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7.11 15:23최종 업데이트 26.07.1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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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사마케 UM6P SHBM 학장이 UM6P 캠퍼스 모형 앞에서 학교의 현재 규모와 앞으로의 발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연구·교육 시설과 녹지, 학생 공간이 어우러진 캠퍼스 모형을 통해 벤게리르에 조성된 미래형 교육 도시의 방향을 엿볼 수 있었다.
이브 사마케 UM6P SHBM 학장이 UM6P 캠퍼스 모형 앞에서 학교의 현재 규모와 앞으로의 발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연구·교육 시설과 녹지, 학생 공간이 어우러진 캠퍼스 모형을 통해 벤게리르에 조성된 미래형 교육 도시의 방향을 엿볼 수 있었다.이찬재

시작은 한국에서 가져간 작은 된장 한 통이었다.

모로코의 첫 인상은 향신료였다. 재래시장 골목마다 큐민과 강황, 파프리카와 계피 냄새가 피어올랐다. 모로코 음식은 향을 숨기지 않았다. 향신료는 고기 냄새를 다듬고, 지방의 무게를 덜어주었다.


그 향의 도시에서 발효는 뜻밖의 방식으로 다시 나타났다. 왕신된장이 그 문을 열었다.

이브 사마케(Yves Samaké) 학장의 집 부엌이었다. 리츠칼튼 계열 호텔 주방을 거친 그가 직접 저녁을 준비했다. 프랑스인 어머니와 말리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 유럽과 아프리카의 가정과 미국의 최고급 호텔 주방을 두루 거쳤다.

주방엔 큐민과 마늘 냄새가 은은하게 배어 있었다. 팬 위에서 기름이 지글거렸다. 그 옆 식탁 위에 우리는 왕신된장 한통을 선물로 꺼냈다. 갈색의 진한 덩어리. 짭조름한 냄새. 콩이 시간을 지나 만들어낸 깊은 향. 한국 사람에겐 집밥 냄새지만, 처음 접하는 이에겐 낯선 발효의 신호일 수 있다.

이브 학장이 뚜껑을 열었다. 코를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았다. 세프답게 숟가락으로 떠서 입에 넣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의 표정이 바뀌었다.

"이건 숨발라와 닮았습니다."

그 한마디에 식탁의 대화가 바뀌었다. 모로코의 향신료로 시작된 저녁이 서아프리카 말리의 발효 이야기로 넘어갔다.

같은 아프리카, 다른 두 세계

숨발라(Soumbala). 네레나무 씨앗을 삶아 발효시켜 만든 서아프리카의 대표 발효 조미료로, 된장이나 청국장처럼 음식에 깊은 감칠맛을 더한다. 이브 학장은 왕신된장의 냄새와 맛에서 말리 출신 아버지의 식탁과 숨발라를 떠올렸다고 한다.
숨발라(Soumbala). 네레나무 씨앗을 삶아 발효시켜 만든 서아프리카의 대표 발효 조미료로, 된장이나 청국장처럼 음식에 깊은 감칠맛을 더한다. 이브 학장은 왕신된장의 냄새와 맛에서 말리 출신 아버지의 식탁과 숨발라를 떠올렸다고 한다.이찬재

그때 새삼 깨달았다. 아프리카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이지만, 사하라를 기준으로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모로코와 말리는 같은 대륙이지만 지리도, 역사도, 식탁도 다르다. 모로코는 대서양과 지중해를 마주한다. 아랍과 아마지그, 이슬람과 유럽의 흔적이 겹쳐 있다. 그 식탁엔 향신료와 올리브, 밀과 양고기, 타진과 민트차가 있다. 맛의 문을 여는 건 향이었다.

말리는 바다 없는 서아프리카 내륙국이다. 북쪽엔 사하라, 중부는 사헬, 남쪽은 사바나와 니제르강 유역이다. 그 식탁엔 수수와 기장, 오크라와 팜유, 그리고 숨발라가 있다. 이브 학장의 삶이 그 둘을 이었다. 프랑스에서 나고 자라 미국에서 셰프로 일했고, 지금은 마라케시에 산다. 미각 깊은 곳엔 말리 출신 아버지의 음식이 남아 있었다.

