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은 보호자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보낸다.peachlatte on Unsplash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애착유형이 강화되는 면이 있다. 불안애착으로 연락이 닿지 않는 남편에게 전화할 때마다 갈등은 깊어졌고, 이 갈등을 '떠남'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더 불안해 했다. 상담에서도 불안애착을 반복하다 헤어지는 커플을 자주 본다. 회피애착을 형성한 사람은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불편해 하며 밀어내는데, 이 때문에 다가오던 좋은 사람들이 지쳐서 떠난다. 그러면 타인을 신뢰하지 못하는 마음이 더 커지고 결국 회피애착이 강화된다.
반려동물과의 애착은 이 부분이 다르다. 반려동물은 사람처럼 애착유형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지 않는다. 보호자가 불안해 하든, 거리를 두려하든 보호자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보낸다. 보호자의 감정에 반응하긴 하지만, 대체로 타고난 기질대로 일관성 있게 행동한다. 반려동물의 이런 특징 덕분에 보호자는 불안정한 애착을 수정할 기회가 생긴다.
여행에서 돌아와 라온의 하울링과 관련해 훈련사에게 조언을 구했다. 한 훈련사는 직접 집에 와 라온이의 모습을 살폈는데, 그는 라온이가 분리불안을 겪는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라온이 혼자 놀다가 혹은 자다가 깨서 심심해지면 놀고 싶은 친구를 찾는 표현으로 하울링 한다고 해석했다. 그러고 보니 라온이는 내가 외출할 때 한 번 쳐다보고 말았다. 훈련사는 오래 집을 비울 때는 반려견 유치원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결국 라온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강아지 유치원을 수소문했다. 외출 시 그곳에 라온을 맡기기 시작했다. 처음 맡길 땐 불안해 거의 10분마다 선생님께 라온이 괜찮은지 물었다. 그때마다 라온은 열심히 친구들과 놀거나 편안히 쉬고 있었다. 안정애착을 형성한 라온을 보며 덩달아 점점 안심됐다. 지금은 라온이를 마음 편하게 유치원에 맡기고 외출을 한다. 비가 와서 산책을 못하는 날에는 집에서 쉬면서도 라온이를 유치원에 보내서 활동량을 채워주기도 한다. 안정애착인 라온이 덕분에 내 불안애착이 점점 엷어지고 있다.
"나 안 버릴 거지?"라고 반려견에 묻던 내담자도 점차 이 말을 하지 않게 됐다. 묻지 않아도 반려견이 늘 안정적으로 곁에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반려견의 애정공세를 부담스러워하던 '회피애착' 내담자도 일관되게 곁을 지키는 반려견에 마음을 열었다.
'애착'은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생겨나지 않는다. 반려동물과의 관계에서도 유사한 '애착유형'을 형성한다. 하지만, 사람보다 훨씬 더 무조건적인 반려동물의 사랑은 사람과의 애착에서 가졌던 어려움을 덜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장기간의 심리상담으로도 수정되기 쉽지 않은 애착유형을 바꿔주는 반려동물. 이처럼 보배로운 존재가 또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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