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7.24 07:10최종 업데이트 26.07.2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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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부터 오도이촌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금요일 퇴근 후, 주말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시골 쉼터 '느루뜰'로 향합니다. 이 글은 시골 쉼터에서 '사는 이야기'입니다.[기자말]
느루뜰 쉼터는 서향이다. 서향이라 오전 내내 발코니는 시원한 그늘이다. 햇볕 걱정 없이 발코니에서 보내는 시간을 나는 참으로 좋아한다. 여름날 이른 아침 기분 좋은 노동을 끝낸 후 알록달록 제철 채소로 차린 아침을 먹는 일, 멀리 하늘과 산과 호수와 들을 조망하는 일, 소박한 꽃밭에 활짝 핀 꽃들과 심심치 않게 찾아 드는 새들을 눈에 담는 일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더할 나위 없는 피서지

내가 굳이 금요일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부랴부랴 느루뜰에 오는 이유는 시골에서 서서히 밝아오는 아침과 발코니에서 오전 시간을 온전히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아침 시간의 고요가 좋다. 숨을 깊이 들이 쉬게 되는 시간. 새로 맞이하는 하루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 넣는 시간. 빗장을 걷듯 점점 생기를 더하는 시간이다. 아래는 지난 6월 3일 나의 수첩에 기록한 글이다. 나는 가끔, 아니 자주 내 수첩을 뒤적이며 회귀하고 나의 지난 시간과 생각들을 만난다.

느루뜰에서 책을 읽으면, 특히 요가 매트 위에 누워서, 집중력은 최대치가 된다.
새소리 정답고, 자연 바람이 산들거리고,
고개를 들면 초록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한없이 여유롭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한없이 평화롭다는 것이 이런 상태를 말하는 것일까.

쉼터 발코니에서 책을 읽고 스트레칭도 하고 자연을 조망하는, '나만의 여름 피서'
쉼터 발코니에서 책을 읽고 스트레칭도 하고 자연을 조망하는, '나만의 여름 피서'이정미

요즘처럼 수시로 폭염주의보가 발령될 때는 아무리 좋은 피서지라 해도 나에겐 이만한 곳이 없다. 편안한 옷차림이어도 다른 사람을 의식할 필요 없다. 요가 매트에 배를 깔고 누워 책을 읽기도 하고, 석달째 배우고 있는 발레 동작 연습도 한다. 초록을 바라보며 깊은 호흡과 스트레칭을 하는 일은 '자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알록달록 제철 채소 비빔밥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맺히는 여름날에 불 앞에서 요리하는 것은 수행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시골 쉼터에서는 밥상 차리는 일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종종 남편에게 이 기분을 말로 뱉어내곤 했다.

"여기서 음식 만들면 캠핑하는 기분이 들어서 안 힘든 것 같아."
"하하. 좀 그렇긴 하지."

왠지 요리하는 시간도 놀이처럼 느껴지는 거다. 슬리퍼 차림에 양산을 받쳐 들고 고추, 상추, 가지, 부추, 방울 토마토를 먹을 만큼만 땄다. 텃밭에서 바로 공수한 채소들은 볼 때마다 예쁘다. 물기가 많아 탱글탱글하다. 느루뜰 냉장고 채소 칸에는 지난번에 수확한 당근, 단호박이 보관되어 있다. 그늘이 많은 보일러실 창고 앞 공간에는 햇양파가 구멍이 숭숭 뚫린 소쿠리에 담겨 있다. 신문지로 잘 덮어두어서 아직도 싱싱하다.

채소가 종류별로 다 갖춰져 있으니 점심은 손쉬운 방법으로 채소 비빔밥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먼저 당근은 채 썰기 하여 소금을 살짝 뿌려 뚜껑을 덮어 전자레인지를 이용하여 찐다. 전자레인지로 채소를 찔 때는 물을 조금 뿌린 후 뚜껑을 닫아 영양소 손실을 최소화한다.

양파는 채 썰기, 가지는 반달 썰기한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두 채소가 섞이지 않도록 넣는다. 따로 볶으면 번거로우니 프라이팬 공간을 반으로 나눠 한꺼번에 두 가지 채소를 볶는다. 불 앞에 계속 서 있으면 더우니까 약한 불에 맞추고 뚜껑을 덮어 익을 때까지 기다리면 끝이다.

