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7.07 09:13최종 업데이트 26.07.0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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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티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하드웨어를 떠올립니다. 도로마다 설치된 센서, 표지판, CCTV, 앱 하나로 열리는 민원 창구. 더 많이 깔고 더 많이 연결한 도시가 앞서간다는 상식입니다.

그런데 지난 7월 2일부터 5일까지 베이징 국가회의센터에서 열린 2026 글로벌 디지털 이코노미 콘퍼런스(GDEC, Global Digital Economy Conference 2026)는 이 믿음을 정면으로 해체했습니다. AI 시대 도시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기술을 깔았느냐가 아니라 그 기술의 사용 방식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있다는 것입니다.


7월 상하이에서는 WAIC(세계인공지능대회, World Artificial Intelligence Conference)라는 국제 포럼이 열리는데 GDEC는 이보다 조금 앞서 열리는 상위 행사로 도시와 사회 시스템을 재정의하는 디지털 이코노미 콘퍼런스입니다. 중국 정부가 주최하지만 국제 기관이 대거 참여합니다.

베이징시 정부, 국가 인터넷 정보 판공실(Cyberspace Administration of China), 국가 데이터국(National Data Administration) 같은 중국 AI정책의 핵심 부처, 국영미디어 신화사에 더해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 세계데이터기구(WDO), 글로벌 디지털 이코노미 도시 연합(GDECA)이 공동 주최로 참여했습니다. 유엔 무역 개발 회의(UNCTAD)와 국제 무역 센터(ITC)가 후원하는 가운데 전 세계 약 40개 고위급 대표단과 1000여 명의 주요 인사가 모였습니다.

AI 도시 표준을 위한 3건의 발표

2026 글로벌 디지털 이코노미 콘퍼런스 개막식.
2026 글로벌 디지털 이코노미 콘퍼런스 개막식. 신화사

첫 번째 발표인 <2026 글로벌 디지털 이코노미 도시 발전 보고서>는 "도시가 더 이상 디지털 기술의 수동적 적용 장소가 아니라, AI 경제 생태계와 규칙을 형성하는 중요한 행위자가 되어야 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두 번째 발표인 <글로벌 디지털 친화 도시 평가 지침>은 '친화'라는 추상어를 측정 가능한 지표로 전환했습니다. 이 지침은 유엔 2030 지속 가능 발전 의제와 유엔 <글로벌 디지털 협약(Global Digital Compact)>을 근간으로, 디지털 격차 해소, 디지털 경제 포용성 확대, 안전한 디지털 공간 조성, 책임 있는 데이터 거버넌스, AI 국제 거버넌스 강화라는 다섯 가지 핵심 목표를 도시 차원에서 평가 가능한 구체적 지표로 제시합니다.

세 번째 발표인 <2026 글로벌 디지털 이코노미 등대 사례>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무역센터(ITC), 글로벌 디지털 이코노미 도시 연합(GDECA)이 공동으로 선정했습니다. 전 세계 60여 개국 308개 후보 중 13개가 최종 선정되었으며, 베이징의 스마트 행정, 자카르타의 JAKI 슈퍼앱, 마드리드의 디지털 수도'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이 사례들은 디지털 친화 도시가 단일 기술이 아닌 통합적 생태계임을 증명하는 사례들입니다.

개념이 표준이 되는 순간 게임의 규칙을 쓰는 쪽이 정해집니다. 중국은 AI 거버넌스의 참여자에서 정의자로 자리를 옮기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는 디지털·AI 시대의 규칙 제정권을 둘러싼 본격적인 경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토큰 팩토리', 데이터가 전력망이 되다

차이나 모바일(China Mobile Beijing)과 베이징 데이터 그룹(Beijing Data Group)은 토큰 팩토리 공동 구축을 발표했습니다. 토큰은 AI 시대 데이터가 작동하는 기본 단위입니다. 토큰으로 공장을 운영한다는 것은 데이터 가치화가 실험 단계를 지나 표준화·규모화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합니다. 데이터는 원유가 아니라 상시 공급되는 전력망으로 기능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산업정보화부(MIIT)와 국가데이터국(NDA)이 협력 집행 중인 '모수공진(模数共振)'은 AI 모델과 산업 데이터가 단순한 결합이 아닌 양방향 협력을 통해 서로의 성능을 끌어올림으로써 철강·석유화학 등 20개 중점 업종의 AX를 가속화하는 중국 정부의 핵심 AI 산업 정책 전략입니다. 이번 행사에 강조된 이 정책은 대규모 모델 경쟁이 알고리즘 대결에서 데이터·컴퓨팅 파워·시나리오의 체계적 경쟁으로 전환되었음을 시사합니다.

