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7.02 12:08최종 업데이트 26.07.0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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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은 사람의 마음을 비춥니다. 반려동물을 대하는 태도, 관계 맺는 방식 등은 사람의 마음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반려동물을 통해 내 마음의 일을 하나하나 알아갑니다.[기자말]
라온을 입양한 지 석 달 정도 되었을 때다. 그해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혼자 여행하기'였기에 라온을 남편에게 부탁하고 일본으로 2박 3일 여행을 떠났다.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낸 라온이가 걱정됐지만 첫날은 나름 알찬 여행과 자유를 즐겼다. 여행 둘째 날 유명한 관광지에 갔을 때였다. 멋진 풍광을 즐기고 있는데 자꾸만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집에 설치해 둔 카메라 앱은 라온이 계속 짖고 있다고 알려줬다.

앱을 켜고 실시간 집안을 들여다봤다. 라온이는 무언가를 찾는 듯 집안을 서성이다 소파 위에 올라가 열심히 하울링(반려견이 길고 높게 우는 행동)했다. 처음 보는 모습에 당황했고, 남편에게 전화해 왜 라온을 혼자 두고 외출했냐고 화를 냈다. 그 후 여행을 어떻게 마무리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라온의 하울링이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하던 나의 애착패턴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주 양육자와의 애착유형, 평생 영향 미쳐

내가 없는 곳에서 이렇게 뛰어노는 라온이를 보면서 나 역시 안정되어 갔다.
내가 없는 곳에서 이렇게 뛰어노는 라온이를 보면서 나 역시 안정되어 갔다.송주연

아기가 태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건 주 양육자와의 관계 형성이다. 아기는 주 양육자와의 관계를 통해 자기 자신과 타인, 그리고 관계에 대한 정신적인 틀인 '내적 작동 모델'을 형성한다. 이를 '애착'이라고 하는데, 어릴 때 형성된 애착유형은 평생 한 사람의 마음과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심리학자들은 애착유형을 이렇게 정리했다. 먼저 '불안애착'은 자기 사진을 부정하는 마음에 기반한다. 그래서 타인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고, 버림받을까 봐 두려워하며 타인의 평가에 전전긍긍한다. '회피애착'은 타인을 부정하는 마음이 강하다. 그래서 친밀감을 두려워하며 타인에게 거리를 두려고 한다. 이 두 가지가 혼재해서 나타나는 '혼란애착'도 있는데 혼란애착은 자기 자신과 타인 모두를 부정하는 내적 틀에 기반한다.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한다.


반면 '안정애착'은 가장 바람직한 애착의 형태로 자기 자신과 타인 모두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스스로 욕구를 충족하면서도 타인과 적절한 친밀감을 나누고 버려짐에 대한 두려움 없이 타인에게 의존할 수 있다. 이런 애착유형의 형성에는 주 양육자의 반응이 큰 몫을 하지만, 아기와 주 양육자 기질 사이의 상호작용도 중요하다.

나는 강렬한 '불안애착' 유형의 아이였다. 초등학교 입학 때까지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요란스럽게 울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엄마가 출근할 때면 "엄마가 학교 안 가면 유치원 가고, 학교 가면 유치원 안 갈 거야"라며 길바닥에 드러눕곤 했다.

라온의 하울링은 바로 길에 드러누워 울던 나를 재경험하게 했다. 불안이 나를 사로잡았고, 라온과 분리되어 있다는 걸 견딜 수가 없었다. 동시에 라온이가 내가 어릴 적 느꼈던 분리불안을 느끼는 거 같아 고통스러웠다.

반복되는 애착유형

반려견의 마음
반려견의 마음sandisk on Unsplash

애착 유형은 평생토록 영향을 끼친다. 성인기에 다양한 애착 대상과 관계를 맺으면서 대상에 따라 다른 애착유형을 보이기도 한다. 때로는 매우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한 배우자나, 연인, 친밀한 관계 혹은 상담을 통해 불안정한 애착이 안정애착으로 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연애할 때나 신혼 시기에도 '불안애착'을 되풀이했다. 애인이 연락이 닿지 않을 때마다, 남편의 귀가가 예정보다 늦어질 때마다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어 전화를 해댔다. 이는 사랑하는 이들과의 관계에서 큰 갈등 요소였다.

