습실 공기 속으로 퍼지고 있었다.

"이것도 김치입니까?"

오후 강연은 교수진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오전이 학생들의 실습 중심이었다면, 오후는 시연과 테이스팅, 토론에 가까웠다. 이번에는 송연실 진아에프앤씨 대표가 직접 올리브김치를 만들고, 이브 사마케 학장을 필두로 한 교수진과 교직원들이 맛을 보며 질문을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여러 번 물에 씻어 짠맛을 덜어낸 절인 올리브 위에 붉은 양념이 올라가자, 한 여성 교직원이 한국어로 말을 건넸다.

"이것도 김치입니까?"

순간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그는 한국 문화를 좋아한다고 했다. 집에서도 김치를 담근다고 했고, BTS 팬이라고도 했다. 이미 김치를 알고 있는 사람이, 모로코의 절인 올리브 위에 올라간 붉은 양념을 보며 김치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묻고 있었다.

그 질문은 단순했다. 동시에 이날 특강의 핵심을 정확히 찔렀다. 김치는 형태인가, 원리인가. 배추가 있어야만 김치인가, 아니면 채소와 양념, 발효의 시간이 만나면 다른 재료도 김치의 언어를 빌릴 수 있는가.

우리는 올리브김치가 전통 김치의 한 종류라고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김치가 가진 원리, 곧 채소와 양념, 발효와 감칠맛이 만나 새로운 맛을 만드는 방식을 현지 식재료에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설명을 들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질문 덕분에 올리브김치는 단순한 응용 요리가 아니라, 김치의 경계를 함께 생각해보는 대화의 출발점이 됐다.

교수진이 물은 것은 매운맛이 아니었다

교수진과 교직원들은 올리브김치를 한입 맛본 뒤 단순히 맵다, 새롭다, 낯설다고 말하지 않았다. 곧바로 맛의 구조를 물었다. 매운맛은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절인 올리브의 짠맛과 쌉싸름함은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우마미부스터가 들어가면 맛의 중심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질문했다.

특히 이브 사마케 학장은 한국 음식에서 말하는 맛의 밸런스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 질문을 계기로 대화는 단순한 시식 소감에서 음식문화의 차이로 옮겨갔다.

모로코의 교수진은 올리브김치에서 향의 균형을 먼저 보았다.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의 향이 올리브의 짠맛과 쌉싸름함을 어떻게 바꾸는지 물었다. 매운맛이 너무 앞서지는 않는지, 다른 향신료와 함께 쓰면 어떤 균형이 생길 수 있는지도 이야기했다.

UM6P SHBM 교수·교직원 대상 오후 특강에서 진아에프앤씨 송연실 대표가 시연한 올리브김치를 교수와 셰프들이 테이스팅하고 있다. 절인 올리브에 한국식 김치 양념과 우마미부스터를 더한 올리브김치는, 한국 발효의 감칠맛이 모로코 식재료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시식이었다.
UM6P SHBM 교수·교직원 대상 오후 특강에서 진아에프앤씨 송연실 대표가 시연한 올리브김치를 교수와 셰프들이 테이스팅하고 있다. 절인 올리브에 한국식 김치 양념과 우마미부스터를 더한 올리브김치는, 한국 발효의 감칠맛이 모로코 식재료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시식이었다.이찬재

우리는 그들에게 감칠맛의 역할을 설명했다.

절인 올리브는 맹물에 여러 번 씻어도 짠맛과 쌉싸름함을 완전히 지울 수 없었다. 여기에 매운 양념만 더하면 맛이 따로 놀 수 있다. 이때 우마미부스터가 들어가면 맛의 바닥이 생긴다. 맵고 짜고 쌉싸름한 맛들이 흩어지지 않고 하나로 묶인다. 한국 음식에서 액젓과 젓갈, 된장과 간장이 해오던 역할이 바로 그런 것이다.

한 교수는 올리브김치를 맛본 뒤 말했다.

"이것은 단순히 매운 양념이 아닙니다. 맛의 밸런스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그 말이 반가웠다.

