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ove NewYork 문구와 기념품 가게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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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동안 쌓아 올린 브랜드 'I♥NY'
해외의 성공적인 도시 브랜드 슬로건 사례를 봐도 중요한 것은 완성도보다 지속성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뉴욕의 'I Love New York' 역시 도입 당시에는 디자인이 촌스럽고 유치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뉴욕시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반세기 가까이 같은 브랜드를 꿋꿋이 유지했다. 그 결과 'I Love New York'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 슬로건 가운데 하나가 되었고, 공식 라이선스 상품만 연간 수백억 원 규모의 매출을 창출하는 자산으로 성장했다.
암스테르담의 'I Amsterdam' 역시 마찬가지다. 이 슬로건은 암스테르담만의 개방성과 시민 정체성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오랫동안 사용되었다. 오늘날 붉은색 'I am'은 암스테르담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아 글자 일부만 보더라도 도시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의 인지도를 있다.
세계적인 도시 브랜드들은 대부분 특정 시장의 임기와 함께 등장하고 사라지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을 오랜 시간 축적하는 장기 자산으로 운영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브랜드의 힘은 새로움이 아니라 반복에서 나온다.
도시의 얼굴은 시민의 것
한편, 도시 슬로건은 공공 자산이다. 그렇기에 특정 단체장의 정치적 소유물이 아니라 시민 공동의 자산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도시 브랜드 슬로건과 시정 슬로건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도시 브랜드 슬로건 도시의 역사와 문화, 산업과 가치 등 고유한 정체성을 담아 장기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반면 단체장의 정책 비전과 행정 철학은 비교적 자주 바뀌니, 별도의 시정 슬로건으로 운영한다. 서울시는 'Seoul, My Soul'과 '동행·매력특별시 서울'을 각각 사용하며 도시 브랜드와 시정 슬로건을 구분하고 있다. 반면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브랜드와 시정 슬로건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 광주시의 '내☆일이 빛나는 기회도시 광주', 강원도의 '새로운 강원! 특별 자치시대!', 전북도의 '새로운 전북 특별한 기회', 경북도의 '경북의 힘으로! 새로운 대한민국' 등이 그 예다.
도시 브랜드는 대내외적으로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인 만큼 지역의 특성을 담으면서도 짧고 기억하기 쉬운 형태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반면 시정 슬로건은 단체장의 정책 방향과 행정 목표를 시민들에게 설명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면 된다. 두 개념을 명확히 구분할 때 도시 브랜드는 오래 갈 수 있고, 단체장 역시 자신의 정책 철학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이렇게 구분하면, 시정 슬로건 변경 후 각종 시설물과 홍보물을 교체하느라 예산 지출이 반복되었던 관행도 줄어들 것이다. 정책의 연속성과 예산 효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둘째, 도시 브랜드 슬로건 변경에 대한 사회적 통제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앞서 도시 슬로건이 공공 자산이라고 말했다. 도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공공 자산을 바꾸는 일이라면, 주민 의견 수렴과 전문가 검토, 지방의회 논의 등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마땅하다.
특히 변경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개발 용역비는 물론 사인물 교체, 홍보물 제작, 홈페이지 개편 등 후속 비용까지 포함한 전체 예산 규모를 시민들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도시 브랜드 슬로건 변경을 빠르게 진행 해야 할 때도 있겠지만, 최소한 그 결정의 근거와 비용만큼은 시민 앞에 투명하게 설명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셋째, 도시 브랜드 슬로건 개발 이전에 도시 정체성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체성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가치와 자산에서 나온다. 역사와 문화, 산업과 공간, 그리고 시민들의 삶에 대한 이해 없이 만들어진 브랜드는 시민이 공감하기 어렵다. 도시 브랜드 슬로건은 도시의 새로운 미래를 자유롭게 제시하기보다, 도시를 이해한 뒤 만든 결과물이어야 한다.
도시의 정체성은 4년짜리가 아니다
7월 1일이면 새로운 지방정부가 출범한다. 새로운 단체장들은 저마다 새로운 비전과 정책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단체장들이 이전 시정의 흔적을 지우고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위해 새로운 슬로건을 고민할 것이다.
정치인은 가도 도시는 남는다. 도시의 역사와 문화, 시민들의 삶도 선거 결과에 따라 확확 바뀌지 않는다. 새로운 지방정부가 남겨야 할 것은 시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는 도시의 정체성이다. 민선 9기는 포부를 위해 문구를 바꾸기보다 도시를 이해하고, 공고히 하는 지방정부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