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6.22 19:51최종 업데이트 26.06.2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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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의견을 피력할 때에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이 표현이 공식 국호이고, 조선이 '남조선'이 아닌 대한민국(한국)으로 표현하면서 자신도 공식 명칭으로 불러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서로가 국가성을 인정할 때 대화와 관계 개선도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이에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구합니다.[기자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이 우리의 적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국방부가 18일 올해 연말 발간되는 <2026 국방백서>에서 '북한 정권은 우리 적'이란 표현이 삭제될 수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내놓은 입장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가 부정적인 뜻을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 내에서 이러한 입장 차이가 어떻게 조율될지 관심이 모아지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가 짚어봐야 할 문제들이 있다. 이재명 정부가 실용주의 및 한반도 평화공존을 추구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통일부
통일부연합뉴스

먼저 '북한 주적 개념'이 최초로 등장한 배경부터 성찰적으로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국방백서에 '북한 주적'이 처음 명시된 때는 1995년이었다. 1994년 3월 19일 남북 특사교환 실무접촉에서 조선측 대표인 박영수의 '서울 불바다' 발언이 발단이 된 것이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위협에 맞서 주적관을 투철히 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당시 김영삼 정부와 대다수 언론은 전후맥락을 삭제하고 이 발언만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박영수는 "대화에는 대화로, 전쟁에는 전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그쪽에서 전쟁을 강요한다면 피할 생각은 없다"며, "여기서 서울은 멀지 않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미 양국에서 대북 선제공격론이 맹위를 떨치자, 조선(북한)이 거칠지만 '방어적인 성격'의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1995 국방백서>에 "북한은 주적"이라고 명기한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었는지 의문이 드는 까닭이다.

민감한 시기에 나온 '적' 발언

'북한 주적 개념'은 2000년까지 유지되다가 2004년에는 "북한의 직접적 군사위협"으로 표현이 바뀌었었다. 그러다가 2010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을 거치면서, 또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한다'는 차원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적극 추진한 문재인 정부 시기의 국방백서에는 조선을 적으로 규정하는 표현이 담기지 않았었다.

그러나 국방부 장관의 말 한마디가 예민해진 남북관계에 악재로 작용하기도 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후 한미연합훈련이 재개되고 한국의 F-35 등 첨단 무기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조선도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에 나섰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7월 하순에 문재인 정부를 향해 '만나서는 평화의 악수를 나누고 돌아서서는 최신 무기 도입과 한미연합훈련을 강행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바른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는 "권언"을 보냈다.

그런데 정경두 당시 국방장관은 이러한 권언보다는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 주목하면서 "도발"을 계속하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간주하겠다"고 말했다. 또 국방부는 한미연합훈련도 8월 중순에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김정은은 8월 초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내 정경두의 발언을 맹비난하면서 한미연합훈련은 "누구를 겨냥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 직후부터 남북관계는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8월 16일에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문재인 정부를 향해 "삶은 소대가리 양천대소할 노릇"이라며 "남조선과는 더 이상 상종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불만을 품고 있었던 김정은 정권이 한국 국방부 장관의 '적' 발언과 한미연합훈련, 그리고 한국의 역대급 군비증강 계획을 접하고선 배신감과 증오심을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국방부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국방부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대북 3원칙에 어긋나

윤석열 정부 시기에 남북관계는 전쟁까지 걱정할 정도로 최악으로 치달았다. 윤 정부는 문재인 정부 때 사라졌던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라는 표현을 <2022 국방백서>에 부활시켰고, 계엄 선포의 빌미를 찾고자 조선과의 무력충돌을 유도했다는 혐의까지 받고 있다. 이랬던 윤 정부가 탄핵·파면당하고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반도의 무력충돌 위험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조선은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유지하면서 한국을 가리켜 "불변의 주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반도 평화 공존을 추구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라는 표현을 유지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국민 여론도 두루 고려할 수밖에 없는 정부의 고심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국방백서에 이러한 표현을 담지 않는 것이 여러 모로 바람직하다.

먼저 정부의 정책·전략 기조와의 조화이다.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 체제 존중, 흡수통일 배제, 적대행위 불추구"를 대북정책 3원칙으로 강조해왔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나올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라고 표기하는 것은 상위의 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국방 분야는 달리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한반도 문제의 핵심이 군사 문제에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라는 표현은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서 대응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는 남북 간 신뢰 회복에 부작용만 낳을 공산이 크다. 이러한 접근은 조선의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추구했던 대북 강경파의 논리와 닮은꼴일 뿐만 아니라 조선의 국가성 자체를 부인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실 국가의 공식 문서에 타국을 '적(enemy)'이라고 표기하는 것은 국제적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들은 '위협', '경쟁자', '도전' 등으로 표기한다. 군사적인 경계의 대상일지라도 '적'으로 공식화하면 외교를 통한 안보 증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한국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적 표기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군사적인 적으로 간주하는 한, 평화적 통일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 평화 공존마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또 조선이 우리를 "불변의 주적"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우리가 맞대응하는 것도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저쪽은 '절연'을 하겠다는 것이고, 우리는 그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백서에 '적'이 명기되면, 조선이 천명한 '적대적 두 국가'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온 국방백서에는 '적' 표기 여부와 관계없이 조선의 군사력과 위협, 그리고 이에 대한 강력한 대비 태세가 상세히 담겨 있다. 굳이 '적'이라고 표현하지 않더라도 최우선적인 억제 대상이자 억제 실패시 격퇴 대상으로 조선을 삼아온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적' 표기보다는 '도전'이라는 표현이 적합하지 않을까 한다.
덧붙이는 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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