그가 느낀 것은 매운맛 자체가 아니었다. 매운맛과 짠맛, 올리브의 쌉싸름함, 그리고 발효의 감칠맛이 한 접시 안에서 서로 자리를 잡는 방식이었다. 우리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김치 한 접시가 아니었다. 한국 음식이 맛의 균형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그날 SHBM의 강의실에서 '음식의 밸런스'라는 말은 서로 다른 두 식문화가 만나는 통역어가 됐다. 모로코의 셰프들은 향신료의 균형으로 그 말을 이해했고, 우리는 오미와 발효 감칠맛의 균형으로 그 말을 풀었다. 올리브김치는 그 두 감각이 만난 작은 접시였다.

매운맛이 만든 작은 소동

시식 시간이 되자 분위기가 풀렸다.

접시에 담긴 올리브김치가 하나씩 돌았다. 교수진과 교직원들은 먼저 냄새를 맡았다.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의 향이 올라오고, 그 안쪽에서 우마미부스터의 감칠맛이 따라왔다. 모로코 사람들에게 익숙한 절인 올리브가 낯선 붉은 옷을 입은 셈이었다.

첫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눈이 커졌다. 잠깐 말이 멈췄다. 곧 웃음이 터졌다.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는 한 교수는 올리브김치를 입에 넣자마자 물을 찾았다. 처음에는 괜찮은 듯 웃더니, 몇 초 뒤 표정이 달라졌다.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 쪽으로 향했다. 강의실은 잠시 난리북새통이 됐다. 누군가는 물을 건넸고, 누군가는 휴지를 찾았고, 학생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잠시 뒤 그가 돌아왔다.

얼굴은 조금 붉어졌지만 표정은 밝았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맵습니다. 그래도 맛있습니다. 이런 발효의 맛은 처음입니다."

그 한마디에 강의실은 다시 웃음으로 채워졌다.

매운맛은 때로 문화의 경계선을 드러낸다. 한국 사람에게 익숙한 자극도 누군가에게는 작은 사건이 된다. 그 사건이 불편함으로 끝나지 않고 웃음과 대화로 이어질 때, 음식은 사람을 가깝게 만든다.

그날 올리브김치는 그렇게 강의실을 흔들었다.

"한국의 발효를 맛보게 해줘서 고맙다."

시식 뒤 반응은 진지해졌다.

교수진과 교직원들은 올리브김치를 낯선 음식으로만 보지 않았다. 그들은 이것을 자신의 조리 현장과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지 물었다. 타진에 곁들일 수 있는지, 생선 요리에 어울리는지, 매운맛을 낮추면 호텔 고객에게도 낼 수 있는지, 우마미부스터를 수업에서 감칠맛 교육용으로 쓸 수 있는지 질문이 이어졌다.

그때 앞서 한국어로 "이것도 김치냐"고 물었던 여성 교직원이 다시 말했다. 이번에도 한국어였다.

"한국의 발효를 맛보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매운 소스가 아니라 맛을 깊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그 말은 오래 남았다. 김치를 처음 맛본 사람의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집에서 김치를 담글 만큼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올리브김치 안에서 발효의 의미를 다시 확인한 순간이었다.

또 다른 교수는 우마미부스터에 관심을 보였다.

"이 소스는 수업에서 써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감칠맛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습니다."

학생들의 반응도 이어졌다.

"김치를 매운 절임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오늘은 발효가 맛을 만드는 방식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올리브는 우리가 잘 아는 재료인데, 이렇게 바뀔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타진 옆에 조금 곁들이면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빵과 함께 먹어도 좋겠습니다."

우리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김치의 정답이 아니었다. 김치가 가진 원리였다. 액젓과 우마미부스터가 만드는 감칠맛, 양념이 재료를 감싸는 방식, 발효가 시간이 지나며 맛을 바꾸는 구조. 그들이 그것을 자기 언어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했다.

시연 뒤에는 우마미부스터 공급에 대한 요청도 나왔다.

한국 발효를 설명하는 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현지 셰프들이 자신의 수업과 주방에서 써볼 수 있는 가능성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발효의 언어가 강의실을 지나 실제 주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였다.