이 애착유형은 반려동물과의 애착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첫 반려견 은이와 힘께 한 10여 년 동안 은이를 혼자 두는 걸 불안해 했다. 수시로 카메라로 은이의 안부를 확인해야만 했다. 은이를 갑작스레 떠나보낸 후 맞이한 라온과는 더 그랬다. 정말 한시도 떨어질 수가 없었다. 여행 때까지 입양 후 석 달 동안 라온이는 30분 이상 집에 혼자 있어 본 적이 없었다. 너무 같이 있으면 강아지에게도 '분리불안'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알았지만, 라온이와 분리될 수 없었다. 반려견들과도 '불안애착'을 맺은 셈이다.

그동안 만난 내담자들도 자신의 애착유형을 반려동물과의 관계에서 반복했다. '버림받음'에 대한 두려움이 큰 한 내담자는 유기견을 입양한 후 강아지에게 "너는 나 안 버릴 거지? 꼭 나 지켜줘야 해"라고 종종 애정을 확인했다. 반면, 다른 사람과 거리가 필요한 '회피애착' 유형의 내담자들은 강아지보다 독립적이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고양이를 좀 더 편안해 했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함께 키우는 내담자 중 한 명은 '회피애착'이었는데 강아지의 애정 공세엔 부담을 느꼈고, 고양이의 '쿨'한 관심에 마음을 놓았다.

반려동물과의 애착, 뭐가 다를까

반려동물은 보호자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보낸다.
반려동물은 보호자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보낸다.peachlatte on Unsplash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애착유형이 강화되는 면이 있다. 불안애착으로 연락이 닿지 않는 남편에게 전화할 때마다 갈등은 깊어졌고, 이 갈등을 '떠남'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더 불안해 했다. 상담에서도 불안애착을 반복하다 헤어지는 커플을 자주 본다. 회피애착을 형성한 사람은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불편해 하며 밀어내는데, 이 때문에 다가오던 좋은 사람들이 지쳐서 떠난다. 그러면 타인을 신뢰하지 못하는 마음이 더 커지고 결국 회피애착이 강화된다.

반려동물과의 애착은 이 부분이 다르다. 반려동물은 사람처럼 애착유형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지 않는다. 보호자가 불안해 하든, 거리를 두려하든 보호자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보낸다. 보호자의 감정에 반응하긴 하지만, 대체로 타고난 기질대로 일관성 있게 행동한다. 반려동물의 이런 특징 덕분에 보호자는 불안정한 애착을 수정할 기회가 생긴다.

여행에서 돌아와 라온의 하울링과 관련해 훈련사에게 조언을 구했다. 한 훈련사는 직접 집에 와 라온이의 모습을 살폈는데, 그는 라온이가 분리불안을 겪는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라온이 혼자 놀다가 혹은 자다가 깨서 심심해지면 놀고 싶은 친구를 찾는 표현으로 하울링 한다고 해석했다. 그러고 보니 라온이는 내가 외출할 때 한 번 쳐다보고 말았다. 훈련사는 오래 집을 비울 때는 반려견 유치원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결국 라온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강아지 유치원을 수소문했다. 외출 시 그곳에 라온을 맡기기 시작했다. 처음 맡길 땐 불안해 거의 10분마다 선생님께 라온이 괜찮은지 물었다. 그때마다 라온은 열심히 친구들과 놀거나 편안히 쉬고 있었다. 안정애착을 형성한 라온을 보며 덩달아 점점 안심됐다. 지금은 라온이를 마음 편하게 유치원에 맡기고 외출을 한다. 비가 와서 산책을 못하는 날에는 집에서 쉬면서도 라온이를 유치원에 보내서 활동량을 채워주기도 한다. 안정애착인 라온이 덕분에 내 불안애착이 점점 엷어지고 있다.

"나 안 버릴 거지?"라고 반려견에 묻던 내담자도 점차 이 말을 하지 않게 됐다. 묻지 않아도 반려견이 늘 안정적으로 곁에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반려견의 애정공세를 부담스러워하던 '회피애착' 내담자도 일관되게 곁을 지키는 반려견에 마음을 열었다.

'애착'은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생겨나지 않는다. 반려동물과의 관계에서도 유사한 '애착유형'을 형성한다. 하지만, 사람보다 훨씬 더 무조건적인 반려동물의 사랑은 사람과의 애착에서 가졌던 어려움을 덜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장기간의 심리상담으로도 수정되기 쉽지 않은 애착유형을 바꿔주는 반려동물. 이처럼 보배로운 존재가 또 어디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https://blog.naver.com/serene_joo)와 브런치(https://brunch.co.kr/@serenity153)에도 실립니다.

* 송주연 상담심리사(한국 상담심리학회 1급)는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루트 심리상담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엄마로 태어난 여자는 없다>(2020), <이 선 넘지 말아 줄래요>(2021), <개와 살기 시작했다>(2023), <질병과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되었을 때>(2025)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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