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국가 1만 2499명의 국회의원은 소선거구제로 33.4%, 중대선거구제 49.4%, 전국단일선거구제 8.1%, 기타 방식으로 9.2%로 뽑혔다. 한국은 전체의 84.3%(21대 국회의원 선거 기준)가 소선거구제로 뽑혀 다른 국가에 비해 소선거구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SBS 유튜브 갈무리
대통령중심제도 비슷한 논리를 조장한다. 대통령선거는 전국적으로 한 명의 당선자를 가리므로 결국 전국적인 소선거구제라 할 수 있다. 대통령중심제를 실시하는 많은 나라는 이런 측면을 완화하기 위해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결선투표제를 채택하면 1차 투표에서는 유권자들이 후보의 당선 여부에 상대적으로 강박되지 않으면서 후보의 정강, 정책에 대한 지지에 따라 투표할 수 있다. 당선자를 가리는 게임은 결선투표에서 벌어진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과 함께,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면서도 결선투표를 실시하지 않는 '예외적' 사례다.
거의 모든 대의기구를 지배하는 소선거구제와 결선투표제 없는 대통령중심제의 결합. 이런 제도 조합에서는 양대 정당의 정치 독점 외에 다른 결과가 나오기 힘들다. 민주당은 이런 지형에 적응하며 진화해온 조직이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 이후 열린우리당이 차지하던 정치 공간에서 원심력이 강화되는 시기가 잠시 있었지만, 곧바로 현 민주당의 뿌리가 되는 단일정당(민주통합당)이 재건됐다.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갈라져나간 과도기도 있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양당 구도의 한 쪽 공간을 평정했다.
지금 민주당은 '진보'든 '중도보수'든 무슨 이념을 지향하는 조직이 아니다. '중산층'이든 '서민'이든 어떤 계급에 바탕을 둔 조직도 아니다. 철저히 대통령중심제·소선거구제 조합의 논리에 맞춰, 그 논리를 재생산하며 작동하는 '선거기계'다.
민주당식 정치가 상위 중간계급 이익에 맞춰지는 이유
지금 민주당 내 친명·친문 내전을 보면, 왜 굳이 한 정당으로 모여서 저렇게 싸우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무슨 '주의'를 따져야 할 만큼 정견이 크게 다르지 않은 측면은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관련해서는 과연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다른 구석도 분명히 있다.
비례대표제를 바탕으로 다당 정치가 작동하는 나라에서는 이 정도 차이라면 당을 달리 하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유권자들에게 각 당이 내세우는 정견의 차이를 명확히 드러내고, 이를 바탕으로 선거에서 선택을 받는다. 그리고 선거 결과에 따라 협상으로 정부를 구성하기도 하고 야당이 되기도 한다. 적어도 정파 간 다툼이 한국보다는 훨씬 더 투명하게, 정책 중심으로, 지지 집단의 이해관계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여러 정치 세력들이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같은 거대 선거기계에 모여 매일 밀실에서 당권 투쟁을 펼친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정치에 대한 환멸, 냉소, 무관심이 유독 심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은 지난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3 지방선거 12곳 승리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도 서울시장 패배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남소연
게다가 이런 치열한 내전은 정작 정책 토론이나 전략 논쟁과는 별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당 내 정파들이 각각 특정 계급·계층을 대변하면서 싸우는 것이라면, 사회 전체의 논쟁이나 새로운 합의 형성에 기여하는 측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정책은 당 내 투쟁과는 또 다른 논리에 의해 결정된다. 결선투표 없는 대통령중심제·소선거구제 조합에서 승리하려면 한국 사회에서 가장 가시화된 여론 집단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여론 집단은 서울 한강변 아파트를 정점으로 한 부동산시장에서 주요 행위자로 인정받는 집단들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정책은(물론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집단을 지지층으로 유지할 필요성에 의해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선거기계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계급·계층과 '더불어' 함께 하려 하지만, 막상 정책 방향은 선거기계라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상위 중간계급의 이익에 맞춰지는 것이다.
선거 승리 정치만 남은 한국…폭발의 순간이 다가온다
이런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정치를 지배하고있다. 그러다 보니 정치가 작동하지 않는다. 매번 선거로 양대 정당 중 어느 한 쪽을 승자로 정하는 정치는 있지만, 사회의 갈등을 드러내고 논쟁을 발전시키며 잠정적 합의를 형성하는 정치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갈등은 출구나 해법을 찾지 못해 점점 더 꼬여만 간다. 다들 불만을 쌓아가지만, 이 불만을 표출할 바로 그 정치가 문제의 원흉이기에 그저 일상을 견뎌낼 뿐이다.
고금의 역사는 이런 일상이 언젠가는 폭발하고 만다고 말한다. 그 폭발이 항상 역사의 옳은 방향에만 기회를 주는 것은 아니다. 1930년대 독일을 떠올려보자. 폭발의 순간이 다가오기 전에 어떻게든 이 낡은 질서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 다만, 민주당은 지금의 거대 선거기계라는 모습 그대로는 이런 변화의 시도에서 주체가 아니라 대상일 수밖에 없다.
▲장석준 배곳 산현재 기획위원
본인
필자 소개 : 사회학을 공부했고, 진보정당 운동의 정책·교육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진보신당 부대표를 거쳐 정의당 부설 정의정책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습니다. 현재는 배곳 산현재 기획위원, 노회찬재단 비전포럼 운영위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세계 진보정당 운동사> <장석준의 적록서재> <사회주의> <신자유주의의 탄생> <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지도>(공저) 등이 있고, 번역서로 <포식하는 자본주의> <좌파의 길> <길드 사회주의> 등이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