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6.17 11:21최종 업데이트 26.06.1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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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상승세를 이어가며 8,700선 초반에서 마감한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180.62포인트(2.11%) 오른 8,726.60으로 장을 마쳤다. 2026.6.16연합뉴스

2026년 5월에서 6월 한국 증시에서 전례 없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의 합산 시가총액이 코스피 전체의 50%를 넘어섰습니다.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절반이 메모리 반도체 두 회사로 채워진 것입니다. 같은 달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은 나란히 1조 달러 시총 고지를 밟았습니다. 반도체 업계에서 이 문턱을 넘은 기업은 그전까지 TSMC 하나뿐이었습니다. 코스피는 반달 만에 하락 서킷브레이커와 상승 서킷브레이커를 모두 경험했습니다. 한 업종이 한 나라의 주식시장 전체를 움직인 것입니다. 이 장면이 환호인지 경고인지 지금 냉정하게 물어야 합니다.

활황의 본질, AI가 메모리를 전략 자산으로 바꾸다

이번 메모리 반도체 호황은 과거 주기와 출발점이 다릅니다. PC 보급, 스마트폰 확산, 코로나19 특수처럼 수요가 일시적으로 폭발한 뒤 사라지는 구조가 아닙니다. AI 인프라라는 구조적 수요가 밑바닥을 바꾸고 있습니다. AI 서버는 일반 서버 대비 DRAM 수요가 8~10배, NAND 수요가 3배에 달합니다. 특히 HBM(고대역폭 메모리)은 GPU에 직접 적층되어 AI 연산의 데이터 통로 역할을 합니다. 엔비디아 B200 GPU 한 개에 HBM3E가 8조(stack) 탑재되며, HBM 없이는 GPU를 생산해도 출하가 불가능합니다. HBM은 AI 서버 부품 원가의 30~40%를 차지하며, 개당 이익은 범용 DDR4 대비 10배 이상입니다.


미국 5대 빅테크(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오라클)의 2026년 자본 지출 예상액은 7,600억 달러입니다. 이들이 2026년 HBM 생산 능력의 90% 이상을 선점했습니다. SK하이닉스·삼성·마이크론 세 회사가 글로벌 HBM 점유율 95% 이상을 독점하는 구조에서 한국 기업들은 처음으로 '교체 불가능한 공급자' 지위에 올랐습니다.

이것이 30년 만에 메모리 기업의 가치평가 프레임이 바뀌는 이유입니다. 월가는 마이크론에 석유·구리처럼 P/B(주가순자산비율)로 할인해 가격을 매기던 방식을 버리고, 25~30배 P/E 성장주 프레임으로 전환하기 시작했습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1년 만에 900% 이상 올랐습니다.

주기는 사라졌는가, 산업 상업화 50여 년이 말하는 것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막한 '컴퓨텍스 2026' SK하이닉스 부스를 깜짝 방문해 "(HBM을) 더 만들어달라"는 위트있는 문구를 남겼다. 황 CEO는 이날 SK하이닉스 부스를 찾아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주요 경영진들과 SK하이닉스의 주요 메모리 제품을 둘러봤다. 2026.6.2연합뉴스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절반만 본 것입니다. 1970년 인텔이 최초의 상업용 DRAM 칩을 출시한 이래 50여 년 동안 메모리 반도체는 단 한 번도 주기를 벗어난 적이 없었습니다.

1993~1996년 PC 혁명, 2009~2011년 스마트폰·클라우드 초기, 2017~2019년 글로벌 클라우드 인프라 확장, 2020~2023년 코로나19 특수. 네 차례의 초강세 주기는 모두 같은 경로를 걸었습니다. 수요 폭발 → 가격 급등 → 대규모 증산 → 공급 과잉 → 가격 붕괴 → 업체 퇴출. 완전한 순환에 걸린 시간은 항상 3~4년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구조가 다르다는 주장의 근거는 LTA(장기 공급 계약)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이 3~5년짜리 장기 계약으로 서버용 DDR5 생산 능력의 60~70%를 미리 잠갔습니다. 수요가 계약으로 고정되면 과거처럼 급격한 수요 변동이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UBS는 이를 근거로 DRAM 공급 부족 종료 시점을 2028년 2분기까지 연장했습니다.

