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6.19 06:23최종 업데이트 26.06.19 06:54
  • 본문듣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남소연

이재명 대통령이 일시적 봉합을 선택했다. 18일 유럽 순방 귀국 행사에서 90도 인사로 맞이한 정청래 여당 대표와 손을 맞잡았다. 속절없이 추락하는 지지율과 여권 내 갈등 증폭에 대한 우려에서일 것이다. 속이야 어떻든 외형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음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컸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해결된 건 아무 것도 없다. 정 대표는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는 발언을 주워 담으려 연일 이 대통령에 대한 칭송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일부 언론이 친청(친정청래)과 친석(친김민석)으로 갈라치기 한다"며 애써 갈등의 구도를 바꾸려고 한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셈이다.


정 대표와 당권파 측에선 6·3 지방선거를 민주당 '패배'로 규정하는 것을 억울해 한다. 12대 4라는 결과와 불모지 강원에서의 승리를 강조하고, 선거 기간 중 정 대표의 '헌신'과 열정을 왜 인정해주지 않느냐는 하소연이다. 대놓고 얘기하진 않아도 이 대통령 책임론을 들먹이기도 한다. 고비마다 보수 진영을 자극해 결집을 초래했으니 선거 실패의 책임을 나눠서 져야 된다는 논리다.

선거 결과 책임을 무 자르듯 할 수 없다는 건 정치권에선 상식에 가깝다. 선거에서 이겼을 때는 서로 공적을 자랑하느라 '선거 백서'를 내기가 쉽지만 패배했을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패배의 책임을 따지는 것 자체가 권력투쟁의 성격을 띠고 있는 탓이다. 지금의 여권 상황이 그렇다. 민주당 지지층이 불만스러워 하는 결과에 대해 여당 대표가 책임을 희석하려는 데서 논란이 커지는 것이다.

깊어지는 갈등, 지금 필요한 건 이 대통령의 정치력

G7 정상회의와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환영나온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G7 정상회의와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환영나온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제는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점이다. 정 대표가 아무리 '이재명 정부 성공'을 외쳐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이들이 많아졌다. 8월 치러지는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가 선출되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게 됐다. 총선 공천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자기 권력 확대에 줄달음칠 거라는 예상을 누구나 한다. 이 대통령과 일정 부분 대립각을 세우며 독자적 정치 공간을 넓히려 하지 않겠느냐는 거다.

지금이 정권 후반기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불과 이재명 정부 2년차다. 민생·경제 입법과 국정과제 추진에 한창 속도를 내야 할 시기다. 정부와 여당이 손발이 맞지 않으면 국정은 표류하고 혼란은 일상화되기 마련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내에서 독자 노선을 구축해 사실상 허수아비 정부가 됐던 것과 비슷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민주당 지지자들로서는 당정 불협화음이 민생 성과 부진으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총선 패배, 정권 재창출 실패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이 대통령이 쥐고 있다. 현실적으로 정 대표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이 대통령뿐이다. 이 대통령은 이미 여러 차례 정 대표에게 신호를 줬다. 지방선거 실패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고 했고, 여당은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존재한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정 대표를 설득해 주저앉히든지, 그냥 출마를 지켜보든지 하는 것이다. 날로 깊어지는 계파 갈등과 지지층의 이탈 움직임을 감안하면 후자는 선택하기 어려운 안이다.

정 대표가 연임에 도전하면 국민의 눈에는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투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 모두에게 너무나 큰 부담이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건 이 대통령의 정치력이다. 대통령의 당무개입은 허용되지 않지만, 역대 어느 대통령도 여당을 나몰라라 방치한 경우는 없었다. 다만 법적 문제로 비화되지 않도록 물밑에서 은밀하게 이뤄졌을뿐이다.

관건은 이 대통령이 정 대표에게 퇴로를 열어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선거 실패의 책임이 아니라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을 위해 명예롭게 물러난다는 명분을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시간은 이 대통령 편이 아니다. 여론은 악화 일로고,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이 대통령이 마주한 가장 큰 고비가 바로 지금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