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선서하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대북 송금'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2026-04-28
남소연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서면으로 요청한 구형과 같은 형량이다. 반면 같은 사건으로 함께 기소됐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지난달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무죄가 그대로 확정됐다.
한마디로 같은 사건, 같은 재판부, 공동 피고인인데 결과는 엇갈렸다. 왜 차이가 발생했을까?
겉으로 보면 같은 재판부에 의해 나온 서로 모순되는 판결처럼 보인다. 하지만 재판 과정을 따라가 보면 법원이 판단한 대상 자체가 달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인정한 것은 김 전 회장의 '불법 정치자금 기부'였다. 반면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이화영-김성태 공모'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다. 그것이 결과의 차이를 만든 것이다.
유죄 이유... 김성태, '불법 후원' 인정
3일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송병훈 부장판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경기지사 시절 경선 등에 '쪼개기' 방식으로 후원한 혐의로 기소된 김 전 회장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유죄를 인정한 이유는 단순하다. 김 전 회장이 자신의 돈으로 여러 사람 명의를 이용해 이재명 후원회에 정치자금을 기부했고, 법정 한도를 넘겼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쌍방울 직원과 지인의 명의를 빌려 법정한도를 초과한 정치자금을 기부했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있고 증거에 비춰봐도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 후원회에 800만 원을 기부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21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자신과 쌍방울그룹 임원 등 지인 12명 명의로 이재명 당시 후보 후원회에 총 9000만 원을 나눠 기부한 혐의도 있다.
결국 김 전 회장 혐의에서 '명의를 빌려 이재명 후원회에 정치자금을 기부했는가'라는 핵심 공소사실에 대한 다툼은 사라졌다. 재판부는 명의를 빌려준 사람들이 강압에 의해 명의를 제공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지만, 정치자금법 위반 자체는 어렵지 않게 인정했다.
이화영 사건 핵심, '공모' 입증 여부... 검찰 증거 못 내놔
반면 이화영 전 부지사 사건은 출발부터 달랐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를 김 전 회장의 공범으로 특정했다. 하지만 검찰 공소사실대로라면 이 전 부지사는 이재명 후원회에 쪼개기 후원을 해달라고 요청한 인물이지, 직접 돈을 낸 사람이 아니다.
검찰이 입증해야 했던 것은 김 전 회장의 후원이 아니라, 이 전 부지사가 그 과정에 함께 가담하고 공모했는지 여부였다. 구체적으로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에게 후원을 요청했고, 여러 사람 명의로 나누어 후원하는 '쪼개기 방식'까지 함께 논의했다는 '공모'를 증명해야 했다.
그러나 검찰은 혐의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를 법정에서 내밀지 못했다.
실제 국민참여재판 재판 과정에서 통화 녹음과 카카오톡 등 교사를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국민참여재판 기간 내내 검찰이 가장 크게 의존한 것은 김성태 전 회장과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의 진술이었다. 방 전 부회장은 김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여러 사람 명의로 후원금을 나눠 보냈다고 진술했다. 다만 법정에서는 자신이 후원했다고 진술한 금액도 검찰 공소사실과 일부 차이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국민참여재판에 나온 증인 김 전 회장의 진술이 달라졌다. 검찰은 그동안 김 전 회장이 수사 과정에서 했던 진술을 핵심 증거로 삼아 왔지만 정작 법정에 나온 그는 검찰 공소사실과 일정한 거리를 뒀다.
김 전 회장은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했지만 이 전 부지사와의 공모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인간적으로 부탁한 것"이라는 표현을 반복했다. 특히 검찰이 구분한 2018년과 2021년 공소사실에 대해 김 전 회장은 아래와 같이 말했다.
① 2018년 지방선거 후원에 대해 "800만 원 가지고 그렇게 자세한 이야기를 했겠느냐"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가 여러 사람 명의로 후원하라고 설명했느냐'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공범관계를 부인한 것이다.
② 2021년 민주당 대선 경선 후원에 대해서도 "압도적으로 후원금이 필요하니 빨리 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했지만 '검찰 주장처럼 후원 한도나 명의를 어떻게 나눌지까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기억은 없다'고 했다. 오히려 그는 "그런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고 그럴 정도는 아니었다", "이화영이 나에게 지시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종합하면 이 전 부지사의 후원 제안에 인간적인 차원의 후원은 인정하지만 검찰 공소사실대로 공모는 아니라는 취지다.
김성태 "검찰 압박 많이 받았다... 협조 차원에서 이야기"
국민참여재판에서 더 주목받은 것은 김 전 회장이 과거 검찰 진술의 경위를 설명한 부분이었다.
김 전 회장은 "여러 감정이 올라왔던 것도 있고 당시 압박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저 같은 경우는 인질도 많이 잡혀 있었으니까 협조해주는 차원에서 이야기했던 것 같다"고 증언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이 김 전 회장에게 '쪼개기 후원이라는 표현도 검사가 먼저 사용한 것 아니냐'고 물었을 때 김 전 회장은 "네"라고 답하며 "검찰이 거짓말을 강요한 것은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을 다 구속시켜 놓고 이런 의혹 저런 의혹을 물어보면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였던 김 전 회장의 진술이 법정에서 본인 증언으로 신빙성이 흔들린 셈이 됐다.
지난달 20일 새벽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이 전 부지사에게 무죄 평결을 내렸다.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결국 이번 두 판결은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법적 쟁점을 판단한 결과기 때문에 다른 결론이 난 것이다. 법원은 김성태의 불법 후원은 인정했지만, 이화영이 그 과정에 공모했다는 점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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