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 중국 동부 안후이성 쉬안청시에 위치한 안후이 양쯔강악어 국가자연보호구역 샤두 지역에서 사육 중인 양쯔강악어들.
신화/연합뉴스
많은 사람들은 판다처럼 귀엽고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동물들에 관심을 가지며 이들의 보호에 힘을 씁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무섭게 보이는 파충류나 양서류에는 관심을 덜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파충류 역시 환경 파괴의 최전선에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사실 변온동물인 파충류에게 지구온난화는 '생존의 종말'을 뜻합니다.
바다거북을 예로 들어 지구온난화가 초래하는 '성비 불균형(Sexpocalypse, 성별 대재앙)'을 더욱 자세히 살펴보면, 이 문제가 왜 파충류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인지 명확해집니다. 바다거북은 알이 부화하는 모래의 온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되는 '온도 의존적 성결정(TSD)' 방식을 따릅니다. 따뜻한 모래에서는 암컷이, 시원한 모래에서는 수컷이 태어나는 정교한 생존 전략을 수만 년간 유지해 왔죠.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안가의 모래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이 섬세한 균형이 산산조각 나고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의 북부 지역에서 태어나는 바다거북의 99% 이상이 암컷으로 확인되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이는 단순히 암컷이 많아지는 문제가 아니라, 수컷이 거의 사라져 다음 세대를 생산할 수 없는 '번식 생태계의 완전한 붕괴'가 눈앞에 닥쳤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모래의 온도가 한계치를 넘어설 정도로 뜨거워지면 알 속의 배아 자체가 열 스트레스를 받아 발달 장애를 겪거나 부화하기 전에 사망하는 사례가 급증합니다. 설령 무사히 부화한다 하더라도 뜨거운 모래를 뚫고 나와 바다에 이르기까지 더위로 인한 탈진과 조기 노화 현상을 겪고, 파충류 고유의 생존력이 눈에 띄게 저하됩니다. 여기에 해수면 상승과 기후변화로 인한 해안가 서식지의 사막화는 거북이들이 알을 낳을 최적의 장소마저 지워버리고 있습니다.
과거 한유수크스가 인간과의 직접적인 서식지 경쟁과 남획이라는 가시적인 폭력 앞에 무릎을 꿇었다면, 오늘날의 파충류들은 기후라는 거대한 환경의 변화 속에서 자신의 종족이 서서히 소멸해 가는 '조용한 멸종'을 강요받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뜨거워진 모래 속에서 마지막 수컷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 행성에서 파충류가 겪고 있는 가장 고독하고도 절박한 비극입니다.
한유수크스의 멸종은 우리에게 명확한 경고를 던집니다. 특정 종의 멸종은 우연한 재난이 아니라, 인간이 생태계의 한 고리를 의도적으로 끊어냈을 때 발생하는 필연적 결과라는 사실입니다. '용의 모티브'였던 포식자가 인간의 손에 의해 멸종되고, 뒤이어 그 서식지를 공유하던 다른 악어와 돌고래마저 사라져 가는 모습은,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여전히 '정복과 제거'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줍니다.
생태계의 한 축이 무너지면 그 여파는 결국 인간에게 되돌아옵니다. 강은 썩어가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은 사라지며, 우리는 그저 황폐해진 환경 속에서 자원 고갈을 걱정하는 신세가 될 뿐입니다. 멸종은 되돌릴 수 없는 마침표입니다. 2022년에야 비로소 학명을 얻은 한유수크스는 이제 우리에게 말합니다. '지켜주지 못하면 기록조차 늦어질 것'이라고 말입니다.
사라진 용의 후손 한유수크스는 우리에게 빚을 남겼습니다. 그 빚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양쯔강의 늪지대에서 숨 쉬고 있는 양쯔강악어를 지키고,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파충류들의 삶터에 관심을 두는 일입니다. 생명은 우리가 좋아하는 순서대로 멸종하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멸종하는 것은,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가지지 않는 바로 그 존재들 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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