의료 분야의 '천백십억(千百十亿)' 계획은 전국 1000여 개 병원 데이터를 연결하고 100개 AI 에이전트의 임상 적용을 가속화하며 10억 위안 규모(약 2,200억 원)의 산업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개별 병원의 자산이던 의료 데이터가 국가 공공 인프라로 전환되는 분기점입니다.

에이전트가 인재 포럼을 진행, AI와 사람의 경계를 허물다

범용 인공지능 에이전트 '통통'. 베이징 일반인공지능연구원 개발, 단순 데이터가 아닌 공간과 인간관계 기반으로 판단하고 상호작용하고 대화한다.
범용 인공지능 에이전트 '통통'. 베이징 일반인공지능연구원 개발, 단순 데이터가 아닌 공간과 인간관계 기반으로 판단하고 상호작용하고 대화한다.자료이미지

주요 행사 중 하나였던 디지털 인재 포럼에서 사람이 아닌 AI 에이전트 '통통 3.0'이 실시간으로 포럼을 이끌었습니다. 참석자들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주고받고, 질문에 즉각 응답하며, 복잡한 의제를 정리해 나가는 모습은 기술적 시연을 넘어 존재론적 질문을 던졌습니다. AI가 '인재'를 논하는 자리를 주관하는 순간 '인재'의 정의 자체가 더 이상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됩니다.

베이징은 AI, 상업 우주, 저고도 경제, 디지털 의료 등 최전방 분야에서 '어떤 인재가 AI 시대에 필요한가'에 대한 정의를 발표했습니다. 베이징의 디지털 경제 부가가치는 2025년 기준 2조 4천억 위안으로 GDP의 46.4%를 차지하며 베이징에 등록된 대형언어모델은 254개, AI 기업은 2500여 개에 이릅니다.

또한 베이징은 33개 디지털 분야 평생교육 기지를 운영하고 100개의 AI기술 고급 과정을 개설하여 연간 1만 명 이상의 인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도시 경제의 절반이 이미 AI 기술 위에 서 있는 상황에서 그 경제를 움직일 인재의 기준을 누가 정하느냐는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닌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내용의 포럼을 사람이 아닌 에이전트가 진행했습니다.

글로벌 표준 정의자가 되려는 중국

중국은 지속적으로 미국 중심의 G7을 벗어나 유엔을 중심으로 글로벌 표준 정의자, 거버넌스 구축자로 입지를 다져나가려는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 노력의 결실로 유엔 산하 '디지털 친화 및 디지털 경제 지속 가능한 발전 혁신 연구소'가 베이징에 공식 설립되었습니다.

콘퍼런스 기간 동안 80여 건의 첨단 기술, 신제품, 솔루션이 최초로 공개되었으며, 누적 발표된 성과는 200여 건에 달합니다. 고덕(高德)의 공간 지능 월드 모델, 휴머노이드 로봇, 바이오닉 덱스터러스 핸드, 산업용 로봇, 의료·무역·도시 공간 분야의 대형 모델 기반 AI 에이전트 등이 전시되었습니다. 이들 전시의 공통된 특징은 '가장 뛰어난 기술'이 아닌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하는 기술' 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AI를 새롭게 정의하는 도시가 세계의 중심이 된다

이번 회의가 던진 마지막 명제는 역설적입니다. <글로벌 디지털 이코노미 도시 발전 보고서>는 AI 기술의 궁극적인 목적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더 잘 돕는 것이라고 정의내렸습니다. <글로벌 디지털 친화 도시 평가 지침>도 AI 포용성과 인문·친환경 지속 가능성을 핵심 축으로 삼았습니다. 효율의 한계 수익이 줄어드는 지점에서 다음 경쟁 차원은 '휴머니즘'이라는 논리입니다.

시간의 흐름에서 숲에서 살아남는 종은 가장 큰 종이 아닙니다. 환경이 변할 때 자신의 유전자와 행동 방식을 가장 먼저 재설계하는 종이 살아남습니다. 중국의 도시들은 지금 기술이라는 개별 수목을 키우는 단계를 지나, 데이터와 AI라는 새로운 환경에 자신을 가장 잘 적응시키는 종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도시가 스스로를 끊임없이 재정의하기 시작한 시대 과거의 방식에 안주하는 도시는 설 자리를 잃어갈 것입니다. 도시 표준이 공론화되면 중국은 개별 기술이 아닌 도시 시스템 자체를 수출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읽어야 할 것은 개별 기술, 개별 기업을 넘어 AI로 재편되는 숲과 생태계입니다.
덧붙이는 글 임선영 씨는 중국 칭화대 전산언어학 석사를 마친 중국경제전문가이며 <중국경제 미래지도>, <중국AI 미래지도>의 저자입니다. 이 글은 본인의 페북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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