한 달의 여정 끝, 발효가 남긴 마지막 질문

UM6P SHBM 교수·교직원 대상 특강 뒤 이어진 기념 촬영. 한국 발효와 올리브김치 시연이 끝난 뒤 교수진과 학생들이 왕신 팸플릿과 샘플을 들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액젓과 우마미부스터, 올리브김치 양념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며 강의실은 작은 교류의 장처럼 북적였다.
UM6P SHBM 교수·교직원 대상 특강 뒤 이어진 기념 촬영. 한국 발효와 올리브김치 시연이 끝난 뒤 교수진과 학생들이 왕신 팸플릿과 샘플을 들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액젓과 우마미부스터, 올리브김치 양념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며 강의실은 작은 교류의 장처럼 북적였다.이찬재

강의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사진 촬영 요청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휴대전화를 들고 다가왔다. 교수들도 함께 사진을 찍었다. 어떤 학생은 팸플릿에 사인을 부탁했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 곧 여러 명이 차례로 다가왔다. 강의실은 다시 작은 행사장처럼 북적였다.

우리가 가져간 왕신 팸플릿과 샘플은 금세 동났다.

액젓 샘플을 더 받을 수 있는지 묻는 학생도 있었다. 우마미부스터를 어디에서 구할 수 있는지 묻는 교수도 있었다. 올리브김치 양념을 다시 만들려면 어떤 비율로 섞어야 하는지, 매운맛을 줄이려면 무엇을 조절해야 하는지, 생선 발효의 향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은지 질문이 이어졌다.

그 질문은 구체적이었다. 그만큼 이 음식을 자기 주방 안으로 들여놓고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한국 음식의 세계화는 단순히 김치와 장류를 해외 식탁에 올려놓는 일이 아니다. 현지의 좋은 식재료와 만나고, 현지 셰프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되고, 그들의 손에서 다시 응용될 때 살아난다.

그날 벤게리르의 SHBM 강의실에서 그 가능성을 보았다.

강의실을 나오며 조리대 위에 남은 붉은 양념 자국을 보았다. 조금 전까지 그곳에는 여러 번 씻어낸 절인 올리브와 고춧가루, 양배추풀과 우마미부스터가 놓여 있었다. 학생들은 손으로 버무렸고, 교수들은 음식의 밸런스를 이야기했다. 어떤 이는 매운맛에 놀라 물을 찾았고, 어떤 이는 수업에서 써보고 싶다며 소스의 가능성을 물었다.

과학적으로 발효는 미생물과 효소가 식품 성분을 바꾸는 과정이다. 여행자의 언어로 말하면, 발효는 냄새를 맛으로 바꾸고, 결핍을 깊이로 바꾸고, 낯선 음식을 한 식탁 위에 앉히는 오래된 방법이었다.

이번 여정은 스페인의 바다와 소금에서 시작됐다. 고대 로마의 가룸 흔적을 따라가고, 안달루시아의 치즈와 하몽, 루에다의 와인을 지나 아프리카의 향신료와 숨발라까지 건너왔다. 길 위에서 만난 발효는 늘 저장의 기술을 넘어 있었다.

한국의 장독에서 익은 액젓도 그랬다. 남해 멸치와 천일염이 긴 시간을 지나 만든 감칠맛은 벤게리르의 강의실에서 모로코의 절인 올리브와 만났다. 향신료가 음식의 앞을 열었다면, 발효의 감칠맛은 뒤에서 맛을 받쳤다. 그 둘은 서로를 밀어내지 않았다. 올리브김치 한 접시 위에서 함께 음식의 중심을 잡았다.

한 달 가까이 '세계의 발효를 찾아서' 떠난 길의 끝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질문은 처음과 같았다.

맛의 밸런스는 어디에서 오는가.

그 답은 한 나라의 식탁에만 있지 않았다. 바다와 소금, 산과 바람, 장독과 동굴, 사막과 시장, 가족의 식탁과 강의실 사이에 있었다. 발효는 그 사이를 잇는 오래된 방법이었다. 시간을 빌려 맛의 균형을 만드는 일, 그리고 그 균형을 다른 문화와 나누는 일.

스페인의 바다에서 시작해 안달루시아의 산과 루에다의 포도밭을 지나 아프리카의 올리브에 닿은 한 달의 여정은 여기서 한 번 멈춘다. 그러나 발효의 길은 끝나지 않는다. 세계 어딘가의 또 다른 부엌, 또 다른 장독, 또 다른 시장과 식탁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자연의 시간에 기대어 맛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 '세계의 발효를 찾아서'는 다시 그 근원을 향해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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