아버지의 음식, 토와 숨발라

이브 사마케 UM6P SHBM 학장이 자신의 집에서 직접 만든 말리의 소울푸드. 걸쭉한 토(To)에 서아프리카 발효 조미료 숨발라(Soumbala)를 더한 음식으로, 말리 출신 아버지의 식탁과 이브 학장의 어린 시절 기억이 담긴 맛이었다. 한국 전통 된장의 냄새와 감칠맛에서 시작된 대화가 말리의 발효와 가족의 음식으로 이어진 순간이었다.
이브 사마케 UM6P SHBM 학장이 자신의 집에서 직접 만든 말리의 소울푸드. 걸쭉한 토(To)에 서아프리카 발효 조미료 숨발라(Soumbala)를 더한 음식으로, 말리 출신 아버지의 식탁과 이브 학장의 어린 시절 기억이 담긴 맛이었다. 한국 전통 된장의 냄새와 감칠맛에서 시작된 대화가 말리의 발효와 가족의 음식으로 이어진 순간이었다.이찬재

다음 날, 그가 요리 한 그릇을 내놓았다.

회갈색 곡물 반죽이 접시 위에 둥글게 앉아 있었다. 프랑스식 무스처럼 매끈했지만 재료는 투박했다. 초록빛 소스가 흘렀고, 가운데엔 짙은 갈색 고명이 얹혔다. 접시 가장자리엔 소스가 살짝 튄 자국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급하게 플레이팅한 흔적이 아니라, 오래 만들어온 음식 특유의 자연스러움이었다.

김이 올라왔다. 코끝에 발효 향이 먼저 닿았다. 구수하고 원초적인 냄새. 콩이 오래 삭은 듯한 향. 한국의 청국장이나 갓 뜬 메주를 떠올리게 했다.

이브 학장이 설명했다. 말리 출신 아버지의 집밥이었다. 전통 곡물 반죽 토(Tô)에 발효 조미료 숨발라(Soumbala)를 더한 음식. 토는 수수나 기장, 옥수수 가루를 되직하게 익힌다. 묵과 떡, 죽의 중간쯤 되는 담백한 주식이다. 숨발라가 들어간 소스를 만나야 비로소 음식의 성격이 살아났다.

그에게 그건 전통음식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음식이었다. 프랑스 집에서 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끓이던 냄비. 여러 나라 식재료를 다뤄본 셰프의 마음속에 남은 맛이 트러플이나 캐비어가 아니라 말리의 곡물 반죽이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작은 봉지 속의 아프리카 발효

이브 사마케 UM6P SHBM 학장이 자신의 연구실에서 진아에프앤씨 송연실 대표에게 서아프리카 발효 조미료 숨발라(Soumbala)를 선물하고 있다.
이브 사마케 UM6P SHBM 학장이 자신의 연구실에서 진아에프앤씨 송연실 대표에게 서아프리카 발효 조미료 숨발라(Soumbala)를 선물하고 있다.이찬재

이브 학장이 숨발라를 직접 보여주었다. 작은 봉지에 붉은 글씨로 'SOUMBALA', 그 아래 'CÔTE D'IVOIRE'라고 적혀 있었다. 봉지 안에는 갈색 가루 같은 발효 조미료가 있었다. 오래 말린 장가루 같기도, 볶은 콩가루 같기도 했다. 봉지를 열자 훅 끼치는 냄새에 저절로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라벨 속 숨발라는 작은 공처럼 뭉쳐 있었다. 검고 단단했다. 표면은 울퉁불퉁했다. 손으로 빚은 발효 덩어리 같았다. 옆에는 발효 전 네레 씨앗으로 보이는 밝은 갈색 알갱이가 담겨 있었다. 손끝으로 눌러보니 단단하면서도 속은 부슬거렸다.