여름 부추는 식감이 질길 수 있다. 알맞은 크기로 썰어 기름에 1분 정도 짧게 볶면 부드러워질 뿐만 아니라 베타카로틴, 비타민 K의 흡수율이 60~70% 이상으로 증가한다고 한다. 그리고 부추 특유의 매운맛이 분해되어 훨씬 편안하게 먹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간이 강한 것보다 재료 본연의 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채소를 준비할 때는 약간의 소금만으로 간을 한다. 조금 심심하다 싶으면 깨소금을 더한다. 번거로워 보이는 비빔밥 채소 준비도 이렇게 하면 간단하게 끝낼 수 있다. 준비한 채소 위에 보통 달걀 프라이를 얹거나 다진 소고기를 익혀 올리기도 하지만 우리는 '낫또'로 마감했다. 비상용으로 낫또를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알록달록 건강한 여름 채소로 차린 비빔밥과 채소쌈
알록달록 건강한 여름 채소로 차린 비빔밥과 채소쌈이정미

깔끔한 맛이 돋보이는 느루뜰 표 채소 비빔밥. 여름 보양식이 따로 없다. 갓 딴 상추와 고추는 전통 된장에 찍어만 먹어도 아삭하고 훌륭한 반찬이 된다.

여름 더위도 잊게 하는 이웃과의 수박 새참

농막 이웃 언니네는 빈터가 넓다. 언니는 그 넓은 터에 무엇을 할까 생각이 많다. 우선은 다양한 꽃을 마음 내키는 대로 심어보고 있다. 마침 지난번 봄에 나의 꽃밭에 심을 꽃모종과 씨앗을 선물했던 원예 전문가 언니가 농막 마을에 놀러 왔다. 꽃 모종이 많이 번졌다며 나눠주기 위해서다. 우리 세 부부는 같은 성당에 다녀서 친하게 지낸다.

자칭 '땅에 꽃그림을 그리는 화가'라는 원예 전문가 언니는 맨손으로 흙을 척척 다루었다. 머릿속으로 스케치된 정원 모습을 상상하며 꽃모종을 놓았다. 30도를 훌쩍 넘는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마치 재미있는 놀이를 하듯 화단 꾸미기 삼매경에 빠진, 육십 고개를 코 앞에 둔 언니 부부들의 모습에 나는 미소가 피어 올랐다.

"네 분 모습이 너무 예뻐요. 애들 놀이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신나게 화단을 꾸미고 난 뒤 평상에 둘러 앉았다. 찬 물에 미리 담가 둔 느루뜰표 노란 수박을 가져왔다. 농막 이웃 언니가 큰 그릇에 놓고 덤성덤성 잘랐다. 투명한 천연 노란빛은 보기만 해도 상큼했다.

수박 새참
수박 새참정원을 꾸미고 난 뒤 평상에 앉아 아삭한 노락 수박을 눈으로도 입으로도 즐겼다.이정미

신록이 넘쳐 나는 여름날 늦은 오후, 시원한 산 바람이 땀을 닦아주는 그늘진 평상 위에서 우리는 수박 새참을 먹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더위를 잊었다.

논 개구리 노래하고 별이 총총 빛나는 느루뜰의 밤

읍내 목욕탕을 다녀오니 밤 9시가 넘었다. 이 시간 시골은 깜깜한 어둠에 싸인다. 논 개구리 울음소리가 적막을 깬다. 까만 하늘엔 총총총 별들이 선명해진다. 북두칠성이 머리 위에서 뒤집힌 국자 모양으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슨 까닭인지, 별은 우리들 마음을 잔잔하게 하는 힘이 있다. 어린 날로 데려가기도 하고 순해지게도 한다.

지난해 이맘때는 모기향을 피웠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직 모기가 없었다. 우리는 어두운 밤이 포근하게 안은 느루뜰과 시골의 밤을 가만 바라보고 싶었다. 쉼터에 불을 켜지 않은 채로 발코니 의자에 앉았다. 앞집 농막에서 하얀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저 멀리 집들에서 별처럼 불빛이 아롱 거리고 있었다. 빛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남편과 나는 어두운 발코니에 앉아 조용히 시골의 밤을 오래 바라보았다.

"저기, 반딧불!"

꽃밭 테두리 돌 위에 작고 하얀 빛이 반짝였다. 반딧불이었다. 꺼졌다 밝아졌다 반짝 반짝 하더니 사라졌다. 처음 이곳으로 왔을 때, 나는 시골의 밤이 무서웠다.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고요한 어둠에 싸인 시골 풍경을 여유롭게 조망할 수 있게 되었다. 에어컨 실외기에서 나오는 후텁지근한 공기가 섞인 바람이 아닌, 천연 그대로의 바람이 얼마나 달고 소중한지 새삼 느끼면서 말이다.

설레는 휴가철이 가까웠다. 1년에 한번 있는 소중한 시간, 그곳이 어디든, 사랑하는 사람들과 추억을 쌓으며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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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금요일 퇴근 후엔 시골로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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