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법정 모습. '검사실 술파티 의혹' 관련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준비절차가 1년 2개월만에 마무리되면서 오는 8일 배심원 선정을 시작으로 이 전 부지사의 재판이 본격적으로 열린다. 이 전 부지사의 국민참여재판은 이달 8일부터 19일까지 주말을 제외하고 열흘간 진행된다. 이는 역대 최장기 재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5시 50분 수원지방법원 204호 법정. 주말을 제외하고 열흘 동안 진행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평의·평결 전 마지막 절차인 피고인 측 최후변론도 17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때 류재율 변호사가 배심원단 앞에 섰다.
"소주를 반입했을까, 안 했을까. 이 부분이 가장 판단하기 어렵지 않을까 판단이 든다. 검사님도 변호인도 설명했지만, 확신을 주는 설명을 할 수 없었다."
류재율 변호사의 말은 술파티 의혹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객관적 시선을 잘 보여준다. 왜냐하면, 2023년 5월 17일 저녁 수원지방검찰청 1313호 박상용 검사실 영상녹화실에 술이 반입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은 충분히 존재하지만,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절대적인 물증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20일 새벽 3시 30분에 진행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국민참여재판 판결 선고에서 배심원 7명의 평결 결과 술 반입이 있었다와 없었다는 의견이 '4:3'으로 아슬아슬하게 갈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국회에서 '술 반입이 있었다'라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 거짓이라는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는 유죄(징역 4개월)였지만, 술 파티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화영 전 부지사 변론] 강력한 정황 증거... 그날 쌍방울 법인카드 소주 결제 내역
당시 수원지검 1313호 영상녹화실에 술 반입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정황은 <오마이뉴스> 단독 기사로 여러 차례 공개됐다. 재판 과정에서 <오마이뉴스>의 이름이 몇 번이나 소환된 이유다.
그날 영상녹화실에서 구속 피의자 이화영 전 부지사,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과 방용철 전 부회장 등이 조사를 받았다. 김성태 전 회장 수발을 들며 사실상 수행비서 역할을 한 쌍방울 관계자 박상웅씨는 참고인 출입증을 패용해 검찰청을 비교적 자유롭게 드나든 기록이 확인된다.
그 기록에 따르면, 문제의 시간대 박씨 동선은 오후 6시 32분 수원지검 13층 퇴실 → 6시 34분·37분 쌍방울 법인카드로 인근 편의점에서 소주 4병과 생수 3병 등 결제 → 6시 41분 수원지검 13층 입실이다.
여기에 그날 오전 김성태 전 회장의 수원구치소 접견 녹취록 내용을 겹쳐보면, 의혹은 더욱 증폭된다. 김 전 회장은 지인과의 대화에서 "결전의 날이야", "소주라도 한 잔 먹고가서 이야기하면 편할 판인데", "물 있잖아. 석수 같은 거 한번 이야기해보라고 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이화영 전 부지사가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았는데 술 반입 증언이 진실이라는 결과가 나오고 김성태 전 회장과 박상웅씨는 검사를 신청했다가 철회한 점도 피고인 측이 강조한 내용이다.
피고인 측은 술 반입이라는 지엽적인 문제를 제외한 진술세미나와 각종 규정 위반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실제로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국회 증언 가운데 술 반입만 허위 진술이라며 재판에 넘겼다. 김현철 변호사는 최후 변론에서 "'술이 제공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검사가 입증해야 한다"면서 "반입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생각한다면, 공소사실에 대해 합리적 의심이 형성된 때에 해당하므로 무죄"라고 강조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술 반입이 있었다는 장소로 지목한 수원지방검찰청 1313호 영상녹화실.
수원지검
[검찰 변론] "소주 구입 결제는 우연의 일치... 술 반입 가능성은 0.4%"
검찰은 피고인이 술 반입이 이뤄졌다고 주장한 날 마침 쌍방울 법인카드 소주 구입 결제내역이 존재하는 것은 우연의 일치로서 술 반입을 직접 입증하는 자료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선거 개표에서 수많은 선거구 가운데 두 후보의 득표수가 동수일 가능성과 같은 우연이라는 것이다.
한승훈 검사는 최후변론에서 술 반입 가능성을 두고 0.4%의 가능성을 뚫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확률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계산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술 반입에 성공하려면) 계획을 모의하고 들키지 않고 반입하고, 다 치워야 한다. 또한 그날 참석자들이 술에 취한 채 구치소까지 안 들키고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치밀하게 계획된 게 아니고 급하게 (김성태 전 회장이) 지시를 내리고 (박상웅씨가) 사왔다는 것인데, 100번 1000번 시도해서 성공해야 하는 게 아니라 기회는 단 한 번뿐이었다. 굉장히 어려운 확률이다."
그날 영상녹화실과 그 주변에 있던 사람 가운데 술 반입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이는 피고인 뿐이다. 이번 국민참여재판 증인으로 나온 박상용 검사, 김성태 전 회장을 비롯한 쌍방울 관계자들, 2명의 교도관 모두 법정에서 일관되게 증언했다.
박상용 검사는 증인석에서 "2명의 교도관이 (피의자를) 밀착 계호하는데 교도관들과 공모하지 않고서는 술을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술 냄새가 안 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술을 사왔다면) 100% 알았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증인으로 나온 교도관은 박 검사처럼 "술 반입이 있었으면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교도관은 "술 반입을 보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법무부와 검찰은 술 반입 인정... 다만 징계 청구 사유엔 포함 안돼
이번 재판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류 변호사가 배심원단 앞에서, 재판부가 앉은 법대 아래에서 가방에 담긴 소주병 2개를 꺼내는 순간이었다. 합리적인 의심을 한다면 술 반입은 없었다는 결론에 이른다는 검사의 주장에 "상식의 허점, 합리적 의심의 허점"이라고 반박했다.
"(가방에 소주를 넣은 채) 검색대를 통과했다. 이게 현실이다. 이게 바로 상식의 허점이고, 합리적 의심의 허점이다. (중략) 검사님은 0.4%의 확률을 말했다. 그런데 제가 반입하지 않았나. 하려면 한다. 생수병에 (소주를) 넣으면 더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변호인단은 끝내 배심원단와 재판부를 설득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법원 판결로 오히려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 판결 내용은 법무부·검찰 판단과는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9월 연어술파티 의혹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성태 등이 종이컵에 소주를 마신 정황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앞서 감찰을 벌인 서울고등검찰청 인권침해점검 TF는 술 반입이 있었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지난달 12일 대검찰청은 법무부에 박상용 검사 정직 2개월 징계를 청구했다. 다만, 대검은 관리 소홀로 술 반입·제공된 것을 방지하지 못한 점 등은 대검 감찰위원회 의결 결과를 존중하여 징계 청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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