씨앗과 발효 덩어리를 함께 보자 시간이 보였다. 삶고, 껍질 벗기고, 띄우고, 말리는 과정. 한국 콩이 메주를 거쳐 된장이 되듯, 네레 씨앗은 그 과정을 지나 숨발라가 된다. 네레나무는 서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자란다. 영어로는 아프리칸 로커스트 빈 트리. 씨앗은 단단하고 단백질이 풍부하다.

맛을 보았다. 향이 먼저 왔다. 쿰쿰했다. 불쾌하기보다 묵직했다. 청국장과 잘 띄운 메주 사이 어딘가의 냄새, 볶은 견과류의 고소함, 오래 말린 육포 같은 스모키함, 흙냄새가 함께 올라왔다. 손끝에 살짝 묻혀 코앞에 대자, 시장에서 맡았던 향신료 냄새와는 전혀 다른 결의 향이 훅 끼쳤다.

혀에 닿자 맛은 조용히 퍼졌다. 짠맛이 먼저 치고 오르지 않았다. 뒤쪽에서 감칠맛이 올라왔다. 입안 깊은 곳에 남는 맛이었다. 입천장에 은근하게 들러붙는 질감도 있었다. 된장을 떠올리게 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오히려 청국장에 더 가까웠다.

된장은 메주를 볏짚으로 오래 발효한 뒤, 소금물에 담가 장독에서 또 오래 익힌다. 청국장은 삶은 콩을 따뜻한 곳에서 짧게 띄운다. 숨발라도 네레 씨앗을 삶고 짧게 띄운 뒤 말려 조미료로 쓴다. 만들어지는 방식은 청국장 쪽에, 식탁 위 역할은 된장 쪽에 가까웠다.

사하라와 사바나 사이, 사헬의 발효

숨발라를 이해하려면 말리의 땅을 먼저 봐야 한다.

북쪽엔 사하라, 남쪽엔 사바나와 니제르강. 그 사이에 사헬이 있다. 사막도 숲도 아닌 반건조 지대. 비는 적고 가뭄은 잦고 바람은 건조하다. 생명은 늘 버티듯 자란다. 흙먼지 섞인 바람이 마른 풀을 눕히고 지나가는 땅. 하늘은 넓고 그늘은 드물다.

이 땅에서 사람들은 수수와 기장을 먹고, 염소와 양, 소를 길렀다. 어느 하나도 넉넉하지 않았다. 비가 늦으면 식탁이 흔들렸다. 그래서 음식 문화는 처음부터 보존과 생존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네레나무는 이 사헬 남쪽과 사바나의 경계에서 자란다. 풍요로운 과수원의 나무가 아니다. 긴 건기와 뜨거운 바람을 견디는 나무다. 사람들은 그 단단한 씨앗을 삶고 발효시켜 숨발라를 만들었다. 사막도 숲도 아닌 경계의 땅. 부족하지만 완전히 비어있지 않은 땅. 그 결핍과 생명이 맞닿은 자리에서 숨발라가 태어났다.

사하라의 결핍이 만든 무염 발효

서아프리카 발효 조미료 숨발라(Soumbala)의 원료가 되는 네레나무. 서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이 나무의 씨앗을 삶고 발효시켜 깊은 감칠맛을 내는 전통 조미료를 만든다.
서아프리카 발효 조미료 숨발라(Soumbala)의 원료가 되는 네레나무. 서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이 나무의 씨앗을 삶고 발효시켜 깊은 감칠맛을 내는 전통 조미료를 만든다.자료사진

말리에는 바다가 없다.

한국의 장류는 콩과 소금, 물과 시간으로 만들어졌다. 소금은 부패를 늦추고 미생물이 일할 시간을 벌어준다. 서아프리카 내륙에선 소금이 넉넉하지 않았다. 사하라 교역로에서 소금은 귀한 자원이었다. 금은 있어도 바다는 없었다.

그 결핍이 발효의 방향을 바꾸었다.

숨발라는 소금에 크게 기대지 않는다. 삶기와 발효, 건조로 맛과 보존성을 얻는다. 네레 씨앗을 삶고, 껍질을 벗기고, 발효시킨 뒤 뜨거운 태양과 건조한 바람 속에서 말린다. 소금 대신 미생물과 열, 건조를 이용했다. 한국의 장이 장독 속 소금물과 사계절의 리듬을 빌렸다면, 숨발라는 사하라의 태양과 사헬의 바람, 사바나의 나무를 빌렸다.