그러나 주기를 없앤 것이 아니라 완화한 것입니다. 세 가지 변수가 동시에 불리하게 작동할 경우 반전은 역사상 어느 때보다 빠를 수 있습니다. 첫째, 2027~2028년 삼성 P5 공장을 포함한 신규 생산 능력이 집중 방출됩니다. 둘째, 미국 5대 빅테크의 자본 지출이 영업 현금흐름을 거의 전부 소진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자본 지출 대비 영업 현금흐름 비율은 94%에 달합니다. 셋째, AI 애플리케이션의 상업화가 투자 규모를 뒷받침할 만큼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클라우드 업체들은 구매 속도를 재평가합니다. 마이크론이 제시한 81% 매출총이익률 가이던스는 경이로운 실적이지만 메모리 역사에서 초고 마진은 항상 다음 하강의 신호였습니다.

HBM의 공백 , 중국이 가장 절박한 전선

중국 AI 산업이 직면한 가장 긴박한 문제는 HBM입니다. 미국은 2024년 12월부터HBM2e·HBM3·HBM3e의 대중국 수출을 명시적으로 금지했습니다. 엔비디아 GPU에 탑재된 HBM3E는 중국으로 반입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중국의 AI 인프라는 지금 HBM을 어떻게 수급하고 있을까요.

답은 세 갈래입니다. 첫째는 구세대 재고 소진입니다. 수출 통제 이전 삼성이 중국에 공급한 HBM은 약 1,140만 개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이 재고는 2025년 말~2026년 초를 기점으로 사실상 소진됐습니다. HBM 공급 부족으로 화웨이 어센드 910C 칩의 연간 생산 가능량은 80만 장 이상이지만 실제 출하는 이보다 크게 낮습니다. HBM이 없어 GPU를 만들어도 출하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둘째는 화웨이의 자체 개발입니다. 화웨이는 2026년 3월 자체 개발 HBM 규격 'HiBL 1.0'을 탑재한 AI 가속기 '아틀라스 350'을 출시했습니다. 발표된 성능은 SK하이닉스 HBM3E 12단(1.2TB/s)과 HBM4(2TB/s)의 중간 수준으로, 봉쇄가 오히려 기술 자립을 앞당긴 사례입니다.

창신과기(CXMT, ChangXin Memory Technologies) 허페이(合肥) 본사 웨이퍼 팹 전경. 중국 유일의 DRAM IDM(수직통합 제조) 기업으로, 현재 글로벌 DRAM 시장 점유율 7.7%로 세계 4위에 올라섰다.창신과기

셋째는 창신과기(CXMT)의 HBM 독자 개발입니다. 창신과기는 HBM3 샘플 개발을 완료하고 화웨이에 샘플을 공급했습니다. 기술 수준은 삼성·SK하이닉스의 HBM3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2026년 말까지 전체 DRAM 생산 능력의 20%를 HBM으로 전환해 월 6만 장 웨이퍼 규모의 생산을 목표로 합니다. 2027년에는 12단 HBM3E 양산을 추진합니다. 패키징 기술은 삼성의 TC-NCF 방식 대신 MR-MUF(매스 리플로우-몰디드 언더필) 독자 경로를 채택했습니다.

현재 중국의 HBM 국산화율은 5% 미만입니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합니다. 화웨이의 HiBL과 창신과기의 HBM이 중국 내수 AI 인프라를 채우기 시작하는 시점이 HBM 3강 독점 구조에 최초의 균열이 시작되는 출발점입니다.

창장메모리·창신과기의 추격, 정면이 아닌 우회

중국의 두 메모리 강자는 3강을 정면으로 공략하지 않습니다. 우회합니다. 창신과기는 3강이 HBM과 DDR5 선단 제품에 생산 능력을 집중하는 사이, 그 공백이 된 범용 DRAM 시장을 저원가 구조로 파고들고 있습니다. HP·델 같은 글로벌 PC 제조사들이 이미 창신과기 DRAM에 대한 품질 검증에 들어갔습니다. 2026년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719% 성장한 508억 위안, 순이익 247억 6,000만 위안으로, 이 수익을 HBM 연구개발 자금으로 순환 투입합니다. DDR4·LPDDR4를 건너뛰고 DDR5·LPDDR5X로 직접 진입하는 세대 도약 전략이 그 경로입니다.

