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6.24 17:07최종 업데이트 26.06.2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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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수원고법 전경연합뉴스

지난 2월 12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대북송금 제3자뇌물 사건에서 공소기각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지난 20일 새벽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경기도 대북사업 관련 직권남용 혐의 등에 대해 마찬가지로 공소기각을 받았다.

겉으로 보면 서로 다른 사건이다. 하나는 대북송금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경기도 대북사업 관련 직권남용 사건이다. 사실관계가 다르다. 그러나 두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재판장이 수원지방법원 형사11부 송병훈 부장판사로 동일하다는 것이다.


'송병훈 재판부'가 오는 7월 13일 심리하는 이화영 전 부지사 대북송금 제3자 뇌물 사건 공판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공소기각' 송병훈 재판부가 판결문에 남긴 말... "오로지 처벌 목적"

여기 질문이 있다. 검찰은 하나의 사실관계를 여러 갈래로 나누어 기소할 수 있는가. 나아가 특정인을 기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타인의 재판에 공범으로 먼저 등장시킨 뒤, 그 재판 결과를 토대로 다시 기소할 수 있는가.

송병훈 부장판사가 답을 내놨다. 그는 이 전 부지사 직권남용 등 혐의 사건 판결문에 "당사자주의 구조를 취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상 공판중심주의, 증거재판주의, 직접심리주의 및 무죄추정의 원칙 등에 비추어보면 자신이 공소제기 되지 않은 타인의 사건에서 유죄의 판단을 받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될 수 없다"라고 적었다.

신명섭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사건과 관련해 더욱 강한 표현을 사용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검찰은 신명섭 전 국장을 기소할 당시 이 전 부지사의 공모관계를 뒷받침할 객관적 혐의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음에도, 공소장에 이 전 부지사를 공범으로 적시했다. 이후 지난해 2월 1심 판결에서 일부 공모관계가 인정되자 검찰은 일주일 뒤 이 전 부지사를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 20일 새벽 송병훈 부장판사가 문제 삼은 것이 바로 이 구조다.

"검사가 오로지 이화영을 처벌하겠다는 목적 아래 신명섭에 대한 사건 공소사실에 이화영을 공범으로 적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피고인은 기소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고, 방어권이 중대하게 침해됐다."

이 전 부지사는 자신이 피고인도 아닌 사건에서 아무런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한 상태로 공범이라는 판단을 받게 됐고, 그 결과가 자신의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권 행사가 피고인의 방어권을 중대하게 침해해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공소를 기각했다.

"아주 획기적인 것"... 시선은 제3자뇌물 사건으로

질문에 답하는 이화영 전 부지사 측 김현철 변호사쌍방울 그룹의 800만 달러 대북송금 공모 및 억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 선고 재판이 열린 2024년 6월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이 전 부지사 측 김현철 변호사가 재판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전 부지사 변호인 김현철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에 "(공소기각 판단은) 조금 긍정적인 정도가 아니라 아주 획기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가 주목한 부분도 송 부장판사와 다르지 않았다. 애초에 이러한 방식으로 검찰의 공소권이 행사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 지점에서 시선은 자연스럽게 대북송금 제3자 뇌물 사건으로 향한다. 이 사건 또한 검찰의 위법한 공소제기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이 전 부지사는 2024년 6월 7일 대북송금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불과 닷새 뒤 검찰은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와 이 전 부지사에게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하고 김성태 전 회장에게는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다시 기소했다.

800만 달러 대북송금이라는 하나의 사실 관계를 두고 검찰은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이어 제3자 뇌물이라는 또 다른 법률 구성해 이 전 부지사와 김성태 전 회장을 또 재판에 넘긴 셈이다.

송 부장판사는 이미 김성태 전 회장의 제3자 뇌물공여만 먼저 떼어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과 제3자뇌물공여 사건이 결국 동일한 대북송금 행위를 대상으로 한 이중기소라는 취지였다.

이 전 부지사 쪽은 면소 선고를 주장하고 있다.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가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제326조(면소의 판결)에는 '확정판결이 있은 때'에는 판결로써 면소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민참여재판 뒤 열리는 내달 13일 공판, 왜 주목받나

관심은 내달 13일로 예정된 이 전 부지사 제3자 뇌물 사건 공판으로 향한다. 송 부장판사가 같은 사실관계의 쪼개기 기소를 문제 삼아 김 전 회장에게 적용한 공소기각 법리를 이 전 부지사에게도 적용할 것인지, 최근 이 전 부지사 국민참여재판에서 보여준 공소권 남용 문제의식이 이번에도 이어질 것인지 주목된다.

검찰은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제3자 뇌물은 구성요건과 보호법익이 다른 별개의 범죄라고 주장하고, 이 전 부지사 측은 하나의 대북송금 행위에 서로 다른 이름을 붙여 '쪼개기 기소'한 것이라고 맞설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지사와 함께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 사건은 현직 대통령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의거해 재판이 중단된 상태다.

검찰은 김성태 전 회장, 이 전 부지사, 이 대통령을 제3자 뇌물 구조로 묶었다. 김성태가 북한에 돈을 보냈고, 이화영이 이를 연결했으며,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그 이익을 받는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 검찰이 설명하는 사건 구조다. 그런데 공여자인 김성태 전 회장이 공소기각 판단을 받은 데 이어 이 전 부지사마저 면소 판단을 받게 된다면, 이 사건은 검찰의 위법한 공소제기라는 새로운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송병훈 재판부는 어떤 답을 내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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