발효는 자연환경에 대한 인간의 대답이다. 무엇이 많고, 무엇이 부족하고, 어떤 계절이 오는가. 그 질문에 따라 방식이 달라진다. 말리의 발효는 결핍의 산물이었다. 결핍은 사람을 궁지로 몰기도 하지만, 다른 길을 찾게도 만든다. 소금이 부족했기에, 바다가 멀었기에, 뜨거운 태양과 건조한 바람이 있었기에, 말리 사람들은 다른 발효의 길을 열었다.

현미경 이전의 미생물학

서아프리카 발효 조미료 숨발라(Soumbala)의 원료와 완성 형태. 왼쪽 그릇에는 네레나무 씨앗이, 오른쪽 그릇에는 삶고 발효시켜 동그랗게 빚은 숨발라가 담겨 있다.
서아프리카 발효 조미료 숨발라(Soumbala)의 원료와 완성 형태. 왼쪽 그릇에는 네레나무 씨앗이, 오른쪽 그릇에는 삶고 발효시켜 동그랗게 빚은 숨발라가 담겨 있다. 자료사진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일이 현미경도 연구실도 없던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오늘날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바실러스균이라는 미생물 이름을 몰랐지만, 메주가 잘 뜬 냄새는 알았다. 말리의 여성들도 아미노산이라는 말을 몰랐지만, 네레 씨앗이 언제 숨발라가 되는지 손끝과 코끝으로 알았다.

부엌은 살아 있는 실험실이었다. 장독대는 배양실이었고, 사바나의 햇볕과 바람은 건조실이었다. 현미경 대신 냄새를 맡았고, 계량기 대신 손으로 만졌고, 논문 대신 세대의 기억으로 전했다.

인간은 미생물을 명령하지 않았다. 미생물이 일할 자리를 마련했을 뿐이다. 콩을 삶고, 메주를 매달고, 장독을 햇볕 아래 두었다. 네레 씨앗을 삶고, 잎에 싸고, 사헬의 뜨거운 바람 아래 말렸다. 미생물을 알기 전부터, 인간은 미생물과 함께 사는 법을 알고 있었다.

숨발라를 만드는 노동은 대개 마을 여성들의 몫이었다. 씨앗을 모으고, 삶고, 껍질을 벗기고, 발효시키고, 말린다. 뜨거운 날씨 속에서 불 앞에 오래 서야 한다. 발효가 됐는지 손끝과 코끝으로 살펴야 한다. 온도계보다 몸의 감각이 먼저 필요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한국의 장독대가 떠올랐다. 겨울철이면, 콩을 삶고 메주를 빚고, 볏짚에 매달아 띄우고, 장을 담그고, 햇볕 좋은 날 장독 뚜껑을 열던 사람들. 가족의 밥상을 위해 시간을 다루던 어머니들의 손.

발효는 기술이면서 돌봄이다. 한 번 만들어 끝나는 음식이 아니다. 날씨를 보고, 냄새를 맡고,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사바나의 여성들과 한국 장독대 앞의 어머니들은 만난 적 없지만, 같은 일을 해왔다. 재료를 살리는 일. 가족을 먹이는 일. 부족한 환경에서 깊은 맛을 만드는 일이었다.

식민지와 내전을 견뎌낸 기억의 맛

말리의 역사는 찬란함과 상처를 함께 품고 있다. 중세 말리는 금과 교역의 제국이었다. 사하라 남쪽 금이 북쪽 소금과 만나 사막을 넘었다. 근현대의 말리는 프랑스 식민 지배와 쿠데타, 내전과 가뭄의 시간을 지나왔다.

그 역사 속에서도 숨발라의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외부 권력이 행정과 언어를 흔들어도 혀끝의 기억까지 빼앗기는 어렵다. 사람들은 시장에서 숨발라를 사고, 냄비에 넣고, 곡물 반죽과 나눠 먹었다. 그 냄새는 "우리는 이땅에 살아있다"는 조용한 웅변이었다.

