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국방부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대북 3원칙에 어긋나
윤석열 정부 시기에 남북관계는 전쟁까지 걱정할 정도로 최악으로 치달았다. 윤 정부는 문재인 정부 때 사라졌던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라는 표현을 <2022 국방백서>에 부활시켰고, 계엄 선포의 빌미를 찾고자 조선과의 무력충돌을 유도했다는 혐의까지 받고 있다. 이랬던 윤 정부가 탄핵·파면당하고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반도의 무력충돌 위험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조선은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유지하면서 한국을 가리켜 "불변의 주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반도 평화 공존을 추구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라는 표현을 유지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국민 여론도 두루 고려할 수밖에 없는 정부의 고심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국방백서에 이러한 표현을 담지 않는 것이 여러 모로 바람직하다.
먼저 정부의 정책·전략 기조와의 조화이다.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 체제 존중, 흡수통일 배제, 적대행위 불추구"를 대북정책 3원칙으로 강조해왔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나올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라고 표기하는 것은 상위의 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국방 분야는 달리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한반도 문제의 핵심이 군사 문제에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라는 표현은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서 대응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는 남북 간 신뢰 회복에 부작용만 낳을 공산이 크다. 이러한 접근은 조선의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추구했던 대북 강경파의 논리와 닮은꼴일 뿐만 아니라 조선의 국가성 자체를 부인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실 국가의 공식 문서에 타국을 '적(enemy)'이라고 표기하는 것은 국제적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들은 '위협', '경쟁자', '도전' 등으로 표기한다. 군사적인 경계의 대상일지라도 '적'으로 공식화하면 외교를 통한 안보 증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한국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적 표기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군사적인 적으로 간주하는 한, 평화적 통일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 평화 공존마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또 조선이 우리를 "불변의 주적"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우리가 맞대응하는 것도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저쪽은 '절연'을 하겠다는 것이고, 우리는 그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백서에 '적'이 명기되면, 조선이 천명한 '적대적 두 국가'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온 국방백서에는 '적' 표기 여부와 관계없이 조선의 군사력과 위협, 그리고 이에 대한 강력한 대비 태세가 상세히 담겨 있다. 굳이 '적'이라고 표현하지 않더라도 최우선적인 억제 대상이자 억제 실패시 격퇴 대상으로 조선을 삼아온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적' 표기보다는 '도전'이라는 표현이 적합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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