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충무로 인근 한 식당에서 열린 '슬로우시네마 운동' 출범 간담회
성하훈
"5년, 10년 걸려서 만든 영화가 극장에서 2주 만에 사라지는 게 맞는 걸까요?"
독립·예술영화인들이 장기 상영을 위한 연대 프로젝트를 제안했습니다. 이른바 '슬로우 시네마 운동'이라고 하는데요. <1980 사북>, <바람이 전하는 말>, <3학년 2학기> 제작진과 영화단체들은 지난 19일 간담회를 열고 독립·예술영화들을 제작진이 직접 극장에 들고 찾아가 관객들을 만나러 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개봉한 세 영화는 각각 1만에서 2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작품들입니다. 통상 독립·예술영화들은 개봉 후 극장에서 빠르면 2주, 길면 1개월 이내에 대부분 내려가기 마련이었는데요. 대형 상업영화와 달리 작은 영화들은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곧바로 OTT나 IPTV 등으로 넘어가는 게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지난해 개봉한 독립·예술영화는 297편으로 전체 개봉영화 중 18%의 비중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은 70곳 안팎으로 스크린 수로 따지면 전체의 2% 수준에 그칩니다. 상영횟수도 통상 하루에 한 번꼴, 그것도 오전이나 늦은 밤에 상영돼 관객과 만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게 영화인들의 설명이었습니다.
<3학년 2학기>를 연출한 이란희 감독은 간담회에서 "지난해 9월 개봉 후 시간이 한참 흐른 지금에서야 학교에서 더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며 "(독립·예술영화들은) 길게 가야 알려지더라. 그래서 우린 수능 응원이 이어지는 오는 11월 현장실습생을 포함한 청소년을 향해 '모두의 출발을 응원합니다'라는 플래카드 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이라 말했습니다.
사실 이같은 운동은 이미 여러 사례가 있습니다. 일본에선 2014년 무렵 '슬로우 시네마 네트워크(Japan Slow Cinema Network, JSN)'가 출범해 지역 상영 운동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영화 <에클레어 과자 방랑기>(2011)의 경우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상영 실행위원회를 꾸려 관객 수 45만 명이란 기록을 쓴 바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경, 지역 예술영화관을 살리자는 취지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후카다 코지 감독이 나선 '미니시어터 에이드 기금' 운동으로 총 3억 3000만엔이 넘는 기금이 모이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2008년경 대형영화에 상영관을 뺏긴 영화 <기담>과 <리턴>을 보기 위해 관객들이 직접 서명 운동을 벌인 일도 있었습니다. 또한 2001년엔 일명 '와라나고' 운동이라는 관객들의 관람 촉구 단체행동도 있었는데요. <와이키키 브라더스>, <라이방>, <나비>, <고양이를 부탁해> 등의 영화들이 흥행에 실패하자, 일부 관객이 나서서 상영공간 확보를 목표로 관람운동을 벌였던 사례입니다.
다시금 촉발된 '슬로우 시네마 운동'이 어떤 양상을 보일까요.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당신을 만날 수 있을 때까지'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하겠다는 마음으로 운동을 시작했다"며 "이번 연대 상영을 마중물 삼아 다른 독립영화들도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자 한다"고 목표를 밝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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