소울푸드는 정권보다 오래 남는다. 이브 학장이 숨발라를 이야기할 때 표정이 달라진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UM6P SHBM 조리 실습실에서 열린 학생 대상 한국 발효 특강 기념사진. 제일 왼쪽의 이브 사마케 학장을 비롯해 조리복을 입은 학생들과 진아에프앤씨 이찬재 실장, 송연실 대표가 함께했다. 이날 학생들은 한국 발효와 한식의 맛 구조를 배우고, 절인 올리브에 김치 양념을 입힌 올리브김치를 직접 만들어보았다.
UM6P SHBM 조리 실습실에서 열린 학생 대상 한국 발효 특강 기념사진. 제일 왼쪽의 이브 사마케 학장을 비롯해 조리복을 입은 학생들과 진아에프앤씨 이찬재 실장, 송연실 대표가 함께했다. 이날 학생들은 한국 발효와 한식의 맛 구조를 배우고, 절인 올리브에 김치 양념을 입힌 올리브김치를 직접 만들어보았다.이찬재

한국과 말리는 멀다.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반도국이다. 말리는 사하라와 사헬, 사바나가 이어지는 내륙국이다. 발효 앞에서는 이상하게 가까워진다.

처음엔 된장이 문을 열었다. 왕신된장의 냄새와 맛이 이브 학장에게 숨발라를 떠올리게 했다. 한 걸음 들어가자 숨발라는 청국장과 메주 초기 발효 쪽에 가까웠다. 청국장과 숨발라는 단백질 풍부한 씨앗을 따뜻한 곳에서 띄워 구수한 향과 감칠맛을 만드는 음식이다. 된장은 메주를 만들고 소금물에 담가 장독에서 오래 익힌다. 길이도, 방식도 다르다.

왕신된장은 숨발라 이야기를 불러낸 감각의 열쇠였다. 청국장은 숨발라를 이해하는 과학의 다리였다. 된장은 숨발라와 함께, 음식의 바닥을 만들어주는 문화의 친척이었다. 다른 대륙, 다른 나무, 다른 기후. 같은 질문이 남는다. 어떻게 오래 먹을 것인가. 어떻게 냄새를 맛으로 바꿀 것인가. 어떻게 부족한 재료로 깊은 식탁을 만들 것인가.

된장에서 숨발라로

마라케시에서 모로코의 향신료를 만났다. 우우리카 계곡에서는 타진을 먹었다. 아틀라스 산맥의 물과 바람이 모로코 식탁을 어떻게 만드는지 보았다.

그 사이 가장 깊은 문은 뜻밖에도 우리가 가져간 된장에서 열린 것이다. 한국에서 가져간 된장이 이브 학장에게 말리의 숨발라를 떠올리게 했다. 한국의 콩 발효와 서아프리카의 네레 씨앗 발효가 마라케시의 한 식탁 위에서 만났다. 그 순간 발효는 특정 지역의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 결핍을 견디고 맛을 만들어온 문명의 언어처럼 보였다.

콩은 메주가 되고, 청국장이 되고, 된장이 된다. 네레 씨앗은 숨발라가 된다. 재료는 달라도 사람들은 시간을 빌려 맛을 만든다. 그 맛은 누군가에게 고향이 되고, 누군가에게 기억이 된다.

발효는 결핍의 산물이다. 결핍이 늘 불행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때로 결핍은 문명을 다른 방향으로 밀어붙인다. 고립은 문을 닫지만, 그 안에서만 가능한 깊은 맛의 문을 열기도 한다는 것을 말리의 숨발라에서 다시 깨달았다.

말리의 숨발라는 그런 음식이었다. 부족함이 낳았지만 부족함을 넘어선 음식. 고립이 빚었지만 한국의 장독대와도 맞닿은 음식이었다. 이 질문은 이제 UM6P SHBM 강의실로 이어진다. 발효의 감칠맛과 모로코 향신료의 균형은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다음 여정에서 올리브김치와 액젓, 향신료의 세계를 함께 놓고 이 질문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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