창장메모리는 기술 경로 자체를 새롭게 정의합니다. 자체 개발한 Xtacking 아키텍처로 294층 3D NAND 대량 생산을 실현했고 수율은 90%를 넘겼습니다. 2025년에는 삼성전자에 혼합 본딩 기술 특허를 역으로 라이선싱했습니다. 중국 반도체 기업이 처음으로 한국 강자에게 기술료를 받은 사건입니다. 우한 3기 공장의 국산 장비 비중은 50%를 돌파해, 창장메모리 한 곳의 구매 결정이 식각기·박막 증착·광레지스트·특수 가스까지 국산 공급 사슬 전체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단일 기업의 추격이 아니라 생태계 설계입니다.

창장메모리(YMTC, Yangtze Memory Technologies Corp). 우한 3기 웨이퍼 팹 건설 현장 조감. 보라색 포인트 외관의 본관 동이 완공된 가운데, 전면부에 크레인이 즐비한 추가 시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3기 공장은 2026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며 자국산 장비 채택 비중이 50%를 돌파해 중국 반도체 공급망 자립의 상징적 시설로 주목받고 있다.창장메모리

두 기업의 2026-2027 예정인 IPO는 이 추격에 자본을 더합니다. 창신과기는 상하이 과창반 역사상 두 번째 규모인 295억 위안 조달로 상장 후 시가총액이 2조~3조 위안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자금은 더 빠른 기술 세대 전환과 HBM 연구개발로 향합니다.

역설적으로 외부 봉쇄가 이 생태계 형성을 가속했습니다. 해외 장비를 쓸 수 없으니 국산 장비를 개발했고, HBM 공급이 막히니 독자 규격을 만들었습니다. 제재가 심해질수록 자립의 속도가 빨라지는 구조가 완성되어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주기인가, 과거의 반복인가

지금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신구 두 가지 논리가 같은 시장, 같은 달, 같은 종목 위에서 정면충돌하고 있습니다. 코스피가 반달 만에 하락 서킷브레이커와 상승 서킷브레이커를 모두 경험한 것은 이 충돌의 물리적 표현입니다.

낙관론의 근거는 충분합니다. LTA 장기 계약이 수요의 60~70%를 고정했고, HBM은 2026년 생산 능력이 이미 완판됐으며, 공급 부족은 2028년까지 지속될 전망입니다. AI 인프라 투자는 구글의 800억 달러 추가 주식 모집에서 보듯 단기 중단 신호가 없습니다.

그러나 비관론의 근거도 구조적입니다. 삼성 P5를 포함한 신규 생산 능력이 2027~2028년 집중 방출됩니다. 중국 창신과기의 증산이 범용 DRAM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하기 시작합니다. 2027년 창신과기의 HBM3E 양산이 현실화되면 HBM 독점 구도에 균열이 생깁니다. 빅테크의 자본 지출이 영업 현금흐름을 거의 전부 소진하는 현재의 강도를 무한정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주기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형태가 달라졌습니다. 과거 주기가 수십 개 기업의 무작위 수급 변동으로 움직였다면, 이번 주기는 미국 빅테크의 자금유동성과 중국의 기술 자립 속도라는 두 변수가 결정합니다. 예측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전환점이 올 때의 충격은 더 클 수 있습니다.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2027~2028년은 두 가지 힘이 교차하는 변곡점입니다. 신규 생산 능력의 집중 방출과 중국 HBM의 내수 자립이 겹치는 그 시점, 메모리 반도체 60년 역사의 다음 장이 씌어질 것입니다. 그 장이 한국의 승리로 기록되려면 기술 우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생태계 설계 능력과 주기 하강을 버티는 체력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1조 달러라는 왕관의 무게는 그 질문을 비껴가지 않습니다.
덧붙이는 글 임선영 씨는 중국 칭화대 전산언어학 석사를 마친 중국경제전문가이며 <중국경제 미래지도>, <중국AI 미래지도>(출간 예정)의 저자입니다. 이 글은 본인의 페이스북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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