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6.3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마지막 유세를 하기에 앞서 지지자들 앞에서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소중한
실리 투표는 더 밀어붙였습니다. 4월 26일 개소식 날엔 당 대표와 62명의 의원이 대구를 찾았습니다. 대표가 '뭐든지 다해드림센터의 장이 되겠다는 심정으로 대구를 지원하겠다'라고 했습니다. 대구에 그렇게 많은 국회의원이 모인 것도 전무후무할 사건입니다. 마침 대통령이 군위 신공항 부지를 방문해 현황을 청취했습니다. 중앙당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국토위 간사도 후보와 함께 공항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새로 뽑힐 후반기 국회의장도 방문해 대구를 위한 각종 입법 지원에 앞장서겠노라 다짐했습니다.
특히 후보가 고마워하는 게 있습니다. 대구의 직능단체나 협회 등과 해당 국회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정책 간담회를 한 것입니다. 하도 많고 조용히 다녀가서 캠프가 미처 파악 못 할 정도입니다. 이런 정치 서비스를 대구 시민은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후보 혼자서 말로 떠드는 것과 이렇게 위에서 아래까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은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서 천지 차이입니다. 그걸 대구 시민이 모를 리 없습니다.
캠프는 플래카드를 세 번 바꾸었습니다. 첫 번째는 지역별 생활 공약과 대구 전체 공약, 두 번째는 '새로운 도약이냐, 이대로 정체냐?', 세 번째는 '대구 경제 살릴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현풍 취객 남성에 대한 우리의 응답이었습니다. 후보도, 대구도 절박했습니다.
5. 대구를 어찌할 것인가?
역결집은 결국 일어났습니다. '전국적으로 보수정당의 패색이 짙을수록, 똘똘 뭉쳐 보수에 투표한다'라는 게 대구의 역결집입니다. 투표율이 역대 지방선거 중 최고인 64%를 기록한 게 그 증거입니다. 김부겸이 2026년에 얻은 58만 7천여 표는 권영진이 2014년에 얻은 58만 1천여 표보다 많았습니다.
하지만 전국 판세가 기운 데다 김부겸이 치고 올라오자,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던 보수층이 투표장으로 밀려왔습니다. 여론조사나 출구조사는 대체로 박빙이었지만 실제 투표에선 9% 차이 났습니다. 이제 앞으로 민주당은 대구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지막 기회'라고까지 했지만, 김부겸은 결국 버려졌습니다.
표를 안 줬지만, 그래도 공약을 지켜야 할까요? 현풍 취객만이 아닙니다. 선거가 끝난 후, TV에 나온 홍석준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김부겸의 패인은, 낙선하더라도 공약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선언을 진작 안 했기 때문이다.' 지역 보수 언론도 다르지 않습니다. 김부겸과 민주당이 진정성을 입증하려면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공약 이행을 약속하라고 논설을 썼습니다.
진짜 그래야 할까요? 선거 중에 그런 약속을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제가 추 후보라면, 이렇게 말하고 다녔습니다. '김 후보가 낙선해도 공약 다 지킨다고 공언했다. 그러니 실리 놓칠 걱정은 말고 편한 마음으로 2번 찍어도 된다. 꿩도 먹고 알도 먹자.' 그리고 바로 선거 끝났겠지요.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래도 계속 챙겨야 할까요? 공을 들이다 보면 언젠가는 대구가 민주당에 표를 줄까요? 글쎄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계속 아무것도 주지 말아야 할까요?
대구시 예산이 지금 11조7000억 원 정도인데 재량예산이 2000억 원도 채 안 됩니다. 국비 없이 어떤 신규 사업도 못 합니다. 대구 경제는 최악입니다. 1인당 GRDP(지역내 총생산)가 32년째 전국 최하위입니다. 일자리가 없으니, 청년들이 해마다 8000~9000명씩 대구를 떠납니다. 알바를 해도 최저임금을 못 받습니다. 건물마다 공실이 수두룩합니다. 제일 흔한 가게 간판이 '임대'라고 농담할 정도입니다. 대구의 지역주의가 지역소멸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주의 깊게 살펴볼 대목이 있습니다. 캠프에서 정세분석실장을 맡았던 이헌태의 분석입니다. 엑셀의 '해찾기' 기능을 이용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두 개의 수치에서 출발합니다. 하나는 출구조사 결과이고 다른 하나는 후보별 득표수입니다.
그런데 출구조사는 틀렸습니다. 그래서 보정합니다. 실제 득표율에 가깝게 김 후보에게선 4%를 감하고, 추 후보에겐 4%를 더했습니다. 그리고 연령대별 투표율을 40%~85% 내로 제한하고 실제 득표수를 추정케 했습니다. 그 결과는 아래 표와 같습니다.

▲6.3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경쟁을 벌였던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의 4개 연령대 구간별 추정 득표수 누적 막대그래프.
이헌태
표는 20대 여성부터 50대까지는 김 후보가 이겼지만, 20대 남성과 60대 이상에선 완패했음을 보여줍니다. 어디까지나 이는 추정치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표는 지난 두 달간 후보나 캠프, 언론의 어떤 감(感)과 일치합니다. 눈에 보였던 뜨거운 열기와 안 보이는 곳에서 지켜만 보던 냉기, 출구조사마저 피하는 보수층, 투표일 새벽부터 길게 줄 서 있던 노령의 유권자들. 대구는 그렇게 두 개의 도시로 분리되었습니다.
하나는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층'의 도시입니다. 이들은 김부겸이 제시하는 대구 경제 회생의 비전과 프로그램에 동의했습니다.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비경제활동 상태의 노령 인구'와 '민주당에 대한 불신이 깊은 중장년층의 도시'가 여전히 버티고 있습니다. 그들은 정당일체감에 기반한 투표를 했습니다. 전자는 '대구도 인자 바끼야 된다'고 하고, 후자는 '은가이 주겠다'라고 말합니다. '엔간히도 주겠다', '줄 리 없다'는 뜻입니다.
대구에 대한 민주당의 관점이나 접근도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대구를 통으로 보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대구의 중장년층 특히 일하는 경제활동인구와 그에 반해 노령층, 비경제활동인구가 서로 완전 생각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채야 합니다. 중장년층에 대해서는 민주당 정치의 효능감을 느낄 어떤 지원과 투자가 들어가야 합니다. 이들은 실리에 반응합니다.
대구 정치 얘기를 할 때마다 많이 듣습니다. '대구는 안 바뀐다. 그대로 놔둬라.' 누구보다 제가 슬프고 분한 사람입니다. 아직도 잇몸이 부은 상태여서 딱딱한 걸 못 씹습니다. 잠이 깊이 들지 않습니다. 대구 국민의힘 의원들만 생각하면 치가 떨립니다. 제 고향, 대구를 망치는 무책임하고 무기력한 자들입니다. 그러나 정치는 감정대로 할 수 없습니다.
대구 유권자는 200만 명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80.2%가 나와 67.62%가 김문수를 찍었습니다. 110만 표입니다. 이재명은 23.22%, 38만 표입니다. 다음 대선에서 또 80%가 투표한다 치고, 그중 35%면 대충 56만입니다. 이번에 58만이 민주당 후보 이름 밑에 도장을 찍어봤습니다. 생전 처음이었을 사람이 수두룩할 겁니다. 한 번 찍었는데 두 번인들 못 찍겠습니까? 4년 후,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구에서 50만 표를 넘긴다? 그거 멋지지 않겠습니까?
대구를 버리지만 말아 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6.3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마지막 유세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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